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메드아카이브(Medrxiv)
자료=메드아카이브(Medrxiv)

혈액형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감염 및 사망 위험이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해당 연구는 A형은 코로나19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반면, O형은 내성이 강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남방과기대, 상하이교통대, 화동사범대학 등 8개 기관 공동연구팀은 지난 11일 의학 논문 사이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등록한 연구논문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비감염자의 혈액형 분포를 비교한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한 진인탄병원 환자 1775명(사망자 206명 포함)을 비롯해 우한 인민병원 113명, 선전시 제3인민병원 285명 등 총 3개 병원 2173명의 코로나19 확진자를 분석해 이러한 결과를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 코로나19 환자, 정상 대비 A형 많고 O형 적다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우한 지역 일반인 3694명의 혈액형 분포를 분석한 결과 A형은 32.16%, B형 24.90%, AB형 9.10%, O형 33.84%으로 집계됐다. 반면, 진인탄 병원에 입원한 코로나19 확진자 1775명의 혈액형 분포는 A형 37.75%, B형 26.42%, AB형 10.03%, O형 25.80%으로 조사됐다.

확진자와 비감염자를 비교하면, A형은 비감염군 대비 확진자군 내 비중이 5.59%p 높은 반면, O형은 8.04% 낮았다. B형과 AB형도 1% 가량 차이가 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정도는 아니었다.

이러한 경향은 사망자 206명의 혈액형 분포에서도 동일하게 발견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한 진인탄 병원 환자 206명을 분석한 결과, A형, B형, AB형, O형의 혈액형 분포는 각각 41.26%, 24.27%, 9.22%, 25.24%로 조사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위험도 A형은 다른 혈액형에 비해 높은 반면, O형은 낮았다는 것. 

우한 인민병원 환자의 혈액형 분포를 분석한 결과 진인탄병원과 동일한 경향이 발견됐다. 선전시 제3인민병원의 경우, A형의 취약성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환자군 중 O형 비율이 정상 대비 10.35%p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 성별, 연령 따른 혈액형 분포도 동일해...

물론 이러한 경향은 혈액형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A형 인구 중 코로나19 고위험군인 남성 및 노년층 비율이 높다면, 다른 혈액형보다 상대적으로 코로나19에 취약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즉, 코로나19 감염·사망 위험과 연관성이 높은 다른 변인들에 대해서도 확인해봐야 한다는 것. 

일반적으로 혈액형 분포는 지역이나 인종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성별이나 세대별로는 특별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만약 연구진이 조사한 확진자군에서 성별·연령에 따라 혈액형 분포가 달라지는 경향이 발견된다면, 혈액형과 코로나19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논문에 따르면, 확진자군 내에서 성별과 연령에 따른 혈액형 분포의 차이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이 확진자 1888명을 성별에 따른 두 집단으로 분류해 혈액형 분포를 살펴본 결과, 두 집단에서 혈액형 분포의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40세 이하, 41~59세, 60세 이상의 세 집단으로 분류해 비교해도 혈액형 분포가 연령에 따라 달라진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A형과 O형이 코로나19에 서로 다른 내성을 보이는 이유를 성별·연령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이다. 

◇ 혈액형 따른 방역대책? 임상 도입은 아직...

혈액형별 성격이나 궁합은 가십거리로 취급되지만, 질병과 관련된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ABO식 혈액형은 적혈구 세포막에 있는 항원의 종류에 따라 분류되는데, 혈액형 항원의 종류에 따라 특정 질병에 대한 내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 실제 하버드대 연구팀은 지난 2009년 약 11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B형이 췌장암에 걸릴 확률이 다른 혈액형보다 높은 반면 O형은 낮았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메르스, 사스 등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하는 과거 감염병의 경우에도 혈액형에 따른 차이가 발견된 바 있다. 지난 2005년 홍콩에서는 O형이 다른 혈액형에 비해 사스에 대한 내성이 강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만약 혈액형과 바이러스성 질병 간의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면, 그에 따라 구체적인 방역대책을 구축하는 것도 가능하다.

연구진은 “A형은 감염 확률을 낮추기 위해 좀 더 강화된 보호조치가 필요하며, A형 코로나19 환자의 경우 주의 깊게 감시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며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ABO 혈액형 판별법을 도입하면 관리 수준을 정의하고 위험 노출 정도를 평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해당 연구가 피어리뷰(peer-review)도 거치지 않아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만큼, 혈액형과 코로나19의 상관관계를 확신하기는 이르다. 게다가 해당 연구에는 연령과 성별 외에도 코로나19와 연관성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여러 위험요소(흡연율, 기저질환)가 고려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 연구를 임상에 적용하는 것은 아직 신중해야 한다”며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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