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사진=네이버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사진=네이버

금융시장에 진출한 네이버가 기존 금융사들과의 협력 가능성에 대해 자신감을 피력했다.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네이버파트너스퀘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금융권이 저희를 많이 경계하는 듯한데, 저희를 좋은 협력 파트너로 생각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사내독립기업(CIC) 네이버페이를 분사해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금융업 진출을 선언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월평균 1250만명의 결제자 수를 기록한 국내 최대 규모의 간편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를 기반으로 한 네이버의 금융업 진출은 기존 금융업계에는 커다란 위협이다. 실제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 6월 환매조건부채권(RP)형 종합자산관리(CMA) 계좌 ‘네이버통장’을 출시한데 이어 후불결제서비스 및 자동차보험 비교서비스 등을 준비하며 금융업 전반에 발을 내밀고 있다. 

네이버의 금융업 진출에 대해서는 ‘메기’ 효과를 통한 금융혁신을 기대하는 낙관론과 빅테크 ‘공룡’의 시장 지배를 우려하는 비관론이 엇갈리고 있다. 28일 기자간담회에서는 기존 금융업계의 우려를 의식한 최 대표의 발언이 여러 차례 나왔다.

최 대표의 이날 발언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협업’이다. 네이버가 직접 금융사를 만들고 경쟁에 나서기보다는, 네이버와 여러 금융사의 장점을 연결해 금융소비자에게 좀 더 편하고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 

실제 최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왜 카카오와 다르게 라이선스를 취득하지 않고 금융업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우리가 직접 금융사를 만든다고 해서 다 혁신적인 것도 아니고, 더 좋은 서비스를 한다는 보장도 없다”며 “기존 금융사와 우리가 각각 잘하는 것을 최적으로 조합해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빅테크와 금융사가 각자 경쟁력이 있는 서비스에 집중하고, 제휴를 통해 혁신서비스를 만들어나가겠다는 최 대표의 주장은 이날 발표한 중소기업(SME) 대상 대출서비스 출시 계획에서도 드러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금융위원회가 지난 26일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에서 금융업에 진출한 빅테크는 예금·대출업무가 불가하다고 발표한 지 이틀 만에 네이버 온라인 쇼핑몰인 ‘스마트스토어’ 입점 소상공인 대상 전용 대출상품 출시 계획을 밝혔다.

최 대표에 따르면, 스마트스토어 사업자의 73%는 SME이고, 20·30대 사업자가 43%다. 이 중에는 자금이 필요한 데도 오프라인 매장이 없거나 매출이 적어 은행권 대출을 이용하기 어려운 사업자들이 많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자체적으로 대안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해 자금이 필요한 소상공인에게 낮은 금리로 신속하게 대출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취지는 좋지만, 문제는 현행법에 부합하는지 여부다. 실제 네이버파이낸셜은 미래에셋과 협업해 ‘네이버통장’을 출시하는 과정에서 기존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네이버파이낸셜은 금융당국의 권고를 받아들여 ‘네이버통장’의 명칭을 변경하기로 했다. 

최 대표는 이날 네이버파이낸셜의 대출상품 출시가 네이버통장과 비슷한 꼼수가 아니냐는 질문을 받자 “네이버파이낸셜의 돈을 대출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돼있지만, 저희가 아닌 여신전문금융회사가 해주면 합법”이라며 금융사와의 협력을 통해 대출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출을 제공하는 것은 미래에셋이고, 네이버파이낸셜은 사용자 데이터와 기술력을 활용해 대출 수요와 공급을 더욱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할 뿐이라는 것.

최 대표는 “이런 방법을 통해 더 좋은 서비스와 조건을 제공할 수 있다면, 사업자에게 더 다양한 선택지를 주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지난달 네이버파이낸셜이 법인 등록한 ‘엔에프(NH)보험서비스’에 대해서도 SME 대상 보험상품 출시가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가 자동차보험 비교서비스를 출시해 기존 보험사들을 줄세우기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반박한 셈이다. 

결국 네이버파이낸셜의 목적은 ‘네이버’라는 생태계에서 활동하는 참여자들에게 더 나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며, 그 방식은 직접 금융사가 되는 것이 아닌 기존 금융사의 경쟁력 있는 서비스와의 협업이라는 주장이다. 카카오와 달리 네이버가 직접 금융업 라이선스를 취득하거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나서지 않는 것 또한 이러한 주장과 맞물려 있다.

물론 이날 기자간담회 발언으로 기존 금융사들의 우려와 불만이 해소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기존 금융사의 혁신금융서비스 진출을 위해 규제 완화를 선언했지만, 높은 기술력과 많은 사용자를 갖춘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앞서나가기는 쉽지 않기 때문. 경쟁이 아닌 협력을 선언한 네이버의 행보가 금융업계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