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대 제너연구소 연구진은 지난 20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랜싯'에 아데노바이러스를 활용한 코로나19 백신의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제너연구소가 발표한 논문의 첫 부분. 자료=랜싯
옥스퍼드대 제너연구소 연구진은 지난 20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랜싯'에 아데노바이러스를 활용한 코로나19 백신의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제너연구소가 발표한 논문의 첫 부분. 자료=랜싯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기업들이 연이어 희소식을 전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제너연구소 연구진은 지난 20일 국제학술지 ‘랜싯(the Lancet)’에 게재한 논문에서,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와 공동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AZD1222’의 임상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논문에 따르면, AZD1222를 1회 접종받은 피험자의 91%에게서 중화항체(바이러스의 독성을 무력화하는 항체)가 발견됐으며, 2회 접종받은 피험자는 모두 중화항체가 형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임상시험에 참여한 모든 사람에게서 T세포(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찾아내 파괴하는 림프구) 반응이 유도됐으며, 접종 후 14일 정점에 도달해 2개월간 유지됐다.

◇ 모더나와 아스트라제네카, 다른 점은?

앞서 미국 제약회사 모더나 또한 지난 14일 의학저널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mRNA-1273’의 임상시험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mRNA-1273 또한 ADZ1222처럼 2차 접종을 받은 피험자 전원에게서 중화항체가 형성됐다.

두 백신 후보물질 모두 긍정적인 임상 결과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지만, 백신 플랫폼은 전혀 다르다. 모더나가 개발 중인 mRNA-1273은 DNA 유전정보를 세포질 내 리보솜에 전달해 단백질을 생성하게 만드는 전령 RNA(Messenger RNA)를 활용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돌기처럼 표면에 돋아난 스파이크 단백질을 통해 인간의 세포에 침입하는데, mRNA-1273은 코로나19의 스파이크 단백질과 유사한 단백질을 만들어내 인체가 이를 항원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즉, 코로나19의 설계도를 인체에 입력해 항체를 미리 만들어두도록 하는 방식이다.

반면 아스트라제네카와 제너연구소는 인간에게 감염되지만 독성이 없는 바이러스에 코로나19의 유전자를 주입해 인체에 전달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ADZ1222의 경우 침팬지에게 감염되는 아데노바이러스에 코로나19 항원을 넣은 재조합 바이러스 방식으로 만들어진 백신이다. 

◇ ADZ1222, 높은 '안전성'이 장점 

모더나와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후보물질 모두 각자 장점이 있지만, ADZ1222가 특별한 관심을 받는 이유는 ‘안전성’이다. 

재조합 바이러스를 활용한 백신의 핵심은 택배기사 역할을 하는 매개체 바이러스의 독성 여부인데, ADZ1222는 침팬지에게 감염되는 아데노바이러스에서 독성을 제거한 뒤 매개체로 활용한다. 또한, 아데노바이러스가 인체 내에서 자가복제를 통해 증식하지 못하도록 처리과정도 거친다. 실제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ADZ1222를 접종받은 피험자 중 약 70%가 가벼운 부작용을 호소했으나, 심각한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게다가 아데노바이러스를 활용한 백신은 여러 질환에서 사용됐으며, 많은 연구를 통해 안전성이 입증됐다. 특히 제너연구소는 코로나19와 마찬가지로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는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에 대해서도 아데노바이러스를 활용한 백신을 개발 중이다. 제너연구소가 지난 4월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지난 2018년 24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메르스 백신을 접종한 결과 투여량에 따른 차이는 있었지만 심각한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아직 모더나와 같은 방식의 백신이 인체에 사용될 경우 어떤 부작용이 나타나는지 축적된 연구가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장점이다. 실제로 현재까지 승인된 백신 중 mRNA-1273과 같이 RNA를 활용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물론 단점도 있다. 이미 아데노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가진 사람의 경우 백신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 중국 칸시노바이오로직스도 아데노바이러스를 활용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데, 지난 5월 발표된 1상 임상시험 결과 아데노바이러스 항체 보유자에게는 T세포 반응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자가복제를 통한 증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플랫폼을 활용한 백신에 비해 많은 양을 투여해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대부분의 연구에서 고용량을 투여할 경우 부작용의 정도가 심해진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이러한 문제 또한 개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