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를 이끄는 '민간인권전선'이 30일 성명을 내고 중국 정부에 대해 홍콩에 대한 개입을 멈추라고 요구했다. 사진은 홍콩 경찰이 최루탄과 고무탄을 이용해 시위대를 진압하는 모습. <사진=ABC뉴스 방송화면 갈무리>

범죄자 인도 조례(송환법)을 둘러싸고 벌어진 홍콩 시위와 관련해 중국 정부가 잇따라 경고음을 발하면서 홍콩 내부 갈등이 점차 시위대와 중국 정부간의 대결 양상으로 확전되고 있다.

홍콩 관련 정책 총괄하는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은 지난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홍콩 시위에 대해 “일국양제 원칙을 흔드는 행보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양광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홍콩 시위대는) '일국양제' 원칙의 마지노선을 건드렸다"며 △국가 주권과 안보를 해치는 행위 △중앙정부의 권위와 홍콩특별행정구의 기본법에 대한 도전 △홍콩을 이용해 본토로 침투하는 행보 등 세 가지d위협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이 홍콩 내정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연 것은 1997년 영국에 중국에 홍콩을 반환한 이후 처음이다. 이례적인 상황인 만큼, 이번 기자회견은 중국 정부가 홍콩 시위대에 보내는 엄중한 경고로 해석될 수 있다.

홍콩 시위대 또한 중국 정부의 경고에 대해 강경한 태도로 반발하고 있다. 송환법 반대시위를 주도해온 재야단체연합 ‘민간인권전선’은 이날 성명을 내고 “기본법에 근거해 국무원은 홍콩 행정장관을 임명·파면할 권한을 가지며, 외교 및 국방 두 가지 사안에 대해 개입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외의 내부 사안에 대해서는 홍콩 정부에 맡겨야 한다”고 양광 대변인의 주장을 반박했다.

민간인권전선은 이어 “홍콩은 ‘중국의 홍콩’일 뿐만 아니라 ‘세계의 홍콩’”이라며 “다른 국가 정부도 홍콩 사안 및 홍콩에 거주하는 자국민의 안전에 대해 의견을 밝힐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홍콩 시위대를 지지하는 미국 정부 및 정치인들을 비판한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현 홍콩 정부에 대한 시위대와 중국 정부의 입장도 정반대로 엇갈렸다. 양광 대변인은 친중파로 꼽히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에 대해 전폭적인지지 입장을 밝히며 “중앙정부와 본토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람 장관과 특구 정부의 지도하에 홍콩 동포들이 홍콩을 더 잘 관리하고 건설하며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반면 시위대는 “캐리 람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촉발한 이번 정치 폭풍을 진정시켜야 한다”며서 “법관들로 구성된 독립적인 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시위대는 법관이 주도하는 독립적 조사위원회를 꾸려 이번 시위에 대한 경찰의 과격진압에 대해 조사할 것을 요구해왔다. 반면 홍콩 경찰은 독립 조사위원회 구성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람 장관은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서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해있다.

중국 정부가 시위대를 향해 공식적인 경고를 보내며 람 장관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의외로 독립 조사위원회가 구성될 가능성도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0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시위대와 경찰 양측에 대한 공식적인 조사위원회 구성에 열려있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SCMP는 이어 “비록 시위대가 경찰을 사태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지만, 조사위원회 설치는 시위대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궁지에 몰린 정부가 꺼낼 수 있는 몇 안되는 카드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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