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민주당, 매사추세츠) 선거캠프가 지난 10일 의도적으로 만든 가짜뉴스. 마크 주커버그와 페이스북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사진=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민주당, 매사추세츠) 선거캠프가 지난 10일 의도적으로 만든 가짜뉴스. 마크 주커버그와 페이스북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사진=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 중 한 명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이 가짜뉴스를 활용해 페이스북의 팩트체크 정책을 비판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마크 주커버그와 페이스북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공개 지지했다”는 내용의 뉴스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했다. 2016년 대선에서 러시아의 대선 개입및 가짜뉴스 유입 통로를 제공하며 트럼프 대통령 당선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비판받는 페이스북이 아예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지지하고 나섰다는 소식에 미국 유권자들은 크게 놀랐다.

하지만 이는 ‘가짜뉴스’였다. 출처는 바로 워런 의원의 선거캠프다. 해당 광고는 “아마 여러분들은 ‘어떻게 이게 사실일 수가 있지?’라며 놀라셨겠지만, 이 뉴스는 사실이 아니다(미안). 하지만 주커버그는 트럼프가 자유롭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그 거짓말을 미국 유권자들에게 퍼뜨리기 위해 페이스북에 엄청난 돈을 지불하도록 했다”는 문구로 시작한다.

광고는 이어 “페이스북은 이미 트럼프가 당선되도록 한 번 도운 바 있다. 이제 그들은 대선 후보가 미국인들에게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도록 돕고 있다”며 “이제 마크 주커버그가 책임지도록 해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페이스북은 지난달 정치인들의 게시물에 대해 팩트체크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페이스북은 외부 팩트체크 전문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가짜뉴스를 걸러내고 있지만, 보도가치가 있으며 공익에 중대한 영향이 있는 게시물에 대해서는 규정을 위반하더라고 삭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닉 클레그 페이스북 부사장은 해당 결정에 대해 “페이스북의 역할은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만드는 것이지, 우리 스스로 정치적 참여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대선을 앞두고 민감한 시기에 정치적 심판으로 나섰다가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결정에 대한 여론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정치인 발언은 사회적으로 미치는 파장을 고려할 때 가장 엄격한 검증의 대상이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이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팩트체크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 정치적 담론이 오가는 공간으로서 페이스북은 사실상 언론과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마땅한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워런 의원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가짜뉴스 또한 페이스북의 위선을 꼬집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워런 의원은 페이스북과 같은 거대 IT기업이 독점적인 위상에도 불구하고 경쟁과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대통령 당선 시 기업 분할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페이스북도 워런 의원의 일거수 일투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주커버그가 “워런이 당선되면 페이스북은 소송에 휘말릴 것”이라며 “누군가 우리를 위협한다면 링 위에 올라가 싸워야 한다”고 말한 음성녹음이 공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편 워런 의원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페이스북이 정치인들에게 거짓 광고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광고 정책을 변경한 것은, 그들의 플랫폼을 허위정부로 수익을 내는 기계로 만든 셈”이라며 “페이스북은 선거와 국가적 논쟁에 형향을 미칠 수 있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정치인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허위 광고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이런 광고들을 통해 엄청난 부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런 의원은 이어 “우리는 의도적으로 허위 정보가 포함된 광고를 만들어 페이스북 광고 플랫폼에 제출했다. 우리 광고는 신속하게 승인받았으며, 이제 페이스북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며 “다시 한 번 우리는 페이스북이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포기한 것을 확인했다. 그들은 이익과 민주주의 사이에서 이익을 택하는 자들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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