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사진=CNN 방송화면 갈무리>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사퇴 의사를 직접 밝힌 녹취가 공개돼 논란이 되고 있다. 람 장관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의사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람 장관이 지난주 홍콩에서 사업가들과 비공개회동을 가졌다고 전하며, 당시 람 장관의 대화내용이 담긴 24분 분량의 녹취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람 장관은 “지금 (홍콩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질문하는데 여러분들의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며 “행정장관으로서 홍콩에 이처럼 큰 혼란을 초래한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자책했다. 람 장관은 이어 “만약 내게 선택권이 있었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진심으로 사과하고 자리에서 물러나 여러분들의 용서를 구하는 것”이라며 행정장관직에서 사퇴할 뜻을 밝혔다.

람 장관은 또한 중국 정부가 시위 진압을 위해 극단적인 수단을 선택할 가능성은 낮다고 강조했다. 람 장관은 “여러분들에게 장밋빛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지만, 중앙정부가 (홍콩 사태와 관련해) 데드라인을 설정한 것은 아니라고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다”며 “그들도 10월1일 국경절 이전에 홍콩 사태를 마무리 짓겠다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람 장관은 이어 “또 하나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중앙정부가 인민해방군을 보낼 계획은 전혀 없다는 것”이라며 중국 정부의 군 투입 가능성을 일축했다. 람 장관은 “중앙정부 또한 국제적 평판에 매우 신경쓰고 있다”며 “그들은 (병력 투입 시) 치러야 할 대가가 매우 크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람 장관은 사태 해결을 위한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며 한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람 장관은 “홍콩 사태가 국가 안보 및 주권과 관련된 수준까지 확대됐고, 나는 두 거대경제(홍콩과 중국) 사이의 예상치 못한 긴장 관계 속에 홀로 남겨졌다”며 감정을 토로했다. 람 장관은 이어 “여러분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내가 (현 사태의) 정치적 해결책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헌법에 따라 중앙정부와 홍콩 시민이라는 두 주인을 섬겨야 하는 행정장관의 입장에서 사태 해결을 위한 정치적 선택권은 매우 제한적이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한편 람 장관은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대해 사퇴 의사가 없다고 반박했다. 람 장관은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정부에 사임 의사를 전한 적이 없다”며 “사퇴하지 않겠다는 것은 나 자신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