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사기피해 대책위원회’가 26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3차 집회를 열고 펀드판매사에 대한 철저 조사 및 피해구제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사기피해 대책위원회’가 26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3차 집회를 열고 펀드판매사에 대한 철저 조사 및 피해구제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펀드 환매중단으로 피해를 보게 된 투자자들이 금융감독원에게 판매사에 대한 적극적인 조사와 피해자 구제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사기피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6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3차 집회를 열고 “금감원은 기업은행의 디스커버리펀드 판매 전 과정에 eog나 철저한 조사를 즉각 실시해야 한다”며 “윤석헌 금감원장은 디스커버리펀드 피해자 구제방안을 즉각 마련하라”고 요청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7~2019년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와 ‘디스커버리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를 각각 3613억원, 3180억원 판매했다. 하지만 미국 현지 운용사가 투자처의 파산으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한 데다, 허위보고로 미 증권거리위원회(SEC)에 고발까지 당하면서 각각 695억원, 219억원의 환매가 중단된 상황이다 .

대책위는 “기업은행은 디스커버리펀드를 판매하면서 원금 손실위험이 없는 6개월 만기 3% 확정금리상품이라며, 미국이 6개월 안에 부도가 나지 않는 한 절대 안전한 상품이라고 공격적으로 판매했다”며 “이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고, 약탈적 사기판매 수법이었다”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이어 “그동안 드러난 사실로 볼 때, 기업은행은 사전에 펀드의 위험성과 부실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파악할 역량도 없이 판매에 열을 올렸을 뿐”이라며 “평생 기업은행을 믿고 거래해온 피해자들은 노후준비를 위해 마련한 은퇴자금, 고생해서 모아둔 사업 설비투자 자금 등을 기업은행에 떼이게 됐다”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금감원 또한 기업은행의 디스커버리펀드에 대한 사전심사 및 사후검사 감독 당국으로서 이번 사태에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기업은행의 디스커버리펀드 판매 전 과정에 대한 철저한 조사 ▲기업은행의 디스커버리펀드 판매 계약 무효화 및 검찰 고발 ▲디스커버리펀드 피해자 구제방안 마련 ▲기업은행에 대한 공기업 경영평가 시 F등급 부여 등을 약속해달라고 촉구했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사기피해 대책위원회 최창석 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사기피해 대책위원회 최창석 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판매사 '선보상' 범위 놓고 검토 중

현재 은행권을 중심으로 선보상 논의가 진행 중인 ‘라임 사태’와 달리 디스커버리 펀드와 관련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보상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우리은행 등 라임 펀드를 판매 은행 7곳은 손실액의 30%를 먼저 보상하고, 남은 판매 평가액의 75%를 가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디스커버리 펀드 불완전판매 의혹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기업·하나은행도 라임펀드 선보상 논의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의 경우 국책은행인 만큼 투자금의 50%까지 선보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나은행 또한 지난달 이탈리아 헬스케어 사모펀드의 손실이 예상되자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투자원금의 50%를 가지급하고 추후 정산하는 선보상안을 확정한 바 있다. 

반면, 디스커버리 펀드의 경우 아직 라임 펀드와 같은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해당 펀드의 미국 운용사 DLI(Direct Lending Investment)를 고발해 손실률과 자산 상태가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 다만 최근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이 기업은행에 전달한 실사 결과에 따르면, 해당 펀드의 주요 편입자산인 SAI(Strategic Acquisition, Inc)가 발행한 부동산담보부대출채권의 예상 회수율이 22%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SAI가 해당 펀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65%로, 이로 인한 손실액만 3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책은행이 부실펀드 판매 의혹에 휘말렸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기업은행도 투자자들에게 가지급을 지급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아직 손실 규모가 확정되지 않아 구체적인 비율이 산정된 것은 아니지만, 라임 사태에 대한 은행권 대응을 고려할 때 디스커버리 펀드에 대해서도 50% 수준의 선지급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

26일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사기피해 대책위원회’가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 건 현수막에 디스커버리펀드 판매 계약을 무효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26일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사기피해 대책위원회’가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 건 현수막에 디스커버리펀드 판매 계약을 무효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 투자자 "사기 판매 인정하고 전액 보상해야"

문제는 이사회와 투자자의 반응이다. 은행권의 라임 펀드 선보상 논의는 보상 비율까지 공개될 정도로 구체적인 수준이지만, 실제 이사회에 해당 안건을 상정한 은행은 아직 없다. 불완전판매 혐의가 법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보상에 나섰다가 자칫 배임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

금감원이 피해자 구제 조치는 배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비조치의견서까지 전달했지만, 은행권의 우려를 불식시키지는 못했다. 앞서 외환파생상품 키코 분쟁조정안에 대해서도 금감원은 같은 입장을 밝혔지만, 키코 판매 은행 6곳 중 금감원 권고를 수용한 곳은 우리은행 한 곳뿐이다.

선보상안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도 부정적이다. 한 투자자는 “요새 기업은행이 50% 수준의 선보상안을 검토 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말이 안 된다”며 “사기판매를 인정하고 투자금 전액 보상을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대책위는 기업은행이 환매중단 펀드 담당자를 징계하고 모든 피해자에게 원금의 110%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보상 논의에 대한 기업은행의 적극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장식 금융정의연대 법률지원단장은 “손실이 확정되지 않아 우선 배상이 어렵다고 하는데, 이미 펀드의 65%를 차지하는 자산의 손실률이 약 80%인 것으로 밝혀졌다”며 “손실이 확정된 부분부터 신속하게 우선 배상하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차후 단계적으로 자율배상을 검토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책위는 오는 28일 열리는 이사회에 대책위 대표가 참석해 피해 상황에 대해 직접 설명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기업은행은 아직 이사회 안건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기업은행이 예정대로 이사회를 열고 디스커버리펀드 피해자에 대한 선보상 안건을 논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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