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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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와 일본불매운동으로 항공업계가 최악의 위기를 맞이한 가운데,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라는 도전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의 이번 인수 결정에 대해 당분간 재무건정성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와, 장기적으로 업계 선두로 치고 나갈 발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 2일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와 이스타항공 지분 51.17%(보통주 497만1000주)를 545억원(주당 1만964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매각예정금액이었던 695억원보다 150억원 낮아진 것으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항공업계 업황 부진을 고려해 양측이 인수가액을 하향 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일본 불매운동으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큰 타격을 입은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며 전반적인 국제선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 실제 정부 및 항공업계에 따르면, 2월 1~3주 국제선 여객은 전년 동기 대비 43.7% 감소한 약 310만명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강행한 것은 LCC업계 선두자리를 확고히 하기 위한 결단으로 풀이된다. 제주항공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3840억원으로 진에어(9102억원)에 앞서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항공기 운용대수 또한 2019년 말 기준 제주항곧 45대, 이스타항공 23대로 두 항공사를 더하면 LCC업계 전체 항공기 운용대수의 약 40%를 차지한다. 

이번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제주항공은 LCC업계 1위뿐만 아니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과 함께 전체 항공업계 '빅3'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나 항공의 여객 점유율은 에어부산·에어서울 포함 시 국내선 32.7%, 국제선 31.5%다. 제주항공의 경우 지난해 국내선 14.8%, 국제선 13.8%로 아시아나항공과 격차가 크지만 이스타항공의 점유유율을 더하면 국내선 24.3%, 국제선 18.8%로 격차를 크게 좁힐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업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시너지를 기대해볼만 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이투자증권 하준영 연구원은 3일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한다면 매출증가 및 비용절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추가 슬롯 및 노선확보, 항공기 리스료 및 정비·조업비 절감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되고 항공수요가 회복되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며 덩치를 키운 제주항공은 상대적으로 더 큰 매출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하 연구원은 “지난해 7월부터 이어졌던 일본불매운동에 이어 1월 코로나19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현재 항공운송업체들은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되고 하반기 이연된 여행수요까지 더해지면서 항공여객수요가 급증하면 LCC업체 중 제주항공의 이익 레버리지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제주항공이 업황 부진 속에 무리하게 인수를 강행하면서 단기적인 재무건전성 악화를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당장 업황 회복이 어려운 상황에서 몸집을 키운 제주항공이 단기적인 실적 악화를 견디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 

NH투자증권 정연승 연구원은 2일 “이익 창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운용 기재 확대 및 인력 증가로 인한 고정비 증가, 이에 따른 현금성 자산 유출 가속화로 영업적자폭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중장기 긍정적 시너지는 기대되나 현재 극단적인 업황을 감안하면 리스크 요인이 있다”고 진단했다. 

정 연구원은 이어 “제주항공은 2019년 말 기준 1500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했으나, 현재 어려운 업황 및 현금 유출 속도를 감안하면 충분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유동성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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