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시위가 열린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와 포옹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2018년 9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시위가 열린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와 포옹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이용수 할머니와 윤미향 당선인의 갈등의 근원에는 ‘금뱃지’ 즉 국회의원이라는 자리가 있다. 두 사람의 갈등은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으로 촉발됐지만 사실상 그 뿌리는 국회의원 출마를 둘러싼 양측의 앙금이 작용한 것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는 이용수 할머니와 윤미향 당선인의 언론 인터뷰에서 확인된다. 

이 할머니는 윤 당선인의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출마에 강하게 반대했고, 윤 당선인이 출마를 강행하자 배신자로 규정하고 윤당선인과 정의기억연대에 대한 공개 비판에 나섰다. 


윤 당선인도 이 할머니 기자회견 후 YTN에 출연해 “이 할머니께서 국회의원 출마를 반대했다”며 “기자회견은 이로 인한 섭섭한 감정에서 나온 것으로 본다”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주목할 점은 두 사람 모두 국회의원이 되기를 강하게 소망했다는 점이다. 첫 단추는 이용수 할머니가 먼저 열었다. 2012년 이 할머니는 19대 총선 출마를 결심하고 윤 당선인에게 의논한다. 이때 윤 당선인은 이 할머니의 출마를 강력하게 반대했다. 

27일 노컷뉴스가 공개한 2012년 3월 8일 통화 녹취록에는 윤 당선인이 이 할머니의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만류한 내용이 담겨 있다.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다'고 말한 이 할머니에게 "국회의원을 안 해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사실상 반대했다. 윤 당선인이 '(할머니의) 총선 출마를 다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싫어한다'는 취지로 반대하자 이 할머니는 "다른 할머니들이 뭐하는 데 기분 나빠 하느냐“며 반박했다. 이 할머니는 이어  "국회의원이 되면 월급은 다 좋은 일에 할 거다"며 반대하는 윤 당선인을 꾸짖었다. 

그런 뒤 이 할머니는 3월 14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집회에서 19대 총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당시 이 할머니의 연세는 84세였다. 하지만 이 할머니의 국회 입성은 물거품이 됐다. 공천심사 과정에서 탈락한 때문이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윤미향 당선인이 국회 진출을 시도한다. 이번에는 이용수 할머니가 결사반대했다. 반대 이유는 명확했다. 국회의원을 하지 말라는 거였다. 30년을 함께 정대협 정의연을 거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싸웠는데 끝까지 시민운동가로 함께 해야지 정치를 왜 하느냐는 취지의 반대였다.

윤 당선인은 이 할머니의 반대를 거부하고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이 할머니의 반격이 시작된다. 이 할머니는 2차 기자회견을 예고하며 ”용서한 적 없다“ ”배신자와 배신을 당한 사람이 함께 기자회견이 나와야 할 것“이라는 취지로 윤 당선인에 대한 비난을 이어나갔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가운데 국회의원 출마를 선언한 사람은 이용수 할머니밖에 없다. 이 할머니는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하기 앞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공천을 희망했으나 새누리당으로부터 연락이 없어 더불어민주당에 공천 신청을 했다고 한다. 이는 이 할머니가 그만큼 국회의원을 희망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윤 당선인은 왜 이 할머니의 국회 진출을 반대했을까. 윤 당선인의 속내를 현재로선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84세 고령의 나이를 감안해 이 할머니의 건강을 걱정해 만류했을 수 있고, 또 다른 이유도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녹취록에 공개된 것처럼 "국회의원을 안 해도 (위안부 문제를)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만류한 말은 7년 후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이용수 할머니 역시 같은 취지로 반대한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이 할머니의 반대에 “국회에 들어가서 위안부 문제 해결에 더 힘쓰겠다”고 설득했지만 이 할머니는 결사반대했다. 두 사람의 갈등에 정의연은 유탄을 맞아 여론의 심판대에 올랐다.

문득 떠오른 생각 하나. 김복동 할머니가 살아계셨으면 이런 사태가 벌어졌을까. 아마도 김복동 할머니는 두 사람의 갈등을 알고 있었으며 늘 그랬듯 품위있는 행동으로 저어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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