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행위, 남편이 79%, 아내 21%

자료 = Pixarbay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2018년 가정폭력행위자 상담통계’에 따르면 가정폭력 여성 행위자 수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매 맞는 남편이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이 수치는 단순히 가정폭력 수치의 증가가 아닌 폭력을 당한 여성의 맞대응에서 비롯됐다는게 가정법률상담소의 조사 결과다. 

2018년 한 해 동안 한국가정법률상담소로부터 상담을 받은 가정폭력 행위자 324명 중 남성이 256명(79%), 여성이 68명(21%)을 차지했다. 10년 전 15.1%(8명)에 비해 여성 행위자 비율이 1.4배 가까이 증가했다. 

“투기를 일삼은 부인 권 씨가 말(馬)의 목을 자르고, 개(犬)를 쳐서 죽였다. 도망가는 남편을 쫓아가 칼로 내리치려 했다”

<고려사>에 기록된 ‘최운해전’의 내용이다. 남편을 구박하는 ‘악처’를 연상하게 한다. ‘매 맞는 남편’이라는 말도 악처를 떠올리게 하지만 통계에 따르면, 현실은 이와 다르다.

주목할 점은 여성 가정폭력 행위자 수치가 높아진 이유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조사에 따르면, 여성에 의한 가정폭력이 증가한 것은 폭력 행위에 여성이 적극적으로 맞대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거 가정폭력의 피해자였던 여성들이 더 이상 소극적으로 남편의 폭력행위를 참거나 묵인하지 않고 있는 결과이기도 하다. 

자료 = 한국가정법률상담소

폭력 행사의 원인은 가부장적 사고 등 성격차이(41.3%, 263건), 부부간 불신(13.8%, 88건), 행위자 음주(11.8%, 75건) 순으로 나타났다(중복응답). 특히 ‘가부장적 사고 등 성격차이’는 남성이 전통적인 성 역할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해 발생했다. 가부장적인 사고에 편향된 남편과 아내의 갈등은 가정폭력을 심화시켰다. 

특히 이러한 갈등은 자녀 양육과 관련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영유아기 자녀를 둔 부부의 경우, 아내는 가사와 양육을 평등하게 책임지기 원하나 남편은 전통적인 성 역할을 유지하기 원한다. 또한 아동 및 청소년기 자녀를 둔 경우, 자녀의 비행과 생활, 학습태도에 대해 남편이 아내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과정에서 폭력이 발생했다. 성인의 자녀를 둔 경우에도 자녀가 심리,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며 독립하지 못할 때, 갈등의 책임을 배우자 탓으로 돌리며 폭력이 일어났다. 

아내는 여성과 남성의 평등한 지위와 역할을 원하지만, 남편은 전통적인 성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성 역할 인식의 차이가 갈등을 일으켰고, 갈등은 가정폭력으로 번지게 됐다. 하지만 맞은 여성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맞대응하며 반격했다. 이러한 상황이 가정폭력 여성 행위자 수치를 높였다. 

그렇다면 과연 맞대응을 가정폭력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여성학자 정희진 교수는 “일반적으로 폭력은 남성의 본능, 전유물로 여겨진다”라며 “성별에 따라 폭력에 대한 기대치와 허용도가 다르기 때문에 아내의 방어는 정당방위가 아니라 남편에 대한 공격이 된다”라고 말했다. 특히 “오랜 기간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린 여성이 더 이상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남편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라고 진단했다.

반면 매맞는 남편이 증가하는 이유로, 앞에서 지적된 요인 외에 다른 원인도 있다고 전문가는 설명한다.

남성 전문 상담소인 ‘한국남성의전화’는 "상담초기인 1996년부터 가정폭력으로 인하여 남성들이 꾸준히 찾아왔다"라고 말했다. 특히 "아내의 경제적 지위가 남편보다 더 높을 때 무능하다는 이유로 무시와 폭력을 당한 경우가 많다"며 "위축되고 내성적인 성격과 남성피해자라는 편견때문에 신고조차 어려운 현실이다"라고 밝혔다.  

이옥이 한국남성의 전화 소장은 “부부갈등, 가정문제 등으로 '남성의 전화'를 통해 위안을 얻고 문제 해결의 열쇠를 찾은 남성이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남성이 가족들에게 소외당하지 않고 가정의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여성들의 성 평등 요구에 대해 외면할 수 없는 시대”라며 남성들이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태도를 벗고, 가정에서 인정받는 가장의 역할로 변화할 의지가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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