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희토류 무기화를 선언했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을 겨냥해 희토류 카드를 만지작거리기는 했지만 무기로 삼겠다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포문을 연 곳은 중국희토류산업협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희토류산업협회는 8일 성명을 내고 "우리의 산업 지배력을 미국과 무역전쟁에서 무기로 쓸 준비가 돼 있다.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에 대한 중국 정부의 맞대응을 강력하게 지지한다. 미국 소비자들은 미국정부가 중국에 매긴 관세 부담을 짊어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희토류산업협회는 중국 내 300여 개 희토류 채굴·가공·제조업체가 속한 곳으로 지난 2012년 4월 8일 출범했다. 협회 출범 이전까지 희토류 업무는 중국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공업정보화부에서 담당해왔으나 4년여간 준비를 거쳐 희토류산업협회를 발족시켰다. 

협회 구성은 중국철강협회를 모델로 만들어졌다. 협회가 하는 일은 희토류 생산지침과 시장조사, 관리업무 및 중개서비스를 주로 하고, 희토류 관련 무역마찰 예방 업무도 맡고 있다. 이밖에 희토류 관련 기업과 정부, 해외시장을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희토류산업협회는 이런 기본적인 업무 외에도 수출가격, 쿼터 배정 등 희토류 산업 전반을 관장하며 특히 무역분쟁 발생시 협회에서 직접 대응하고 있다. 이번에 협회가 미국을 상대로 희토류를 무기화하겠다고 선전포고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첨단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희토류는 중국이 전 세계 소비량의 90% 가량을 공급한다. 미국도 중국에서 희토류를 수입하고 있다. 희토류는 네오디뮴, 스칸듐 등 17개 원소로 구성돼 있으며 화학적으로 안정돼 있고 열과 전기가 잘 통한다. 전기차나 태양광 발전에 필요한 영구 자석이나 고강도 또는 경량 합금을 생산하는 첨가제, 특수 광학유리 제조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사용된다. 

중국희토류산업협회의 대미 선전포고는 일본정부의 한국 수출 규제를 연장시킨다. 상대국의 약점을 잡아 무역보복으로 대응하는 논리는 트럼프 시진핑 아베 모두 도긴개긴이다. 아베의 한국 경제 침공은 이제 막 시작됐지만 결과는 예단하기 어렵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한국경제의 맷집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역시 미국의 양보를 얻어낼지 미지수다. 미국은 지금 희토류를 달에서 조달하겠다고 나선 판이다.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하겠다고 나선 것은 학습 효과도 있다. 일본과 센카쿠열도 영유권 분쟁 당시 중국은 희토류 수출을 끊겠다고 협박해 아베를 굴복시켰다. 그때 경험을 재탕하려는 것이다.  

이정규 (본지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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