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첫 화성탐사선 톈원 1호의 모습. 사진=바이두
중국의 첫 화성탐사선 톈원 1호의 모습. 사진=바이두

중국이 첫 화성탐사선 톈원(天问) 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미국 또한 조만간 화성탐사선을 발사할 계획이어서, 패권 다툼 중인 양국이 우주에서 또 다른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첫 화성탐사선 톈원1호는 지난 23일 낮 12시 41분(현지시간) 하이난(海南) 원창발사장에서 창정(長征) 5호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톈원 1호는 겉보기에는 미국의 화성탐사선 ‘큐리오시티’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궤도선과 착륙선, 로버(무인탐사차량) 등 3가지 부분으로 구성된 사상 첫 트리플 화성탐사선이다. 총 중량 900kg의 로버인 큐리오시티와 달리, 5톤에 달하는 톈원1호에는 궤도비행과 착륙, 탐사 임무를 동시에 수행함으로써, 미국과의 화성탐사 격차를 한 번에 따라잡겠다는 중국의 의지가 담겨 있다.

◇ 중국, 세계에서 세번째로 달 착륙 성공

중국 우주산업이 아직 미국 외에는 아무도 성공한 적이 없는 화성 착륙을 시도하며 미국에 도전장을 내밀 정도로 성장한 데는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의 역할이 컸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칼텍)에서 항공공학을 전공한 천재공학자 첸쉐썬(钱学森) 박사가 매카시즘 광풍에 휩쓸려 간첩 혐의를 받게 되면서, 칼텍 교수 자리를 내려놓고 1955년 중국으로 돌아온 것이 중국 우주개발의 첫걸음이기 때문. 마오쩌둥 전 중국 국가주석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15년간 연구에 매진한 첸 박사는 1970년 로켓 '창정 1호(长征一号, CZ-1)'와 인공위성 '동펑홍 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이후 꾸준히 우주개발사업을 추진해온 중국은 2011년 궤도선 ‘잉훠(螢火)-1호’를 러시아의 화성탐사선 ‘포보스 그룬트’에 탑재해 발사시키며 첫 번째 화성탐사 시도에 나섰으나, 지구 궤도를 벗어나지 못한 채 추락하면서 쓰디쓴 실패를 맛봐야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의욕적으로 ‘우주굴기’를 추진한 중국은 2018년 무려 37대의 로켓 발사를 성공시키며 미국(34대), 러시아(18대) 등 양강 구도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로 달 뒷면에 탐사선 창어(嫦娥) 4호를 착륙시키며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달 착륙에 성공한 국가가 됐다.

러시아가 우주기지 예산을 삭감하고, 미국이 ‘스페이스X’ 등 민간 기업에 우주 개발 주도권을 넘기는 동안 중국이 국가 주도의 우주개발사업 추진을 통해 ‘양강’ 구도를 ‘삼강’ 구도로 전환시키고 있는 셈이다. 

'퍼서비어런스'와 화성 탐사에 나설 마스 헬리콥터의 활동 모습(상상). 사진=미국항공우주국(NASA)
'퍼서비어런스'와 화성 탐사에 나설 마스 헬리콥터의 활동 상상도. 사진=미국항공우주국(NASA)

◇ 미국, ‘퍼서비어런스’로 화성 탐사 경쟁 ‘맞불’

미국도 손을 놓고 중국의 추격을 바라보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러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또한 화성탐사선 발사를 준비 중이다. 미국은 이달 30일부터 내달 15일 사이에 아틀라스V 로켓에 화성탐사선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를 탑재해 발사할 예정이다. 

퍼서비어런스는 현재 화성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로버 ‘큐리오시티’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활동 기간은 짧지만 비행체인 ‘마스(Mars) 헬리콥터’와 함께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활동 범위는 더욱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 밖 행성에서 처음 시도되는 동력 비행체인 마스 헬리콥터는 퍼서비어런스의 내비게이션 역할을 수행하면서 스스로도 화성의 대기를 분석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 미·중 우주 패권 전쟁, 결과는?

미·중 양국이 거의 같은 시기에 화성탐사선을 발사하게 되면서, 양국 간 우주개발 경쟁도 속도가 붙었다. 다만 화성 궤도에 진입하고 착륙까지 성공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중국이 이미 여러 차례 성공의 경험을 보유한 미국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화성의 대기는 지구의 1% 수준으로 저항력이 약해 낙하산만으로는 착륙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탐사선의 무게를 최소화하는 한편, 역추진 엔진이나 에어백 등의 보조장치를 사용해야 하는 등 착륙과정이 상당히 까다롭다.

실제 화성 착륙에 성공한 국가는 미국 뿐이다. 구 소련이 1971년 인류 최초의 화성탐사선 마스2호를 화성에 보냈으나, 착륙 과정에서 화성 표면과 충돌해 폭발하면서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반면 미국은 1976년 바이킹1호를 시작으로 지난 2018년 인사이트까지 9번의 화성 착륙 시도 중 8번을 성공했다.

그런 만큼 중국이 톈원 1호의 화성 착륙에 성공한다면, 수십 년에 걸친 미국과의 격차를 단번에 좁힐 수 있다. 지구에서 패권다툼을 벌이고 있는 미·중 양국이 우주를 무대로 한 경쟁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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