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DB 산업은행 본관에서 열린 기간산업안정기금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DB 산업은행 본관에서 열린 기간산업안정기금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자금’(이하 기안기금)이 28일 출범했다. 항공·해운업 및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업종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기업 중 총 차입금 5000억원 이상, 근로자 수 300인 이상인 곳에 우선 자금지원이 시행될 예정이다.

기계 자동차 조선 전력 통신 등도 지원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밖에도 매출 급감으로 국민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업종이 추가될 수 가능성도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열린 기안기금 출범식에서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은 적시에 이뤄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국회·정부·유관기관 등 모두가 합심해 조성한 기금이 실기하지 않고 지원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달라”고 요청했다.

은 위원장은 이어 금융권에 “기금의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 정책금융 등과 함께 금융지원 협업체계가 빠른 시일 내에 구축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정부도 지원이 필요한 산업과 기업을 보다 심도있게 분석해 맞춤형 지원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은 위원장은 “기금지원 대상과 관련해 논란이 있는데 기금은 특혜가 아니다”라며 “지원대상이 아니더라도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 틀 안에서 기업의 실정에 맞게 필요한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두산중공업·쌍용차 등 경영난을 겪고 있는 기업이 기안기금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세간의 논란을 의식한 발언으로 분석된다. 두산중공업은 전세계적인 석탄화력발전 비중 감소와 자회사인 두산건설의 부실 문제로 인해 약 10년간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쌍용차 또한 올해 1분기까지 1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가운데 최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이 투자규모를 축소하는 등 어려움에 빠져 있다.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 체계. 자료=금융위원회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 체계. 자료=금융위원회

문제는 두 기업의 경영난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문제라는 것. 금융위원회가 지난 20일 발표한 기안기금 운용방안에는 “코로나19 이전에 부실이 발생한 기업은 기금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며, 주채권은행 중심의 기업회생프로그램 활용하도록 한다”고 규정돼있다.

또한, 기안기금의 핵심 취지가 ‘고용안정’이라는 점에서도 두 기업이 지원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특히, 두산중공업의 경우 이미 올해 들어 두 차례나 명예퇴직을 진행한 상황이라 기안기금 지원을 요청할 명분이 없다. 기안기금을 지원받은 기업은 6개월간 최소 90% 이상 고용을 유지해야 하는데, 채권단과 3조원 규모의 자구안 마련을 논의 중인 두산그룹이 기존 구조조정 방침을 변경할 가능성도 적다.

약 2000억원 규모의 기안기금 지원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진 쌍용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근 산업은행은 쌍용차를 기존 기업금융1실에서 두산중공업을 담당하고 있는 기업구조조정3실로 이관했다. 기안기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일시적 타격을 입은 기업의 고용 유지를 위한 지원책인데,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된 쌍용차가 지원대상에 포함되기는 어렵다.

한편, 은 위원장은 “쌍용차의 어려움이 코로나19 때문이라고 딱 떨어지게 판단할 수 없다”며 “채권안정펀드나 프라이머리 자산담보부증권(P-CBO) 등 (기안기금 외에도) 여러 지원방법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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