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과 약속은 있으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그러다 보니 무질서와 부정부패의 만연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우리나라 현대화 수준의 현주소를 전 세계에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실종자 구조와 수색에서 보여준 해경·해양수산부·안전행정부·청와대로 이어진 정부 재난안전대응체계의 비조직적, 비체계적, 비전문적 늑장 대응 및 총체적 부실과 무능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로 인해 수많은 인명을 구할 수 있었던 '골든 타임'에서 초동대응 시기를 놓쳤다.

사고 선박의 선장과 승무원들은 승객들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는 순간에 자신들과 회사의 잘못을 숨기려고 공용 채널 대신 다른 채널로 조난신고를 했다. 그리고 승객들을 선실에서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안내방송을 하면서 자신들은 먼저 탈출했다.

해경은 선장과 선원들을 배로 되돌려 보내 승객들을 구조하게 하지 않고 가장 먼저 구조했다. 그 후 정부는 사고 선박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 하면서 점차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아 구조는 더욱 힘들게 됐다.

정부의 계속된 사태 파악의 오류, 군 전투작전에 준하는 임무임에도 조직 지휘체계의 부재와 혼란, 해경·해군보다 민간 주도의 구조와 수색, 실적 경쟁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해경의 민간잠수사들에 대한 신경전, 그 결과 실종자 가족들과 민간 산업잠수사들의 아이디어로 유리를 깨고 사고 발생 후 87시간 만에 선내 진입에 성공했다.

여당은 이 과정에서 자식들이 느꼈을 절망과 고통을 생각하며 애간장이 끊어지는 실종자 가족들의 절규, 그리고 이들과 비통함을 함께하는 국민들의 순수한 마음마저도 종북 좌파 논리를 앞세운 색깔론으로 바라보며 당리당략적으로 이용하려 했다.

일부 보수언론과 SNS는 심지어 실종 여성을 성적으로 모욕하고 실종자 가족들을 인격적으로 조롱했다. 오합지졸이고 지리멸렬이다.

이러한 정부의 무책임과 무능, 그리고 탐관오리·고위관료·왕으로 이어지며 민중을 수탈하던 부정부패의 만연은 한민족 역사에서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며 뿌리 깊게 스며있다.

조선시대 왜구의 침략을 앞두고도 당리당략적인 정쟁에만 몰두하다가 임진왜란이 터지자 왕족과 관료들은 가장 먼저 한성을 탈출했다. 그리고 이순신 장군 홀로 왜군을 무찌르자 공적을 시샘하여 자살에 이르도록 했다. 한일합방 시 나라를 팔아 실속을 챙긴 자는 역시 고위 관료들이었다.

자신의 가족과 재산을 희생하며 투쟁하고 독립만세를 외친 것은 국민이었다. 6·25때도, 하루면 북한을 다 점령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던 대통령과 고위 관료들은 무책임하게 먼저 다 도망가면서 서울 시민들에게는 북한군을 무찌르고 있으니 안심하고 집에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그리고 자기들이 위험하다고 북한군의 남하 속도를 지연시키기 위해 뒤늦게 피난길에 나선 시민들로 가득 찬 한강다리를 폭파했다.

현 시대에도 그들은 모두 말만 앞세운다. 당선을 위해 장밋빛 공약을 남발하고 당선 후에는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다.

세월호 참사는 부정부패의 암덩어리가 커져서 일어난 사건이다. 실소유주인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전신은 세모그룹으로서 전두환과의 친분으로 큰 회사들을 제치고 한강유람선 독점권을 쟁취하였다. 그 후 오대양사건을 일으키자 청와대가 나서서 무마했다.

현재에도 여객선의 안전검사기관은 선장도 위험해서 조종하기 두려워하는 선박의 안전 수준을 전반적으로 '양호'로 판정했다.

해수부는 인천-제주 운항 독점권을 손자회사인 청해진해운에 부여했다. 해수부·한국해운조합·한국선급에 대한 로비가 의심된다. 이러한 부패의 먹이사슬은 사회 전 영역에서 체질화 돼 있다.

철근 없는 아파트, 눈이 쌓이면 무너지는 마우나리조트의 감리도 로비로 통과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소위 국보1호인 남대문의 부실 복원과 관련된 부정에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서민들이 이자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고 돈을 맡긴 저축은행과 기업의 부실과 비리를 뇌물 받고 감춰 주는 정치인과 공무원. 10번 뇌물 받으면 1번은 일이 의도대로 진행이 안 돼서 들통 나고 감방에 간다. 1번 받은 것 벌금으로 토해내더라도 9번 받은 돈 챙기면 해볼 만하다는 것인가.

