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람 행정장관이 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송환법이 죽었다"고 말하며, 법안 추진 시도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진=BBC방송화면 갈무리>

지난 한달 간 홍콩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범죄자 인도법안 개정안(송환법)에 결국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람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 모든 불만과 대립의 원인은 범죄자 인도법 개정 시도였다. 나는 거의 즉각적으로 법 개정을 중단했지만, 여전히 정부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 정부가 다시 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는 우려가 남아있다”며 “따라서, 나는 이 자리에서 그러한 계획이 없음을 다시 한번 밝힌다. 법안은 죽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개정안은 홍콩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로 범죄인을 송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콩 시민들은 중국 정부의 탄압을 피해 홍콩에 머무르고 있는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들을 중국으로 다시 송환하는데 이 개정안이 악용될 수 있을 거라 우려하고 있다.

당초 람 장관은 여론 반발에도 법안 심의를 강행할 방침이었으나 시위가 홍콩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관련 절차가 전부 중단됐다. 앞서 람 장관은 송환법 추진을 무기한 보류하겠다며, 홍콩 의회인 입법회 임기가 종료되는 내년 7월 송환법이 자연 폐기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송환법 추진에 대한 무기한 보류 방침에도 시위대의 저항이 줄어들지 않자, 결국 람 장관은 이날 송환법에 사망선고를 내렸다.

다만 홍콩 시민들은 람 장관의 항복 선언에도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철회’라는 정확한 표현 대신 “법안이 죽었다”는 수사를 사용한 데 대해 람 장관이 말장난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현 입법회 의원들의 임기 만료 시점인 내년 7월까지는 법안이 계류된 상태인 만큼, 경우에 따라 재추진 시도가 있을 수 있다는 것.

아직 이러한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홍콩 시민들은 람 장관의 항복 선언에도 마음을 풀지 못하고 있다. SCMP에 따르면 람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난국을 벗어나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도록 우리에게 기회와 시간들 달라고 간곡히 호소한다”며 아무 조건 없이 학생들과 열린 대화를 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하지만 홍콩 8개 대학의 학생 대표들은 오는 12일 소규모 비공개 만남을 갖자는 람 장관의 제안을 거부했다. SCMP는 이들이 △시청과 같은 열린 공간에서 만날 것 △체포된 시위대를 무죄방면할 것을 조건으로 다시 제시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