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이라크에 훈련기 겸 경공격기인 T-50IQ 24대를 수출한다. 방산 수출로는 사상 최대 규모이며 금액 또한 11억 달러(약 1조2300억원) 이상으로 역대 최고다. 실전 배치는 2016년부터 가능할 전망이다.

KAI는 이라크 바그다드(현지시간 10시)에서 하성용 사장과 이용걸 방위사업청장, 김형철 공군참모차장 등 우리 측 대표단과 이라크 말리키 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산 훈련기겸 경공격기 T-50IQ 24대 및 조종사 훈련에 대한 11억 달러 이상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고 12일 밝혔다.

또한 항공기 운영에 필요한 후속 지원에 대한 계약도 예정되어 있어 이번 수출의 총 규모는 실질적으로 21억 달러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 인도네시아에 잠수함 3대를 10억8000만 달러에 수출한 것을 넘어서는 국내 방산수출 사상 최대 규모다.

특히 KAI에 따르면 군수지원 분야가 거의 다 무너진 이라크가 항공 분야 군수지원을 우리 측에 25년간 책임져 달라고 요청한 상황이서 앞으로 수출 규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T-50IQ 경공격기는 우리 군이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을 기반으로 개발해 지난 8월부터 실전배치한 FA-50의 이라크 버전이다.

한편 KAI는 2011년 4월 이라크 밀라키 총리 방한 시 T-50 계열 항공기를 소개하며 마케팅 활동에 착수해 그해 7월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했다.

이후 영국 BAE사의 Hawk-128와 러시아 야코블레프(Yakovlev)사의 Yak-130, 체코 아에로(Aero)사의 L-159 등과 치열한 경합을 벌여 왔다.

지난해 10월 일부 외신들이 이라크가 체코의 L-159 도입을 결정했다고 보도하면서 T-50 이라크 수출이 무산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정부의 세일즈 외교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KAI 관계자는 "선진 경쟁사들이 저가공세와 정치, 외교력을 동원해 이라크 시장을 공략하며 계약 직전까지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했다"며 "우리 정부와 민관군 협력 마케팅 활동을 펼친 끝에 수출을 성공시켰다"고 밝혔다.

이번 이라크 T-50 수출로 아시아, 유럽, 남미에 이어 중동지역에 걸친 전 세계 수출거점이 확보됨에 따라 세계 군용기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KAI 관계자는 "최근 훈련기에서 공격기까지 다목적 활용이 가능한 T-50 계열 항공기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로우(low)급 노후 전투기들의 대체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대체 가능한 항공기는 T-50을 비롯한 일부 기종뿐이어서 추가 수출 전망이 매우 밝다"고 말했다.

KAI는 세계 고등훈련기 시장의 30%를 점유해 1000대 이상의 T-50 계열 항공기 수출을 목표하고 있다. 현재 필리핀, 페루, 보츠와나 등에 수출을 추진하고 있으며 최대 시장으로 평가되는 미국 훈련기 구매 사업(T-X)의 수주 활동도 내년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국내 항공기 수출 사상 최대 규모인 이번 수출 계약은 항공산업의 위상 강화와 산업 인프라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KAI는 산업연구원이 8년 전인 2005년 7월 내놓은 '대형여객기 국제공동개발 참여 타당성 연구'를 근거로 T-50 계열 항공기 1대가 중형자동차 1000대 수출 이상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한다고 분석했다.

또 T-50 이라크 수출을 통해 3조4000억원의 생산유발과 9000억원의 부가가치 창출효과 등 총 4조3000억원이 넘는 경제적 효과와 3만6000여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하성용 사장은 "이번 수출은 국산 항공기의 세계 시장 경쟁력과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수출 산업화 가능성을 확인한 쾌거"라며 "앞으로 항공산업이 자동차, 반도체에 이어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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