사기 치고 감방에 갔다 와도 돈만 꼭 쥐고 있으면 기득권층에 남아 있고 재기의 기회가 있다. 부와 권력 있는 사회기득권층의 이러한 가치관이 사회 전반에 스며들었다.

수년전 인터넷의 젊은이 대상 설문조사에서 수십억 사기 치고 2~3년 감옥 갔다 오는데 과반수 이상이 동의했다.

안전 불감증에 대한 수많은 약속과 맹세들도 무책임한 수사에 불과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안전을 최우선으로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국가를 만들겠다는 약속은 공염불이었다. '비정상의 정상화'도 구호에 그쳤다.

안전 불감증은 최근의 원격의료법 추진 과정에서도 잘 볼 수 있다. 정부는 법안의 선통과 후 안전성 검증 시범사업을 주장하다가 대한의사협회와 협의 후 6개월 시범사업 후 법안 통과로 변경했다. 하지만 6개월 내의 졸속한 안전성 검증은 실질적으로 법안 통과를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며 이는 국민 건강에 큰 재앙이 될 수 있다.

안보 관련 자신감도 흰소리로 드러나고 있다. 진도 관제센터가 관내 진입한 세월호의 행적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북한 함정의 침입에도 무방비로 열려 있다는 뜻이다.

북한의 초보적인 무인정찰기가 군 주요시설과 청와대 상공에서 정찰을 하여도 추락하기 전에는 인지하지 못 하는 더욱 초보적인 방공망이 드러났다.

대북첩보전의 사령탑인 국정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는 점증하는 북한의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기보다 국내 선거에서 뒤에서 숨어서 댓글을 달며 정치공작에 시간과 노력을 낭비했다.

만일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의 첩보기관이 같은 행위를 하였다면 그 기관장과 대선후보는 사회적으로 매장되고 사람대접을 못 받았을 것이다. 그들은 북한의 간첩 수사도 증거조작으로 일관하며 선량한 국민을 희생양으로 만드는 위험을 무릅썼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지난 송년회에서 "오는 2015년에 자유대한민국 체제로 조국이 통일돼 있을 것"이라 공언했다. 하지만 근거 없는 '북한패망론'을 근거로 한 '흡수통일론'은 북한을 자극하여 앞으로 무력도발의 부작용이 우려될 뿐이다.

북한의 무력도발 시에는 대혼란과 자멸만이 예상된다. 안보부실에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사표 제출의 결단과 안쓰러운 반려라는 국민무마용 정치적 제스처만 있을 뿐이다. 이런 안전·안보 인프라로는 우리가 이룩한 모든 것이 사상누각이 될 위험 위에 서 있다.

이번 재난은 사회 전 분야 시스템의 본질적 아마추어리즘과 무책임, 부패의 결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국민 불신 초래하는 공무원 반드시 퇴출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 자신도 질책만 할뿐 본인의 책임에 대하여는 사과나 언급이 없다.

국가적 사태의 최종 책임은 관련 부처 장관과 총리, 다음은 청와대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이 사람들을 임명한 대통령이다. 책임자의 가장 큰 덕목과 중요한 능력은 인사이다.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사람을 적재적소에 임명해야 한다.

새누리당이 새로운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을 제안하나 사람이 같으면 결과도 같다. 자기 말 잘 듣는 비전문가를 관련 부서의 최고의사결정 지위에 임명하고, 장관은 부서의 조직과 업무 역량 강화에 최선을 다 하는 것이 아니라 자리보전과 승진을 위하여 대통령 눈치 보는데 만 급급하다.

조직이기주의와 부처 간 권한 싸움도 치열하다. 세금 받아서 하는 일은 권력남용밖에 없다. 이로 인한 비현실적 정책과 비효율, 무질서 그리고 그 부작용이 사회 전 분야에 만연하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대통령을 임명한 것도 국민이다. 이 임명을 철회하려면 막대한 비용과 시간과 혼란이 예상된다. 따라서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현재의 최선은 대통령이 지금부터라도 자신에게 '줄서기'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전문가를 적재적소에 임명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독립을 하였으나 국민은 아직 국가의 주인이 되지 못했다. 심리학적으로 'Outgroup Favoritism' 현상이 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신이 속한 집단이 아닌 사회경제적 지위가 더 우월한 집단에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충성을 맹세한 사람이 자신에게 충성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큰 충격을 받는다.

한국 사회의 본질적 변화가 요구된다. 이제 우리 국민이 한민족의 자존심을 갖고 국가의 주인으로서 먼저 책임을 지자. 그리고 스스로 책임·정직·기본·안전에 대한 비정상의 정상화의 임무를 수행하자. 말만 앞세우고 무능하며 자신의 당리당략에만 관심 있는 현 정부를 선택한 우리 국민이 짊어져야할 짐이자 민족적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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