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가 16일 서울 성북구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사무실에서 최저임금 인상안 관련 전체회의를 하기 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편의점주들이 가맹본부에 대한 가맹수수료 인하 요구를 꺼내들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반발로 단체휴업까지 선언했던 점주들의 화살이 가맹본부를 향해 방향을 바꾸면서, GS리테일·BGF리테일 등 주요 가맹본부들의 대응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업종별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가맹수수료 인하 ▲근접 출점 중단 ▲정부 대신 걷는 세금에 대한 카드수수료 대책 등을 요구했다. 이어 “국민의 불편과 물가인상을 초래하는 단체 행동을 일방적으로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동휴업 ▲심야할증 ▲카드결제 거부 등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강도 높은 대응은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전편협의 이번 기자회견은 최저임금 논란이 “을대 을의 싸움”으로 비화하고 있다는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이후 소상공인들의 최저임금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노동계·시민단체를 비롯한 일부 언론에서는 건물주와 가맹본부 등 ‘갑’들의 문제는 제쳐두고 ‘을’끼리 싸움을 부추기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전편협 또한 이러한 여론을 인식하고 최저임금 인상안 자체보다는 정부에 가맹본부에 대한 책임분담을 요구하고 나선 것.

실제로 가맹수수료는 인건비 이상으로 편의점주들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지적돼왔다. 국내 편의점가맹사업자가 점주들로부터 매월 받는 수수료는 매출 총이익의 약 30~40% 수준이다. 점주의 초기 투자비용 및 영업시간에 따라 비율이 달라지지만 CU와 GS25 모두 점포당 수익에서 최저 20%에서 최고 50%를 가져간다.

편의점주들은 가맹수수료 인하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을 ‘갑’인 가맹본부가 함께 나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아베 정부가 최저임금 및 최저시급 인상안을 내놓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세븐&아이 홀딩스가 오는 9월부터 가맹수수료를 1% 인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훼미리마트 또한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점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상품폐기 및 수도광열비를 본사가 부담하고 점포당 매달 10만엔의 보조금을 지금하는 방안을 지난 2016년 시행했다.

반면 국내 가맹본부의 경우 가맹수수료 인하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영업이익률이 1~4% 수준으로 인하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것. 가맹본부 측 관계자들은 최저임금으로 인한 문제는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며, 수수료 인하를 비롯한 점포 지원 확대가 오히려 신사업 투자 여력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가맹본부가 점포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여력이 없는 것일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업계의 두 강자인 CU(BGF리테일)와 GS25(GS리테일)의 연 매출은 매년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2014년~2016년 3년간 GS리테일의 편의점 사업부문 매출은 3조5021억원에서 5조6027억원으로 무려 60%나 상승했다. 영업이익 또한 1106억원에서 2132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편의점 사업부문을 BGF리테일로 분할한 BGF가 CU 브랜드로 올린 매출은 같은 기간 3조3031억원에서 4조9413억원으로 약 50% 증가했으며, 영업이익 또한 1125억원에서 1970억원으로 75% 늘어났다.

이는 두 업체 외의 다른 편의점가맹본부를 합쳐도 마찬가지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3년간 편의점업계의 총 매출은 2015년 26.5%, 2016년 18.2%, 지난해 10.9%로 매년 두자리수의 성장률을 보여왔다. 대형마트(-0.1%), 백화점(1.4%) 등 타 유통업계의 지난해 성장세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GS리테일 편의점 사업부문의 경우 지난해 업계 최초로 매출액이 6조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률은 다소 감소했지만 업계 최고 수준인 209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가맹본부가 매출 신장에 미소를 지을 동안 개별 점주들은 매출 하락으로 인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 업계의 점포당 매출은 1월을 제외하면 매달 2~5% 가량의 감소세를 보였다. 올해 2월부터는 매출증감율이 플러스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지난 3월 2%를 기록했을 뿐 1%를 넘었던 달이 없다. 당장 지난 5월 매출 증감율은 겨우 0.1% 수준이다.

편의점주들은 가맹본부가 가맹수수료 수익을 증가시키기 위해 과도하게 공격적인 출점 경쟁을 반복하면서 이같은 상황이 초래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2016년 3년 간 편의점 증가율은 매년 6.20%, 15.29%, 14.19%를 기록했다. 좁은 영업범위 내에 점포가 과밀화되고 있음에도 과도한 출점 경쟁이 지속됐던 것. 신규개점수 또한 같은 기간 3833개에서 5755개, 6324개로 매년 증가했다. 신규점포 수가 늘어날수록 가맹본부의 매출과 수익은 늘어났지만, 편의점 과밀화로 인한 손실은 고스란히 점주들의 몫이 됐다.

편의점이 활성화된 일본의 경우도 국내에 비해 편의점 과밀화 정도가 이렇게 심하지는 않다. 일반적으로 업계에서는 점포당 인구수 2500명을 편의점 시장의 성숙기로 인식하고 있다. 일본의 점포당 인구수는 약 2270명으로 점포수가 상당히 많은 편이지만, 점포당 인구수가 1370명 수준인 국내 사정에 비하면 낫다. 일본의 편의점 가맹본부들이 우리보다 높은 수익분배율을 유지하면서도 점주들에게 불만이 사지 않는 이유다. 반면 우리나라의 전국 편의점 점포 수는 현재 4만 개를 넘어섰다. 가맹본부들의 지나친 출점 욕심으로 인해 결국 수수료율 인하나 지원금 증액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오게 된 것.

한편 매출이 성장하면서 가맹본부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배당금 규모는 크게 늘어났다. GS리테일의 현금배당은 2014년 462억원에서 2016년 847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 기간 GS리테일의 배당성향은 2014년 41.5%, 2015년 39.9%, 2016년 30.9%로 감소했지만, 지난해 국내 상장사 평균 배당성향(16.2%)의 두 배를 초과한다. BGF리테일의 경우 GS리테일에 비해 배당성향은 낮은 편이지만, 2014년 14.5%에서 2016년 21.6%로 증가했다. 배당금 역시 같은 기간 148억원에서 396억원으로 2.7배나 늘어났다.

특히 투자·사업부문을 분할하며 지주사 전환에 나선 BGF리테일의 경우, 이건희 삼성 회장의 처남인 홍석조 회장이 대주주로 3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GS리테일의 경우 지주사인 (주)GS가 65.75%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지주사 지분은 허창수 회장 일가가 주요 주주로 약 45%를 보유하고 있다. 근접 출점을 통해 점주들에게 피해를 끼치면서 매출을 신장시켜 오너일가가 배당 수익을 챙겼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편의점주들은 개별 점포의 손실을 강요하는 근접 출점을 막아달라며 정부에 호소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 또한 “공정위는 최저임금 상승으로 늘어나는 가맹점주의 부담을 덜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며 올 하반기 200여개 가맹본부에 대한 대대적 조사를 예고했다. ‘을’들의 전쟁으로 비화될 뻔한 최저임금 논란이 결국 ‘갑’에게 향하게 된 셈. 편의점주들의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방관해온 가맹본부가 최근의 논란에 어떻게 대응할 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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