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웅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강당에서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 개최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금감원은 라임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 신청 4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했다. 사진=뉴시스
정성웅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강당에서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 개최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금감원은 라임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 신청 4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했다. 사진=뉴시스

금융감독원이 환매 중단된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에 대해 판매사가 투자자에게 원금 전액을 반환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옵티머스·디스커버리 등 환매 중단된 다른 펀드도 전액 반환이 가능할지 피해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달 30일,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 무역금융펀드(플루토TF-1호) 분쟁조정 신청 4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민법 제109조)를 결정했다.

분조위는 “계약체결 시점에 이미 투자원금의 상당 부분(최대 98%)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한 상황에서, 운용사는 투자제안서에 수익률 및 투자위험 등 핵심정보를 허위 부실 기재하고(총 11개), 판매사는 투자제안서 내용을 그대로 설명함으로써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했다”며 “일부 판매직원은 투자자성향을 공격투자형으로 임의기재하거나 손실보전각서를 작성하는 등 합리적인 투자판단의 기회를 원천 차단한 것으로 인정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분조위 결정내용에 따라 다른 피해자에게도 원금 반환이 이뤄질 경우 개인 500명, 법인 58개사가 최대 1611억원의 투자원금을 돌려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분조위의 결정으로 인해 라임 피해자들뿐만 아니라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등 다른 사모펀드에 투자한 피해자들 사이에서도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분조위 결정이 다른 사모펀드 사태 해결 과정에서도 선례로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라임 무역금융펀드와 다른 환매 중단된 펀드의 판매 당시 상황이 같은지 여부다. 분조위는 투자원금 전액 반환 결정의 이유로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내세웠다. 분조위에 따르면 라임 무역금융펀드는 ▲판매계약을 체결하는 시점에 이미 투자원금의 76~98%가 부실화됐으며 ▲운용사는 이를 알면서도 투자제안서에 수익률 및 투자위험 등 핵심정보를 허위·부실 기재하고 판매사도 이를 그대로 투자자에게 설명했다.

이는 DLF 사태 등의 핵심 쟁점인 불완전판매와는 조금 다르다. 불완전판매는 투자자에게 미래의 손실 가능성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것으로, 판매사가 손실액의 일정 비율만 배상한다. 실제 DLF 사태의 경우, 투자경험이 전혀 없는 난청의 고령(79세) 치매환자에게 초고위험상품을 판매한 경우에 대해서도 전액이 아닌 80%의 배상비율이 적용됐다.

반면, 라임 무역금융펀드의 경우 이미 손실이 날 수밖에 없는 상품을 판매했다. DLF 사태가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우유를 금방 상하지 않는다며 판매한 것이라면, 라임 사태는 이미 상한 우유를 판 것과 비슷하다. 이 경우, 판매자가 우유가 상했는지 알지 못했더라도 배상 책임이 경감되지 않는다.

옵티머스·디스커버리 등 최근 환매 중단으로 문제가 된 펀드상품 또한 라임 무역금융펀드와 마찬가지로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가 적용되려면 계약 이전에 펀드 부실화가 진행됐고, 투자자가 해당 사실을 모른 채 착오에 의해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의 경우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투자금을 모았지만, 실제로는 투자금의 절반 가량을 대부업체 및 부실기업의 사모사채에 투자하고 관련 서류를 위조한 경우다. 검찰 수사가 종결되기 전까지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분조위가 이를 ‘착오가 없었다면 (투자자가)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만큼 중대한 문제’로 판단할 경우 전액 반환을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 

불완전판매 의혹이 있는 디스커버리 펀드의 경우, ‘착오’가 아닌 ‘사기’에 의한 계약취소로 전액 반환이 결정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디스커버리 펀드의 미국 현지 운용사인 DLI가 미국 투자자들로부터 유한책임사원계약 위반,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 사기 등의 혐의로 집단소송을 당했기 때문. 해당 소송에서 국내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증거가 제시된다면, 국내에서도 소송을 통해 투자원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열린다. 다만 이 경우 법원 판결을 기다려야 해서 배상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다만, 금감원은 아직 옵티머스·디스커버리 펀드와 관련해 전액 반환 가능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찰 수사 결과 계약 전 라임과 같은 불법행위가 있었고, 투자자의 중과실이 없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입증되면 착오로 인한 계약취소 등을 적용할 수 있다”면서도 “검찰 수사 및 금감원 검사 결과에 따라 검토할 수 있지만 지금 단정적으로 말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정의연대는 1일 논평을 내고 “이번 금감원의 결정으로 사모펀드 피해자들은 판매사에게 전액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선례가 됐으며, 조금이나마 금융회사들의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다”며 “금감원은 이번 라임사태 100% 배상 결정을 선례로 여전히 산재해있는 다른 사모펀드 사태 해결 과정에서도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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