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과 구글 자회사인 '네스트'의 상품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사진=비즈니스인사이더 홈페이지 캡처>

[이코리아] 아마존이 최근 구글 자회사에서 생산한 제품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스마트홈·사물인터넷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기위한 두 거대 기업간의 전쟁이 시작됐다며 향후 갈등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난 2일(현지시간), 아마존이 최근 구글의 하드웨어 사업 부문 자회사인 네스트(Nest)의 신규 제품을 더 이상 아마존닷컴 상품목록에 올리지 않겠다고 통보한 사실을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아마존 관계자는 네스트 측과의 통화에서 이번 결정은 네스트 측 제품 상의 결함이 아닌 ‘위로부터의 결정’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조스의 판단이라는 것. 아마존 측의 통보를 받은 네스트는 곧 아마존에서 자사 상품을 더 이상 판매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아마존의 이번 결정이 단순한 갈등이 아닌, 인공지능 비서 플랫폼을 활용한 스마트홈 생태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구글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분석하고 있다. 야심차게 준비해온 스마트폰 및 태블릿 분야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아마존은 현재 자사 인공지능 비서 플랫폼 ‘알렉사’를 중심으로 스마트홈 시장에 전력을 쏟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구글이 후발 주자로 치고올라오면서, 경쟁사를 압박하기 위해 네스트 제품 판매 중단이라는 강수를 뒀다는 것.

온라인 유통과 검색·웹서비스라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약 중인 두 기업이지만 최근에는 의외로 여러 분야에서 경쟁하며 갈등관계가 악화되고 있다. 아마존이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유통분야를 위협하기 위해 구글은 지난 2013년 배송서비스인 ‘구글익스프레스’를 출시하고 타겟·월마트 등 기존 유통업체와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서도 아마존이 2006년 ‘아마존 AWS'를 출시하며 앞서나갔지만, 구글도 세계 각지에 데이터센터를 건립하며 아마존의 기존 고객인 애플, 스포티파이, 코카콜라 등을 끌어들였다.

아마존을 추격하는 구글의 움직임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스마트홈 분야로 퍼지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12월 아마존의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쇼’와 스트리밍서비스 ‘파이어TV’에 더 이상 유튜브 컨텐츠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자사 인공지능 스피커인 ‘구글홈’의 최신 모델을 선보이며 스마트홈 분야에서 도전장을 던졌다.

스마트홈은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사람의 개입없이도 가전기기가 서로 소통하며 작업을 수행하는 신개념 시스템을 의미한다. 단순히 음성인식을 통해 조명이나 냉난방을 제어하는 것을 넘어서, 주인의 지시가 없이도 가전제품들이 알아서 떨어진 비품을 주문하거나 청소·세탁 등의 가사를 수행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문제는 이러한 스마트홈 시장에서 양 사가 자사 제품을 통한 생태계 구축을 위해 폐쇄적인 전략으로 대립하고 있다는 것. 스마트홈 기기는 아마존의 ‘알렉사’같은 인공지능 플랫폼을 활용하며, 이 때문에 특정 기업의 스마트홈 기기를 구입할 경우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는 기기를 추가구매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스마트홈 기기가 떨어진 가정 비품을 새로 구매하는 경우에도 구글 제품은 구글쇼핑을, 아마존 제품은 아마존을 통해 결제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스마트홈 매출은 단순히 해당 분야 매출이 아닌 기업 전체의 매출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이 때문에 구글과 아마존은 차세대 먹거리로 지목되는 스마트홈 분야에서 상호호환성을 키우기보다는 폐쇄적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특히 스마트홈 같은 신규 산업에서 고객을 선점하는 것은 향후 막대한 차이를 불러오기 때문에, 양 사 모두 초반 기선제압에 전력을 쏟는 분위기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회장은 지난 2014년 “많은 사람들이 우리 경쟁상대가 빙이나 야후라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가장 큰 경쟁상대는 아마존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구글은 현재 스마트 스피커 시장 약 30% 수준으로 70%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아마존을 추격하고 있는 상태다. 아마존 또한 유튜브 제공 중단 등 구글의 치열한 도전에 대해 네스트 상품 판매 중단으로 응전했다. 스마트홈 시장을 둘러싼 양 사의 전쟁이 어떤 결과에 다다를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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