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백남기씨 유족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기정 자유청년연합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차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단식농성 중인 세월호 유족들 앞에서 음식을 먹으며 조롱하던 보수단체에게 삼성이 지원금을 제공한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해당 단체는 과거 과도한 정치집회와 무고를 일삼아 온 것으로 알려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지난 22일, 2014년 9월 세월호 단식농성을 조롱하는 ‘폭식투쟁’ 참가 단체에게 삼성이 전경련을 통해 우회하는 방식으로 수천만원의 자금을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단체의 이름은 자유청년연합. ‘보수를 지향하는 청년단체’ 조직을 목적으로 2011년 결성된 이 단체는 2014년 세월호 폭식투쟁으로 이름을 알린 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크고 작은 정치집회에 참가해왔다.

◇ 특검 해체 집회에 기자 폭행까지

자유청년연합은 지난해 2월 박사모, 엄마부대 등 친박단체 회원들과 함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담당 중이던 박영수 특별검사의 자택에 찾아가 특검 해체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당시 자유청년연합 장기정 대표는 연단에서 알루미늄 방망이를 휘두르며 “말로 하면 안 된다. 이 ××들은 몽둥이 맛을 봐야한다”며 폭언을 쏟아냈다. 박 특검의 부인이 자택에서 과격 집회를 지켜보다 충격을 받고 혼절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또한 이 단체는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에도 소속돼있다. 당시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 차량 위로 뛰어올라 몽둥이를 휘두르고 기자를 폭행하는 등 과격행위를 일삼았으며, 집회도중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기까지 했다.

◇ 피해자 조롱에 대상 가리지 않는 고발 행진

자유청년연합은 과격 집회 외에도 정치적 목적에 의한 무차별 고소로 입길에 오른 바 있다. 이 단체는 지난 2013년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를 지원하는 불법 선거운동을 펼쳤다는 혐의로 전국공무원노조를 고발한 이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의혹을 인터넷에 유포한 조웅 목사, 박 전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에 대해 보도한 산케이신문 가토 타스야 서울지국장, 세월호 구조작업에 참여한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 JTBC 손석희 사장,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 이상규·김미희 전 통진당 의원 등을 고발해왔다. 안철수 당시 대선 후보도 자유청년연합의 고발 명단에서 피해가지 못했다. 2012년 이 단체에게 고발당한 안 후보의 혐의는 “북한에 백신을 무단으로 제공했다”는 것이었다.

18대 대선 이후에도 박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단체나 개인에 대한 고발은 계속됐다. 2015년에는 자유통일연대와 합동으로 이석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 및 위원 8명을 고발했다. 이유는 박 전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 행적에 대한 조사에 찬성했다는 것. 자유청년연합은 이 위원장 및 특조위원들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 백남기 유족도 고발당해

2015년 민중총궐기 투쟁대회에서 물대포를 맞고 사망한 고 백남기씨의 유족들도 이 단체의 표적이 됐다. 자유청년연합은 2016년 10월, 고인의 딸 백민주화씨 등 4명을 “적극적 치료를 거부하고 소극적 연명 치료에 의존해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부작위법 위반 혐의로 검찰 고발했다. 장 대표는 “부친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자녀들의 당연한 의무를 해태한 것으로 이는 윤리적 차원에서는 반인륜적인 행태”라며 유가족을 비난했다.

유가족 또한 장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유가족은 장 대표가 지난 2016년 10월, 인터넷, SNS 등에 “아버지는 중환자실에서 헤메고 있는데 딸은 해외여행 가고, 적극적 치료를 거부하고 진단을 믿지 못한다며 불법시위를 선동하고 있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올려 유가족을 모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1차 공판에서 “사실과 견해가 혼재됐고 사실이라도 공공이익을 위한 표현”이라며 혐의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청년연합 장기정 대표는 지난 2004년 자유개척청년단 부대표로 광화문에서 인공기 화형식에 참여한 이래 지속적으로 보수단체 활동에 매진해왔다. 하지만 과격 집회와 발언, 무고에 이어 삼성으로 부터의 후원 의혹까지 제기되며 궁지에 몰리게 됐다. 장 대표는 삼성으로부터의 지원 여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으나, 23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국정교과서를 지지하고 '좌파' 교과서를 비난하는 글을 공유하는 등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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