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이 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년 최저임금 의결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코리아내년 최저임금 인상안으로 각계각층에서 논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국내 주요 일간지들의 반응이 극과 극으로 엇갈리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최저임금 문제가 ‘을’과 ‘을’의 싸움으로 번져서는 안 된다며 ‘갑’들의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반면, 주요 경제지 및 보수 언론에서는 최저임금 문제를 기업에 떠넘겨서는 안된다며 정부·여당을 비판하고 있다.

◇ 경향·서울 “갑들도 고통 분담해야”,

경향신문과 서울신문은 최저임금 논란이 “을과 을의 싸움”으로 비화하지 않기 위해 대기업·건물주 등 갑에게 고통을 분담시키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최저임금 문제는 각 경제주체가 양보하고, 부담을 나눠 져야만 해결할 수 있다”며 “하도급 업체가 (인건비 부담 상승에 따른 대금 인상을) 요구하기 전에 상생 차원에서 대기업이 먼저 이를 제시하는 것은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경향신문 또한 “중소기업인들은 대기업이 납품단가만 제대로 올려줘도 최저임금 인상을 버틸 수 있다고 말한다”며 “최저임금이 경제계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는 대기업, 건물주 등의 이해관계와 직결돼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특히 이번 최저임금 논란을 을 간의 대립으로 몰고 가는 보수 세력에게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했다. 경향신문은 “보수세력이 임차인의 권리를 강화하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가맹점 본사의 ‘갑질’을 막는 가맹사업법 개정안 등의 국회 통과는 외면하면서 최저임금 인상만 문제라고 주장하는 것은 본말 전도”라며 “보수언론과 보수야당이 이 같은 대립적 현실을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 또한 “정부가 가맹사업법을 개정해 ‘가맹점주 단체 신고제’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제때 통과될지 미지수다. 상가임대차보호법 등도 몇 달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말로만 민생법안 최우선 처리를 외칠 게 아니라 제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 경제지, “만만한 게 기업인가”

반면 주요 경제지들은 대기업 및 가맹본부 등 ‘갑’의 책임을 강조하는 여론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서울경제는 “최저임금이 2년간 30% 가까이 오른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무리한 정책”이라며 “사태의 본질은 준비가 안 된 최저임금제를 대선 공약이라며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울경제는 이어 “집권세력이 국민을 ‘갑·을·병’으로 나눠 갈등과 분열을 부채질하고 있다”며 “정치적 계산에 따라 대기업을 희생양으로 삼아 본질을 호도하는 행태야말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여권을 비난했다.

동아일보 또한 현 논란을 시장과 기업에 떠넘겨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소상공인들이 오늘부터 ‘생존권 투쟁’에 나서기로 한 상황에서 나온 정부 대책은 프랜차이즈 본사나 원청업체, 건물주 같은 ‘갑(甲)’의 팔을 비틀어 해결한다는 것”이라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집단 반발에 대해 ‘대기업과 건물주를 대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현실에서 정부에 고통을 호소하는 것’이라고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했다”고 꼬집었다. 

동아일보는 이어 “경제를 생각한다면 최저임금 인상의 후폭풍을 기업과 시장에 떠넘기기보다 인상 속도에 더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정부가 가야 할 길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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