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양성 판정 7일째인 지난 29일 사망한 일본의 희극인 시무라 켄. 사진=후지TV 방송화면 갈무리
코로나19 양성 판정 7일째인 지난 29일 사망한 일본의 희극인 시무라 켄. 사진=후지TV 방송화면 갈무리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대중에게 친숙한 유명인들의 확진 및 사망 소식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관심 부족으로 감염병 억제에 곤란을 겪던 해외에서도 유명인의 사망 소식에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진 거물 연예인이 사망하면서 코로나19에 대한 인식이 급변하는 분위기다. 지난 30일 NHK 등 일본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일본의 ‘국민 개그맨’으로 불리는 시무라 켄(70)이 일본 도쿄 소재 한 병원에서 치료 중 29일 밤 사망했다. 

시무라 켄은 지난 17일 처음 증상이 나타난 뒤 19일부터 발열·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악화돼 20일 병원에서 폐렴 진단을 받고 입원했다. 시무라 켄은 이후 23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뒤 치료를 받다가 확진 7일째인 30일 사망했다.

시무라 켄은 일본에서 국민 예능인으로 통한다. 1968년 희극인 활동을 시작한 이래 창의적인 콩트로 세대를 초월한 인기를 얻었고, 동료 및 후배 희극인으로부터 디테일한 연기와 열정으로 존경을 받았다. 한국에서도 그의 콩트가 녹화된 비디오로 예능의 기초를 배웠다고 고백하는 중견 개그맨들의 고백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처럼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진 유명인이 사망하면서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일본의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지고 있다. 오랜 기간 대중 곁에서 활동해온 희극인의 사망 소식에 코로나19가 남의 일이 아닌 자신의 눈 앞에 닥친 위험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 한 일본 누리꾼은 트위터를 통해 “시무라 켄의 죽음으로 코로나19의 영향이 더욱 가까이 느껴진다”며 “내가 죽지 않는다고 해도, 다른 사람에게 전염돼 사망할 가능성도 있다.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유명인의 사망은 대중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예가 유명인의 자살 이후 자살률이 상승한다는 ‘베르테르 효과’다. 베르테르 효과는 이미 다수의 통계적 연구를 통해 입증된 현상이다. 국내에서도 중앙자살예방센터가 지난 2013년, 유명인의 자살사건 이후 2개월간 자살자 수가 평균 606.5명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유명인이 사망한 경우에는, 사망 원인에 대한 대중의 위험인식이 급격하게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2년 폐암으로 사망한 고 이주일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투병 중 공익 광고에 출연해 “담배 맛있습니까? 그거 독약입니다”라며 금연을 권했던 이씨의 모습은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이후 흡연율 하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실제 2002년 이씨의 금연광고가 방송된 후인 2003년 기준 성인 남성 흡연율은 57%로 2001년 대비 13%p나 급감했다.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완화된 방역대책을 취하고 있는 일본은 코로나19에 대한 사회적 위험인식도 낮은 상태였으나, 시무라 켄이 코로나19 확진 이후 사망한 사건으로 인해 대중의 경각심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도쿄도의 고이케 유리코 지사는 30일 “시무라 켄이 엔터테이너로서 모두에게 웃음을 전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며 “코로나19의 위험에 대한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한 마지막 공적 또한 매우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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