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일 코로나19 방역대책으로 가구당 면 마스크 2매를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일본 TBS 방송화면 갈무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일 코로나19 방역대책으로 가구당 면 마스크 2매를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일본 TBS 방송화면 갈무리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방역대책으로 가구당 2매의 면 마스크를 배포하겠다고 밝혔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NHK,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1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마스크 품귀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재사용할 수 있는 면 마스크를 가구당 2매씩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아베 총리는 전날 열린 각료 간담회에 이어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당초 아베 총리는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국내외의 불안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며 마스크 착용을 삼가왔다. 하지만 올림픽이 연기된 데다 일본 내 코로나19 감염이 확대되면서, 아베 총리 및 각료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으로 방침을 전환했다.

◇ 면 마스크, 비말 차단 효과 20% 수준

하지만 면 마스크 보급이 코로나19 억제에 실제로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애초에 방한용으로 제작된 만큼, 면 마스크 보급은 적절한 코로나19 방역대책으로 보기 어렵다. 우리 정부도 지난달 3일 마스크 사용지침을 개정하면서 면 마스크 사용법을 추가했지만, 이는 정전기 필터를 장착할 수 있는 면 마스크에 국한되는 내용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면, 거즈 등의 소재로 만든 마스크 착용은 권장하지 않고 있다. 

면 마스크는 보건용 마스크보다 두께가 두꺼워도 침이나 콧물이 묻으면 스며들 수 있어 마스크 내부로 침투할 위험이 있다. 실제 서울특별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보건용 마스크(KF80)와 수제 면 마스크, 덴탈마스크에 대해 비말입자 차단효과를 실험한 결과, 정전기필터를 부탁한 면 마스크는 80~95%의 차단효과를 보였으나 일반 면 마스크는 16~22%에 불과했다. 3㎛ 이상의 큰 비말은 일반 면 마스크로도 막을 수 있지만, 그보다 작은 비말입자에 대해서는 차단효과가 매우 떨어진다. 

게다가 면 마스크는 재사용이 전제된 물품인 만큼 올바른 방식으로 세척·건조하지 않을 경우 세균이 번식하거나 바이러스 오염원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면 마스크는 보건용 마스크가 부족할 경우, 올바르게 사용한다는 가정 하에 한시적인 대체품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염호기 의사협회 코로나19 대책본부 전문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마스크가 부족한 현실을 알고 있지만, 면 마스크 사용도 괜찮다고 오해할 여지가 있어 그동안 권고하지 않았다”며 “보건용 마스크가 부족하거나 없다면, 안 쓰는 것보다는 면 마스크를 쓰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일본의 한 트위터 사용자가 아베 신조 총리의 얼굴에 마스크 2매를 합성한 사진을 올려 일본 정부의 방역대책을 풍자했다. 사진=트위터
일본의 한 트위터 사용자가 아베 신조 총리의 얼굴에 마스크 2매를 합성한 사진을 올려 일본 정부의 방역대책을 풍자했다. 사진=트위터

◇ 日 여론, "면 마스크 보급? 만우절 장난인 줄"

아베 내각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경각심을 보이기 위해 두 달 넘게 고수해온 ‘마스크 미착용’ 원칙까지 포기했지만, 여론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실효성 있는 방역대책을 기대했던 일본 국민들은 ‘가구당 면 마스크 2매 보급’이라는 안이한 대책에 상당한 실망감을 표하고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는 2일 트위터를 통해 “시무라 켄 사망의 충격 때문에 ‘올해 만우절 장난은 없겠구나’ 생각하던 참에, 아베 총리가 가구당 면 마스크 2매 배포를 결정했다”며 “이런 시기에 가구당 2매라니? 감세 같은 조치를 먼저 시행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베 내각을 비판했다. 

유명 만담가인 다치가와 시라쿠는 2일 TBS에 출연해 “1인당 10만엔, 1가구당 20만엔을 지원하거나 고기나 생선 상품권이라도 지급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는데, 중대 발표라고 나온 것이 면 마스크 2장”이라며 아베 내각의 이번 결정을 ‘콩트’라고 비꼬았다. 그는 이어 “지원금이 먼저고 마스크는 나중”이라며 “B-29(폭격기)가 날아오는데 죽창을 들고 싸우는 것과 같은 발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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