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서울시가 도시재생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코리아뉴스타임> 취재 결과, 주민들이 느끼는 '도시 재생'의 체감 정도는 서울시의 기대와 크게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도시재생사업이 삐꺽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현장에서 그 목소리를 들었다.

서울시가 도시재생사업을 벌이는 목적은 ▲지역 정체성 강화 및 공동체 회복, ▲사람 중심의 기반시설 확충을 통한 시민의 삶의 질 제고 등이다. 또 ▲낙후 지역 중 정비사업 추진이 어려운 지역을 중심으로 역사·문화 자원을 활용한 지역 명소화, ▲인적 자원을 활용한 공동체 활성화, ▲고령자 등 보행 약자를 배려하는 사람 친화적 공간 개선을 위한 것이다.

기자는 서울시 도시재생 사업이 제대로 안착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동작구청에 문의했다. 동작구청 담당부서는 도시재생 성공사례로 상도 4동을 추전했다. 상도 4동은 최근 도시재생사업이 막바지에 접어든 곳이다.

상도동이라는 마을 이름은 과거 상여꾼이 집단으로 거주해 ‘상투굴’이라고 칭하던 데서 유래됐다. 상도4동은 1960년대에 주거지로 성장한 지역으로, 낡은 저층 주택과 좁은 골목길, 오래된 주민 공동체 등 서울 저층 주거지의 대표적 특성을 지닌 지역이다. 뿐만 아니라 상도4동은 1980년대부터 개발 정체 및 노후화가 시작돼 최근 경제적 쇠퇴를 보이고 있다.

동작구청에 따르면 상도4동은 2015년 165억원 규모의 사업비로 도시재생이 시작됐고, 올해를 끝으로 사업이 종료된다. 상도4동 도시재생계획은 ‘준비단계’, ‘계획수립단계’, ‘사업실행단계’, ‘자력재생단계’ 등 4단계로 나뉘는데, 현재는 사업실행 단계에 있다. 이 단계가 끝나면 상도4동은 주민들이 힘을 모아 자력재생을 이끌어야 한다.

상도4동주민센터 부근.

기자는 15일 오전 11시 상도4동을 찾았다. 활기찬 분위기를 기대했지만, 상도4동의 모습은 동작구청이 설명한 ‘재생’과는 거리가 멀었다. 거리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 상가들이 영업 중인 곳보다 더 많아 보였다.

잠시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마을 중심에 조성된 쌈지공원을 찾았다. 공원에는 담배꽁초와 화장품 껍데기 등 각종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고, 의자와 난간은 삐걱거리고 벌레들이 제 집 마냥 둥지를 틀고 있었다. 앉을 엄두가 나지 않아 포기하고 주민들을 찾아나섰다. 도시재생사업에 관한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싶어서였다.

상도4동 쌈지공원.

상도4동 주민센터 인근에 위치한 ‘너랑 나랑 상도 사랑방’을 찾았다. 동작구청에 따르면 이 사랑방은 연중무휴 24시간 열려있으며, 모든 상도4동 주민들이 항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뜻밖에도 사랑방의 문은 닫혀 있었다. 유리문 너머로 내부를 살펴보니 망가져서 다리만 남은 테이블, 쓰레기 뭉치 등이 널려 있었다. 주변을 지나가는 주민을 붙들고 사랑방이 닫혀있는 이유를 물어봤다. 주민 A씨는 “일부 주민들만 열쇠를 가지고 있어 대다수 주민들은 들어가지 못한다”고 답했다.

 A씨는 사랑방에 대해 “초창기에는 주민들이 종종 이용하던 시설이었지만, 관리자도 없고 점차 발길이 끊기면서 사전에 신청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돼버렸다. 열쇠를 가진 일부 주민들이 늦은 밤에 모여 함께 술을 마시거나 흡연장소로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도시재생사업에 대해 “왜 하는지 모르겠다. 도시재생사업 이후 골목이 더 더러워졌다. 사랑방 월세도 100만원은 족히 될 텐데 방치돼 있다시피 해 세금이 아깝다. 특히 예산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공개하지 않아, 사업에 공감하는 주민들보다 비판하는 주민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A씨는 허울뿐인 도시재생사업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상도4동에 30년 넘게 살고 있지만, 이런 황당한 사업은 처음이다. 주민들의 의사도 반영하지 않는 이 사업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모르겠다”며 “예산을 놀이터나 유치원에 CCTV를 설치하거나, 주민들 대상으로 쓰레기 분리수거 교육을 실시하는 등 실생활에 밀접한 방향으로 사용하는 게 더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자는 다른 주민들의 의견도 듣기 위해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던 중 후미진 골목에서 담벼락 그늘에 쉬고 있던 주민 2명을 만났다.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의견을 묻자 B씨는 “도시재생은 실패다. 이곳을 둘러보라. 주민센터 주변만 깨끗하게 정비하면 뭐하나. 이곳은 보도블록 사이에 낀 잡초들이나 짐승들 배설물, 쓰레기들로 뒤덮여 엉망진창이다. 도시재생은 허울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C씨는 찬성하는 쪽이었다. C씨는 “도시재생사업과 관련해서 기억에 남는 행사가 딱 하나 있다. 지난해 여름에 열렸던 골목영화제다. 이웃들과 계단에 앉아 시원한 맥주 한 캔 하면서 영화를 볼 수 있어 즐거웠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나는 도시재생사업을 응원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자가 만난 또 다른 주민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주민들은 “솔직히 도시재생이 뭔지도 모르겠고, 사업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체감하지 못 하겠다” “도시재생 한답시고 세금 낭비만 안 했으면 좋겠다” 등의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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