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홈페이지 갈무리
자료=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홈페이지 갈무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전염력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두 배 이상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EID(Emerging Infectious Diseases)에 조기 발간된 논문 “SARS-Cov2의 높은 전염성과 빠른 확산”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재생산지수(R0)는 5.7로 추정된다.

감염병 재생산지수는 감염된 확진자 1명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번 논문이 추정한 5.7은 기존 세계보건기구(WHO) 추정치(1.4~2.5) 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또한, 스웨덴 우메오대 연구팀이 좀 더 보수적으로 계산해 지난 2월 발표한 추정치(3.28)보다도 2.4p 가량 높다. 

연구진은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가 발표한 사례 보고서 140건을 비롯해, 바이두 서버를 통해 수집된 우한 지역 주민 이동 데이터 등을 활용해 이 같은 수치를 산출했다고 밝혔다. 

이 논문으로 인해 한때 코로나19 대책으로 떠올랐던 ‘집단면역’에 대한 논의는 사실상 종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집단면역은 인구의 일정 비율 이상이 특정 질병에 대한 면역력을 획득해, 전체 사회가 해당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갖게 되는 상황을 뜻한다. 질병마다 집단면역의 역치(Herd Immunity Threshold)는 다른데, 코로나19의 경우 인구의 60% 이상이 면역력을 획득하면 확산이 억제될 것으로 예상됐다.

문제는 이 예측이 기존 WHO의 코로나19 재생산지수 추정치인 2.5를 대입했을 때 산출되는 값이라는 점이다. 새로 산출된 추정치인 5.7을 대입하면 집단면역 역치는 무려 82.5%까지 상승한다. 연구진은 “이는 감염 또는 백신 접종을 통해 인구의 82%가 면역력을 획득해야 코로나19 확산을 멈출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또한, 기존 추정치보다 코로나19의 전염력이 높은 만큼 더욱 강력한 방역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우리의 연구결과는 바이러스 확산을 둔화·중단시키기 위해 능동적인 감시와 격리 및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통제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러한 조치가 조기에 도입되지 않는다면, 바이러스는 인구의 대다수를 감염시켜 의료시스템을 붕괴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어 “다행스럽게도 3월 들어 중국과 한국의 신규 확진자 수가 감소 추세에 있으며, 대만·홍콩·싱가포르에서도 낮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는 조기에 적절한 방역조치를 시행할 경우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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