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서울겨레하나가 주최해 열린 시민 촛불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에 환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GSOMIA)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22일 브리핑을 열고 “정부는 일본 정부가 지난 8월 2일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한일간 신뢰훼손으로 안보상의 문제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를 들어 ‘수출무역관리령 별표 제3의 국가군(일명 백색국가 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함으로써 양국간 안보협력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평가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안보상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을 지속시키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로서 지난 2016년 11월 체결된 지소미아는 3년을 채우지 못한 채 종료됐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시작된 한일 갈등이 군사적 협력관계까지 악화시키게 되면서, 미국 언론 및 전문가들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부 동아·태차관보를 지내며 지소미아 체결에 관여한 켈리 맥서멘은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바란 것은 위기 시 미국이 정보공유의 중개자 역할을 수행해야하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이었다”며 “(지소미아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탄도미사일 발사와 같은 군사적 위기 상황에서 미국이 한일 양국 사이의 심판 역할을 할 시간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나단 밀러 일본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 또한 뉴욕타임즈를 통해 “나는 정보공유 중단이 아니라, 이처럼 중요한 안보협력을 재개하는데 드는 상징적인 어려움에 대해 더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소미아 종료로 인해 향후 한일 간의 안보협력관계를 회복시키는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될 수 있다는 것.

한편 한일 양국 갈등을 중재하지 못한 미국의 잘못을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호주 라트로브대학의 유언 그레이엄 라트로브아시아연구소 이사는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한국과 일본이 멀어진다고 해도 이게 전부 미국의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이 사태는 미국 리더십의 어떤 약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즈는 이날 사설에서 “(지소미아 종료는) 한일 양국의 경제·안보뿐만 아니라, 미국의 (동북아) 역내 이익에도 타격을 입힐 것이 분명하다”며 “미국은 (한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오래 전에 개입했어야만 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또 "지소미아는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활동 추적을 위해 밀어붙여 성사됐던 협의"라고 지적하며 "한국의 이번 결정이 미국을 놀라게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의 결정은 최근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존재감이 얼마나 줄어드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WSJ에서도

월스트리트저널도 "지소미아는 북한을 비롯해 중국과 러시아 등의 정보 전달을 위한 직통 채널이었다. 이번 결정으로 미국 동맹 네트워크가 약화될 우려가 있다"라고 전망했다. 

한편 미 국방부는 이날 데이브 이스트번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국방부는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를 갱신하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 강한 우려와 실망을 표한다”면서도 “한일 간에 다른 분야에서 마찰이 발생하더라도 상호적인 안보·방위 협력관계가 완전한 상태로 유지돼야 한다고 믿는다. 가능한 한일 양국과 양자·삼자적 안보·방위 협력을 계속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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