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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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차기 회장 선출을 두고 윤종규 회장과 노조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3연임 도전 의사를 굳힌 윤 회장에 대해 노조가 ‘절대 불가하다’하다며 저지에 나선 때문이다. 

윤종규 회장의 임기는 오는 11월 20일까지다. 이를 3개월 앞둔 20일 오전 10시 KB금융그룹 10개 노조 지부로 구성된 노동조합협의회는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윤종규 회장 3연임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협이 윤 회장 3연임 반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직원 10명 중 8명이 윤 회장 3연임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앞서 노협은 지난 12일 조합원 1만7231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총 대상 조합원의 45.7%에 해당하는 7880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윤종규 회장의 3연임에 반대한다고 답한 조합원은 6264명에 달했다. 이는 79.5%에 해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윤 회장이 3연임을 강행할 경우 대표성 결여는 물론 노사 화합에도 중대한 걸림돌이 될 거라는 주장이다. 

이번 설문 결과에 대해 노협은 "노사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고령 직원 창구 일선 발령, 신입직원 기본급 인상 제한, 주52시간제 꼼수 운영 등 근로조건이 악화된 것이 이번 설문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협은 또 “윤종규 회장이 KB금융 최고경영자로 있던 6년간 친인척 채용비리, 노조 선거 개입, 극단적 노사관계로 인한 총파업이 벌어졌고, 노사 합의 위반 등 각종 의혹과 잡음으로 점철된 시간이었다"라고 비판했다. 

노협이 윤 회장을 반대하는 두 번째 이유는 회추위의 회장 추천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때문이다. 노협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회추위의 회장 추천 절차는 윤종규 현 회장의 3연임을 위한 요식행위일 뿐“이라며 시정을 요구했다.  

노협은 "3년 전에도 윤종규 회장을 포함한 총 3명을 최종 후보자군(숏리스트)으로 선정했지만 결국 두 후보가 고사하면서 '셀프연임'이라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이런 문제를 재발 방지하기 위해 올해 회추위가 꾸려진 뒤 수차례 롱리스트의 회장 추천 절차 참여 의사 확인을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협은 회추위가 중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내·외부 후보자군(롱리스트)10명의 참여 의사를 확인한 뒤 선임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지 않고선 현 회장에게만 유리한 구도가 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노협의 이 주장에 대해 KB금융지주 측은 후보자군의 참여 의사는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후보군이 공개될 경우 차후 명예훼손 등 법 위반 소지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노조의 반대가 극심함에 따라 윤 회장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직원의 79.5%가 3연임에 반대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는 윤 회장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이는 사실상 윤 회장에 대한 불신임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보는데 무리가 없다. 설문조사에 응한 직원 일부가 반대 이유로 꼽은 '디지털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리더가 필요하다', '채용비리 의혹 등 윤리의식이 부족하다'라는 지적은 KB금융 최고경영자로서 새겨볼 대목인 것이다.

물론 윤 회장을 지지하는 직원들도 있다. 윤 회장은 지난 6년간 크고 작은 인수합병을 성공시켰고 실적 면에서도 성과를 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윤 회장을 지지한 직원들이 ‘수익성 제고’를 꼽은 것이 그 예다.

KB금융 회추위는 오는 28일 회의를 열고 숏리스트 4명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어 내달 16일 심층평가를 통해 최종 후보자 1명을 선정한다. 

이에 KB금융은 "회장 후보 추천 절차가 착수된 8월 12일에 보도자료를 내고 향후 일정과 일정별주용 내용, 숏리스트 후보자의 규모 등에 대해 상세하게 공개했다"며 "회추위는 회장 후보 추천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5월말부터 약 한달 간의 일정으로 주요 기관주주, 직원대표, 노조대표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컨퍼런스콜,면담등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위기의 시대 KB의 전략적 도전과 과제, 이를 이행할 수 있는 회장의 역량 등에 관한 의견을 청취했고 이해 관계자의 의견의 회장 후보자군 평가의 기준이 될 회장 자격요건과 추천 절차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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