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길리어드 사이언스
23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 홈페이지에 코로나19 치료제로 기대받고 있는 렘데시비르의 중국 임상시험이 실패했다는 보고서가 공개됐다. 사진은 렘데시비르 개발사인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같은 날 발표한 해당 보고서에 대한 반박 성명. 자료=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로나19 사태를 끝낼 구원투수로 주목받았던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의 임상 실패 논란이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 WHO 실수에 뉴욕 증시 '혼조세'

사태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작은 실수에서 시작됐다. 지난 23일(현지시간) WHO 홈페이지에 중국에서 시행된 렘데시비르 임상시험 결과 보고서 초안이 실수로 공개됐고, 이를 입수한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인용 보도하면서 전 세계로 소식이 전파된 것.

FT에 따르면, 해당 보고서에는 렘데시비르의 중국 임상시험 결과 환자의 증세를 개선하거나 치명율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해당 임상시험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한 성인 237명을 대상으로 시행됐으며 이 중 158명에게 렘데시비르를 투약하고 나머니 79명에게는 위약을 투약해 두 집단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시험 결과 렘데시비르 복용군의 치명율은 13.9%로 위약군의 사망률 12.8%와 비슷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해당 보고서에는 투약에 따른 부작용이 발견됐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의 내용이 공개되자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것은 주식시장이다. 장 마감을 약 2시간 앞두고 보도된 FT의 렘데시비르 임상시험 실패 기사로 불안감이 확산되자, 뉴욕증시는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채 혼조로 장을 마감했다. 특히 렘데시비르를 개발 중인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장중 한때 6%까지 하락했다가, 결국 –4.3%로 장을 마감했다.

렘데시비르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자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곧바로 보고서 내용에 반박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성명에서 “해당 보고서는 부적절한 연구 특성을 포함하고 있다”며 “중국 임상시험은 환자 수 부족으로 조기 중단됐으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 길리어드 사이언스 반박 "다른지역 결과도 지켜봐야"

그렇다면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주장은 사실일까? 실제 중국 펑파이 신문은 지난 16일 “중국 내에서 조건이 맞는 환자들이 부족해 2건의 임상시험을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일본우호병원 연구팀이 수행한 임상시험은 렘데시비르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3상시험으로, 지난 2월 시작돼 4월 말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적합한 환자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보고서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는 주장도 급조된 변명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실제 렘데시비르 임상시험은 중일우호병원 외에도 미국·한국·싱가포르 등 전 세계 152개 의료기관에서 시행되고 있다. 참여 환자 수는 총 4000명 이상으로 4월말~5월중 차례로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게다가 중국 외 다른 지역에서 시행되는 임상시험의 경우 임상 디자인이 각각 달라 결과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이를 감안하면 특정 지역의 의료기관 한 곳에서 200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를 렘데시비르의 실패로 간주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해당 보고서는 아직 전문연구자들의 검증과정(피어 리뷰, peer review)을 거치지 않아, 학계로부터 연구의 유효성을 인정받지 못한 상태다. 

앞서 미국 의학전문지 스탯(STAT)은 지난 16일 시카고대학병원에서 시행된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 다수가 렘데시비르를 투약받은 뒤 증세가 호전됐다고 전한 바 있다. 하지만 임상시험에 참여한 캐슬린 멀레인 감염학 교수는 “이번 임상시험에는 대조군이 포함되지 않아 약효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시카고 임상시험만으로 렘데시비르의 약효를 인정할 수 없는 것처럼, 중국 임상시험만으로 렘데시비르의 실패를 단정할 수는 없다. 

한편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데이터의 추세를 고려하면 렘데시비르가 초기 환자들에게 잠재적인 효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지역에서 시행 중인 3상 시험을 통해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의 치료제로 사용될 수 있는지 결론이 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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