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단체 '2030 정치공동체 청년하다'가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코로나19 사태 관련 대학 등록금 반환을 촉구하는 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청년단체 '2030 정치공동체 청년하다'가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코로나19 사태 관련 대학 등록금 반환을 촉구하는 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코로나19 여파로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재정 여력 부족을 호소하는 대학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학교와 학생 간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중재의 역할을 맡은 교육부가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8일 전국총학생회협의회(이하 전총협)은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에 따른 학습권 침해를 보상하라며 등록금 반환 및 대면시험 한시적 금지 등의 조치를 대학 측에 요구했다. 

전총협은 코로나19에 따른 대학 내 문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지난 4월 전국 101개 대학 총학생회가 모여 출범한 단체다. 

전총협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교육의 질은 떨어지고 학교 시설은 거의 이용하지 못하며 아르바이트 자리는 없는데도 대학생들은 값비싼 등록금과 살지도 않는 자취방 방세를 부담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대학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년간 등록금이 동결돼 재정 여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게다가 감염병으로 인한 등록금 반환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어, 대학 측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기도 어렵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학생들의 대응 수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전국 30여개 대학 총학생회로 구성된 등록금반환운동본부는 지난달 각 대학을 상대로 등록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겠다며, 6월말까지 소송인단을 모집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대학과 학생 간 갈등을 조율해야 할 정부가 마땅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면서 갈등이 심화됐다는 것이다. 앞서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지난 4월 “등록금 반환 문제는 대학 총장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관련 논의에 대해 선을 그은 바 있다. 게다가 3차 추경에 등록금 반환 예산을 반영해달라는 학생들의 요구도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실제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추경안에서 대학 관련 예산은 ▲대학·직업훈련기관 온라인 교육 강화 600억원 ▲저신용 근로자, 대학생, 미취업 청년 대상 소액금융 추가 공급 1100억원 뿐이다. 

답답함을 호소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도 점차 교육부를 향하고 있다. 실제 지난 2일 경북 경산지역 5개 대학 총학생회장단은 등록금 반환을 촉구하며 교육부를 향해 200km 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뒤늦게 학사일정을 수정하고 전면 비대면 강의를 진행함에 따라 대학과 교육부에 등록금 일부 반환을 끊임없이 요구했으나 서로 책임만 떠넘기고 있다”며 “온라인 강의를 지시한 교육부가 등록금 반환 문제에서 발을 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사태가 악화되자 정치권에서도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양새다. 미래통합당 이종배 의원은 지난 1일 팬데믹(Pandemic) 등 국가재난 상황으로 정상적인 교육활동이 어려운 경우 국가·학교가 대학생에게 등록금 일부를 반환하도록 하는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다만, 해당 개정안이 등록금 반환을 강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미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 3조 3항에는 “천재지변 등으로 인하여 등록금의 납입이 곤란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등록금을 면제하거나 감액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지만, 의무조항이 아니라 실효성이 없다. 이종배 의원안 또한 1급 감염병 발생으로 교육활동이 어려울 시 학교 측이 등록금 반환 조치를 “해야 한다”가 아닌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교육부는 대학혁신지원사업 예산의 용도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혁신지원사업 예산은 143개 대학에 평균 56억원씩 총 8031억원이 지원된다. 만약 교육부가 해당 예산을 일반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할 경우, 재정 여력을 이유로 등록금 반환에 소극적이었던 대학도 학생들의 요구에 부응할 여유가 생기게 된다.

다만 목적사업 예산을 변경해 특별장학금 등으로 사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교육부 내부의 우려도 있어, 교육부가 어떻게 결론을 내릴 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한편, 전총협은 “대학 교육 손실의 보상 문제는 대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로 확장됐지만 교육부는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정부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했다. 전국 각지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도보 행진에 동참하는 학생들에게 교육부가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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