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갈나무 수형.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신갈나무 수형.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인 소나무는 우리나라 산의 생태계를 책임지는 바늘잎나무(침엽수)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넓은잎나무(활엽수)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참나무’라고 부르는 나무인데, 사실 ‘참나무’라는 이름의 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 ‘참나무’라고 부르는 나무는 참나무과에 속하는 낙엽이 지는 넓은잎나무 6종을 통틀어 말하는 것으로, 진짜 나무라는 뜻에서 참나무라고 부른다고 한다. 참나무 종류 중에서 우리나라 산림을 대표하는 나무가 바로 오늘 소개할 ‘신갈나무’이다.

신갈나무 열매.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신갈나무 열매.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신갈나무라는 이름은 이 나무의 잎을 신발의 밑창에 깔아 사용한 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잎의 모양이 발바닥처럼 앞부분이 넓고 뒷부분이 좁은 형태로 거꾸로 선 달걀모양을 하고 있다. 신갈나무는 소나무와 함께 우리나라 산림 생태계를 이끌어가는 매우 중요한 우리나무이다. 우리 주변의 낮은 산부터 해발 1,500m가 넘는 강원도 높은 산에 이르기까지 전국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 만나는 참나무 중 대부분이 신갈나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분포 범위가 넓을 뿐 아니라 개체 수도 많은 나무이다. 사실, 신갈나무는 중국의 만주지역에서 러시아에 이르는 북쪽지역을 중심으로 자라는 나무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참나무 종류 중 유일하게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해발 1,000m 이상 지역에 분포한다. 신갈나무가 넓게 분포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참나무 수종 간 교잡현상을 들 수 있다.

졸참나무 잎.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졸참나무 잎.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교잡은 유전자 구성이 다른 두 종 사이의 교배를 뜻하는데, 신갈나무와는 다르게 고도가 낮은 지역에서 자라는 졸참나무가 있다. 졸참나무라는 이름은 잎과 열매가 다른 참나무에 비해 작다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실제로 졸참나무의 잎과 열매는 신갈나무에 비해 2/3수준으로 작은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낮은 지역에서 자라는 졸참나무는 높은 지역에서 자라는 신갈나무와 동일한 지역에서 함께 자라고 있는데, 자연 상태에서 두 수종의 종간교잡이 쉽게 일어난다고 한다.

교잡종은 형태적으로는 신갈나무와 더 비슷하게 보이지만 잎 뒷면에 있는 털의 형태가 졸참나무에만 있는 유형이 나타나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물참나무라고 부른다. 그러나 털의 형태는 현미경 수준에서 관찰할 수 있는 것으로 보통 신갈나무와 비슷해서 신갈나무라고 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종간교잡의 결과로 신갈나무의 모습을 가진 참나무는 자라는 지역에서도 부모종의 특징을 물려받아 신갈나무보다 더 낮은 지역까지 자라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우리 주변에서 보는 신갈나무는 대부분 진짜 신갈나무가 아닌 신갈나무 모양을 가진 물참나무일 가능성이 크다.

떡갈나무 열매.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떡갈나무 열매.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신갈나무와 함께 참나무 종류 중 나무 이름에 ‘참나무’가 아닌 ‘갈나무’가 들어가는 나무로 ‘떡갈나무’가 있다. 떡갈나무라는 이름은 잎을 떡을 싸는 용도로 사용한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떡갈나무도 신갈나무와 마찬가지로 잎의 모양이 발바닥을 닮은 거꿀달걀형을 띠고 있다. 잎은 참나무 종류 중 가장 커서 30cm에 이르는 것도 있다. 또한, 잎에는 보슬보슬한 털이 많아 만져보면 벨벳 느낌의 촉감이 느껴지는 것도 매력적인 나무이다. 열매 모양도 매우 독특한데, 열매의 밑 부분에 있는 비늘조각이 털 모양으로 발달해서 사자머리와 비슷한 모양이다.

가을에 단풍이 질 때는 커다란 잎이 붉은빛으로 물들어 우리 주변 경관림 조성용으로도 가치가 높은 나무라고 한다. 이 세 수종을 구분할 때 가장 쉽게 구분하는 방법은 잎 모양이다. ‘신갈나무’와 ‘떡갈나무’는 잎의 아랫부분에 잎자루가 짧고 잎의 아랫부분이 귀 모양으로 발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중 털이 많고 잎이 큰 것이 ‘떡갈나무’ 털이 적고 잎이 비교적 작은 것이 ‘신갈나무’이다. 한편 ‘졸참나무’는 잎이 작으면서 잎자루가 길고 잎의 가장자리가 뾰족한 것이 특징으로 나머지 수종과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신갈나무(위), 떡갈나무(아래) 잎.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신갈나무(위), 떡갈나무(아래) 잎.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이처럼 우리나라에는 산림을 대표하는 ‘신갈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가 있다. 나무의 본래 이름은 낯설지만 ‘참나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나무들이다. 또한, 이들 모두 도토리 열매를 맺어 우리들의 식탁에서 오래도록 사랑받아 온 나무들이기도 하다. 나아가 우리나라 국토의 60%가 넘는 산림의 생태계를 지탱하고 있는 소중한 우리나무이다. 높은 산을 등산하거나 우리 주변을 산책할 때 우리를 맞이하는 나무들을 만난다면 우리나라의 소중한 신갈나무 3형제에게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보내주기를 바라본다.

[필자소개]

임효인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정보연구과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