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총학생회는 14일 서울캠퍼스 문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의 학습권과 선택권을 보장해달라며 등록금 반환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홍익대학교 총학생회는 14일 서울캠퍼스 문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의 학습권과 선택권을 보장해달라며 등록금 반환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전국 대학들이 온라인 강의를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온라인 개강 전, 대면 강의에 비해 수업의 질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학생들은 학습권이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등록금 일부가 반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강의가 두 달간 진행된 현재,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 갈팡질팡 학사운영에 학생 선택권 제한

코로나19로 인해 자택에서 온라인 강의를 수강해야 하는 학생들의 공통된 반응은 ‘실망스럽다’는 것이다. 잡코리아·알바몬이 13일 공개한 공동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재학생 3622명 중 올해 1학기 강의가 “이전에 비해 질적으로 하락했다”고 답한 경우는 67.1%였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이 정도면 선방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29.6%, “질적으로 우수해 오히려 더 좋다”는 응답자는 3.3%에 불과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강의의 문제는 단순히 강의의 질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례 없는 상황에 부딪힌 학교 측이 학사일정 및 운영방침에 대한 결정을 미루면서 학생들이 혼란에 빠졌기 때문. 특히, 예술대, 의대, 공대 등 실험·실습이 필수적인 전공의 경우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홍익대학교 조인선 총학생회장은 14일 등록금 반환 운동 결의 기자회견에서 “학사규칙 변경에 따른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강의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대면 강의 재개는 가능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학교 측이 명확한 결정을 미루면서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선택권이 제한됐다는 것. 

조인선 총학생회장은 “실습이 필요한 과목이 한 학기 전부 온라인 강의로 진행될 것을 미리 알았다면, 이번 학기에 수강을 하지 않았을 학생도 있다. 그런데 홍익대의 경우 예술대와 관련해 결정이 상당히 늦게 내려졌다”며 “휴학신청 기간을 추가 연장하거나 수업 정정신청을 받는 등, 학생의 선택권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홍익대학교를 비롯해 일부 대학들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이 둔화되면서 제한적으로 대면 강의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를 충분한 대책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조인선 총학생회장은 “실험·실습이 필요한 과목의 경우, 과제를 할 공간이나 기자재가 대부분 학교에 있다. 하지만 대면 강의가 허용돼도 강의 시간 외 강의실·실습실 사용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예술·공학계열은 계열의 특수성 때문에 더 높은 등록금을 내야 하는데, 특수성을 전혀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14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대학의 등록금 지출 내역을 상세히 조사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 대학 "등록금 반환 여력 없다”

대학들은 갑작스러운 온라인 강의 준비로 인해 추가 비용이 발생한데다, 최근 10년간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재정적인 여유가 부족해 등록금 반환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학생들만 부담하는 상황에서, 추가 비용을 이유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대학의 모습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실제 14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등록금을 반환받지 않아도 좋으니 각 대학의 지출내역을 철저하게 조사해 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부산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코로나19로 인해) 대학내 도서관, 편의시설, 강의실 모두 열지 않았고 폐쇄됐다”며 “학생들은 등록금에 포함된 시설비 명목이라도 반환을 요구하는데, 대학은 장학금 형식으로 국가 지원을 받이 학생에게 일부 지원해주려는 것 같다. 이마저도 답변을 미루고 있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청원인은 이어 “많은 학생들의 요구로 대학 측에서 3~4월 지출내역을 공개했는데, 전기요금·도시가스요금·실습비용 등 많은 부분의 지출이 전년 동월보다 비슷하거나 더 많다고 집계됐다”며 “일부 교직원들만 출입하였던 불꺼진 대학의 지출내역이 작년 3~4월 지출보다 비슷하거나 더 많은지 정부 차원에서 조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교육부 뒷짐에 대학생단체, “법적 대응”

교육부가 등록금 반환 논의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행법상 대학 등록금은 각 대학의 등록금심의위원회를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돼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 또한 지난달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등록금 반환 문제는 대학 총장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대학 재정에 대한 직·간접적 통제권을 지닌 교육부가 국·공립대학에 대한 온라인 강의 지원 예산 18억원을 배정하는 것 외에 별다른 적극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전국국공립대학생연합회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공립대학을 관할하는 교육부는 재정의 통제권을 가진 채 대학이 자율적으로 상황에 대처하기만을 바라고 있다”며 “교육부-대학-학생의 3자 협의체를 구성해, 학생들과 소통하고 합당한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등록금 반환 논의가 한 걸음도 진전되지 않는 상황에 실망한 대학생단체들은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전국 30여개 대학 총학생회로 구성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와 ‘등록금 반환 운동본부’는 14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상황이 4개월째 접어들고 있는 현재 전국의 300만 대학생들은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책정된 등록금만큼의 교육권, 수업권 등을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피해 상황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고, 대학의 꼼수를 허용하는 법 조항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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