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응원단이 7일 오전 경의선 육로를 통해 경기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로 입경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최근 언론사간 취재 경쟁이 지나쳐 사생활 영역까지 예사로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북한 응원단 화장실 보도다. 연합뉴스는 지난 7일 방한한 북한 응원단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연합뉴스는 북한 응원단이 묵호항에서 강릉 공연장으로 이동하던 중 가평휴게소에 들러 화장실을 이용하는 모습을 촬영했다. 해당 사진들은 여성단원들이 여자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고치거나, 화장실 앞에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어 사생활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연합뉴스는 해당 사진을 “북한 응원단이 궁금한 시민”, “미녀응원단은 대화 중” 등의 제목을 붙여 보도하면서,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전혀 없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비판이 일자 연합뉴스는 해당 사진을 삭제했으나 누리꾼들은 언론의 사생활 침해가 도를 넘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언론의 사생활 침해 문제는 최근 들어 점차 심해지고 있는 추세다. 언론중재위원회에 따르면 사생활 침해문제로 시정권고를 받은 사례는 2015년 92건에서 2016년 134건, 2017년 217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전체 시정권고 사례 중 사생활 침해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 14.7%였지만 2017년에는 21.0%로 크게 늘었다. 이는 피의자·피고인 신원공개로 인한 시정권고(280건, 27.1%) 다음으로 높은 것이다.

언론 사생활 침해 사례는 최근 발생한 재해재난 보도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 11월 포항 지진으로 대규모 이재민이 발생하자 각 언론들은 앞다투어 대피소 등을 취재하며 이재민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이 과정에서 이재민들의 동의 없이 촬영이 이뤄지거나, 신원이 밝혀질 수 있는 정보가 사진에 포함되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 자극적인 보도를 중시하다보니 피해자 입장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 것.

화장실 무단 촬영의 원조는 따로 있다. JTBC는 지난해 7월 여름철 손 위생에 대해 보도하면서 화장실 사용 후 손을 씻지 않는 시민들을 몰래 촬영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특히 카메라 위치 때문에 세면대 뒤쪽에서 소변을 보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여과없이 방송돼 시청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JTBC는 당시 “해당 장면은 몰래 촬영한 것이 아니라, 시민단체 화장실문화시민연대와 협조해 지하철 역사의 동의를 구하고 10분간 진행 된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시민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밝혀 오히려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언론의 사생활 침해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누리꾼들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누리꾼은 “미투운동이 번지는 시기에 이런 기사가 올라올 줄은 몰랐다”며 “여혐 기사”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집단 관음증도 아니고 여자화장실에 사진기를 들이밀 수가 있나”라며 “기자들 화장실 풍경도 같이 보도하라”고 꼬집었다.

언론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CBS 변상욱 대기자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보도내용이 ‘충분한 공익성’을 위한 것이 아니거나, 공익차원이라고 해도 ‘사생활 영역’에 속하는 장소에서 동의없이 촬영한 행위는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의 애나 파이필드 도쿄지국장 또한 자신의 트위터에서 “정말 역겹다. 이래서 ‘기레기’라고 하는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