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 현황 등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 현황 등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코로나19 사태가 안정권에 접어들었지만, 장기간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친 국민들이 야외활동을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재확산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오는 5월 5일까지 완화된 수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연장할 방침이지만, ‘4말5초’ 황금연휴를 맞아 코로나19 방역에 빈틈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이전과 다른 점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19일 정례브리핑에서 “현 상황에서 자칫 사회적 거리두기를 성급히 중단하고 생활방역, 생활 속 거리두기로 본격 이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4월 20일부터 5월 5일까지 16일간 기존보다 다소 완화된 형태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 일별 신규 확진자가 10명대를 유지하는 등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안정권에 접어들었지만,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환자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데다, 지난 15일 총선 여파가 1~2주 이후 표출될 수 있기 때문. 

다만 중대본은 장기간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국민적 피로감이 높아진 만큼 세부적으로는 거리두기 강도를 완화할 방침이다. 우선 현재 운영이 중단된 공공시설 중 국립공원, 자연휴양림, 수목원 등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실외·분산시설에 대해 방역 수칙 마련을 전제로 단계적으로 운영을 재개한다. 또한, 프로야구처럼 밀집도가 높은 야외행사도 등도 ‘무관중’을 전제로 시즌 개막을 검토할 방침이다. 

유흥시설 및 일부 생활체육시설, 학원, 종교시설 또한 운영 중단 권고에서 운영 자제 권고로 행정명령의 강도를 하향 조정한다. 기존 운영 중단 권고는 강제성은 없었지만, 이용자 간 1~2m 간격을 유지하고, 시설에 입장하는 사람 중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나 유증상자를 가려내야 하는 등 방역지침을 준수해야 했다. 게다가 방역지침 미준수 시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으며, 확진자 발생시 그에 따른 치료비 및 방역비도 배상해야 해 운영을 강행하기 쉽지 않았다.

운영 자제 권고 또한 현재의 방역지침 준수 명령이 그대로 유지되지만, ‘중단’에서 ‘자제’로 완화된 만큼 운영을 재개하는 쪽으로 비중이 옮겨지게 된다. 

29일 오후 6시 이후 KTX 서울-동대구 노선 대부분이 매진됐다. 사진=코레일 홈페이지 갈무리
29일 오후 6시 이후 KTX 서울-동대구 노선 대부분이 매진됐다. 사진=코레일 홈페이지 갈무리

◇ KTX 매진에 호텔 예약률 80%, 위험한 ‘4말5초’,

정부의 ‘완화된 형태의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은 코로나19 재확산의 위험과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피로감을 모두 고려한 조치다. 하지만 실외밀집시설 및 유흥업소 등의 운영재개로 인해 자칫 촘촘했던 방역조치에 빈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가장 우려가 되는 것은 ‘4말5초’ 황금연휴를 맞아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는 국내여행 수요다. <이코리아>가 코레일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한 결과, 황금연휴가 시작되는 29일 오후, 30일 오전 서울발 KTX 다수가 이미 매진됐거나 자유석·입석으로 전환된 것으로 밝혀졌다. 

29일 KTX 서울-동대구 노선은 오후 6시5분 이후 7개 열차 일반실이 모두 매진된 상태다. 6시30분 이후는 특실조차 남은 자리가 없다. 부산·경남도 마찬가지다. 29일 KTX 서울-부산 노선은 오후 6시30분 이후 일반실과 특실이 모두 매진됐다. 6시40분·6시55분·7시의 경우, 예약대기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밖에도 전주, 광주송정, 여수EXPO, 울산 등도 29일 오후 6시 이후 열차 대부분이 매진된 상태다. 황금연휴를 맞아 코로나19로 오랫동안 발길이 뜸했던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이 늘어났기 때문. 4월29일부터 5월5일까지 상당한 규모의 인구가 이동할 것으로 예상돼 방역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귀성객뿐만 아니라 여행지를 찾는 봄철 관광객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줄어든 해외여행 수요가 황금연휴를 맞아 국내여행으로 쏠렸기 때문. 실제 관광업계에 따르면 황금연휴 기간 제주·강원지역 호텔 예약률은 약 80%로 전월 대비 4배 이상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 에어부산 등 저가항공사들도 최근 증가 기미를 보이고 있는 봄철 국내여행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노선을 증편하는 추세다.

◇ 유흥업소·종교시설 운영 재개,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일각에서는 일부 감염 위험이 높은 시설에 대한 행정명령 완화는 아직 이른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유흥주점에서 근무하는 여성이 확진 판정을 받아 논란이 된 바 있다. 해당 업소는 100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하는 대형 업소로, 확진자가 근무한 날 방문자만 500명을 넘어 집단 감염 위험성이 큰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서울시는 집단감염 방지를 위해 시내 422개 유흥업소에 19일까지 집합금지 명령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중대본이 19일 운영 ‘중단’에서 ‘자제’로 권고 수준을 하향하면서 다수의 업소가 운영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위험 시설에 대한 행정지도에 나설 방침이지만, 운영을 재개하는 업소가 늘어나는만큼 감염 위험도 높아질 수 있어 우려된다. 

교회 등 종교시설이 현장예배를 강행하는 것도 문제다. 지난 19일 확진 판정을 받은 부산의료원 간호사와 친부는 지난 12일 부산 강서구의 한 교회에서 약 150명이 모인 부활절 예배에 참석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가 운영 중단을 권고했음에도 현장예배를 강행하는 상황에서 운영 자제로 완화한 것은 자칫 코로나19 재확산의 빌미가 될 수 있다. 

중대본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된 만큼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도를 주기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중대본은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까지 감염을 100% 막을 수 없고, 세계적인 유행이 끝날 때까지 소규모 감염의 발생과 감소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이에 따라 사회적 거리 두기의 수준도 탄력적으로 변동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중대본은 향후 2주마다 감염 확산 위험도 등을 평가해 거리두기 수위를 조절할 방침이다. 또한 운영 재개 예정인 실외시설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일정과 방역조치 등을 각 부처에서 미리 수립해 공개하기로 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금까지 우리가 힘을 합쳐 코로나19 감염 차단을 위해 노력해온 성과와 노력이 허무하게 증발하지 않도록 앞으로도 성숙한 시민 의식과 협조를 통해 사회적 거리 두기에 적극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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