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환노위 소회의실에서 진행된 근로시간단축 법안통과관련 환노위원장과 3당간사 기자간담회에서 홍영표 위원장(좌측 두번째)과 3당 간사가 손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국회환경노동위원회가 지난 27일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그동안 논의돼왔던 근로시간 단축이 기정사실화됐다. 이번 개정안은 근로시간을 기존 주당 68시간에서 주당 52시간으로 줄이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이전 정부에서 ‘주 5일 52시간 근무’로 행정해석을 내리면서 주말 2일간 16시간의 연장근로가 가능했던 것을, ‘주 7일 52시간 근무’로 바로잡은 결과다. 

‘저녁있는 삶’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꼽혀왔던 근로시간 단축이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노동계 반응이 환영 일색인 것은 아니다. 이번 개정안이 전체 근로자에게 모두 일괄 적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 특히 근로기준법 59조에 따라 연장근로가 가능한 특례 업종 전체가 일괄 폐지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현행 26종의 특례 업종 중 육상운송업,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기타운송서비스업, 보건업 등 5종을 제외한 21종은 폐지될 예정이다. 육상운송업 중에서도 잦은 대형 사고로 논란이 됐던 노선버스업은 특례 업종에서 제외된다. 노선버스업 근로자들은 2일 근무 후 1일 쉬는 ‘복격일제’ 등 잘못된 근무관행으로 인해 제대로 된 수면도 취하지 못한 채 장시간 운전에 내몰려 사고의 위험에 노출돼왔다. 

하지만 버스와 함께 대중교통을 책임지고 있는 택시업의 경우 오랫동안 특례업종 제외를 요구해왔으나 이번 개정안에서는 반영되지 않아 진통이 예상된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등은 지난해 8월 공식 성명을 통해 “한 번의 사고로 많은 사상자를 내는 버스는 근로시간특례에서 제외하고, 매년 여러 번 사고로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는 택시가 근로시간특례를 유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한 바 있다. 택시노조는 택시기사들이 교대자 없이 1인 1차로 운행하는 경우가 많아 하루 평균 13~15시간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6년 기준 전체 육상운송업 종사자 92만1743명중 버스운송업 종사자는 14만7060명으로 약 16.0%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택시운송업 종사자는 28만4920명(30.9%), 화물운송업 종사자는 43만4826명(47.2%)이다. 노선버스업을 제외한 기타 운송업 분야가 특례 업종으로 남겨지면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온 육상운송업 종사자 대부분은 이번 개정안에 따른 혜택을 누리기 어렵게 됐다. 

또한 최근 ‘태움’ 문화로 인한 간호사 자살사건으로 논란이 된 보건업도 특례 업종으로 남게 됐다. 현업 종사자들은 병원들이 장시간 근로가 가능한 특례업종이라는 점을 악용해 간호인력 충원 없이 소수의 인원으로 교대제를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문제가 태움 문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소수 인력으로 업무를 감당하다보니 결혼, 출산, 휴가 일정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하기도 어려울뿐더러, 과도한 초과근무로 발생하는 스트레스가 근무자 간의 내부 갈등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보건업의 특례업종 제외는 간호사들의 과도한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한 수였지만 이번 개정안에 반영되지 못하면서 논의가 미뤄지게 됐다.

이 밖에도 노동계는 휴일연장근로에 대한 200% 중복할증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과 5인 미만 사업장을 예외로 둔 것 등을 이번 개정안의 아쉬운 점으로 꼽고 있다. 지난 2010년 경기도 성남·안양시 퇴직 환경미화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1심과 2심 모두 휴일연장근로에 대해 200%의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을 내리며 노동계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아직 대법원의 결정이 남아있지만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법원 판단과는 달리 150% 지급으로 결론을 내렸다. 

또한 영세기업에 가해질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5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서는 이번 근로시간 단축안을 적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는 307만2901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약 18%에 해당한다. 5인 미만 영세 사업장 근로자들이 장시간 노동에 있어 가장 취약한 집단임을 고려하면, 이들이 개정된 법률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한편, 여당은 이번 개정안이 완벽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며 차후 보완해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28일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며 “사회적 대화를 꾸준히 이어가며 절충점을 찾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영표 환경노동위원장 또한 이날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영세 사업장의 임금 지불 능력 부족으로 예외를 둘 수밖에 없었다며 “계속 그렇게 갈 수는 없다고 본다. 일정 시점에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되도록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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