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한 정형식 판사에 대해 특별감사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빠르고 늘고 있다. <이코리아> 분석 결과 청와대 국민게시판 제도가 시행된 후 국민들의 참여 속도가 가장 빠른 청원은 1위 정형식 판사 특별감사, 2위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평창올림픽 위원직 파면 요구로 확인됐다.

지난 5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 판사를 성토하며 사퇴를 요구하는 청원이 수백개 이상 올라왔다. 정 판사가 2심에서 이 부회장의 혐의 대부분을 파기하며 징역5년을 선고한 1심보다 형량이 낮은 징역2년6개월, 집행유예4년을 선고한데 대한 반발 여론이 들끓었기 때문.

이중 가장 많은 참여인원이 동의를 표한 것은 “정형식 판사에 대해서 이 판결과 그 동안 판결에 대한 특별 감사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다. 청원인은 이 글에서 “국민의 상식을 무시하고 정의와 국민을 무시하고 기업에 대해 읍조리며 이러한 부정직한 판결을 하는 판사에 대해서 감사가 필요하다”며 정 판사의 과거 판결까지 포함해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청원 글에는 2월 7일 오전 11시 20분 현재 16만3595명의 인원이 참여했다. 게시된 지 2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이 정도의 인원이 참여한 것은 청와대가 국민청원게시판 제도를 운영한 이래 가장 빠른 추세다. 기간을 고려하면 하루에 8만명 이상이 동의한 셈이다. 현재까지 청와대의 답변 요건(한 달간 20만명 이상의 동의)을 갖춘 국민청원은 답변 대기 중인 청원까지 합해 모두 12건이다. 이중 정 판사 특별감사 요구 청원과 같은 속도로 참여인원이 늘어난 경우는 찾기 쉽지 않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 중 답변 요건(1개월 간 20만명 참여)을 충족한 청원 목록.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올림픽위원직 파면 요구가 가장 높은 참여도를 보이고 있다. <자료=청와대 홈페이지>

12건 중 가장 참여인원이 많았던 청원은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으로 무려 61만5354명이 동의를 표했다. 아동 강간 상해혐의로 복역중인 조두순이 출소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재심을 요구하며 출소 반대를 외치는 여론이 확산된 것. 참여인원 21만6774명을 기록한 ‘주취감형 폐지’ 청원도 이와 관련된 것으로, 조두순 사건은 역대 국민청원 중 가장 높은 관심을 받은 사례다. 하지만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은 지난해 9월 6일부터 12월 5일까지 91일간 진행된 것으로 1일당 참여인원은 6762.1명 정도다.

청와대 답변이 완료된 청원 중 참여인원이 늘어나는 속도가 가장 빨랐던 것은 권역외상센터 지원 청원이다. 이 청원은 지난해 11월 이국종 교수가 귀순한 북한 병사 오청성씨를 치료하면서 응급의료기관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지지가 높아진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한 달 간 28만1985명의 인원이 참여했으며 1일 당 참여자 수는 9096.3명이다.

청와대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청원 중에서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평창올림픽 위원직 파면 요구가 가장 참여도가 높다. 나 의원이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우려하며 IOC, IPC에 단일팀 반대 서한을 보낸 것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이 청원은 지난 1월 20일 게시된 후 19일째인 오늘까지 32만5338명의 동의를 받았다. 석 달 간 진행된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을 제외하면 현재까지 30만명을 돌파한 국민청원은 단 한 건도 없다. 나 의원 파면 요구 청원의 1일 참여인원 수는 1만7123.1명으로 권역외상센터 청원의 두 배에 가까운 속도를 보이고 있다.

정 판사 특별검사 청원은 나 의원 파면요구 청원에 비해서도 한층 더 빠른 속도로 참여인원이 늘어나고 있어 또다시 30만명을 돌파한 청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대부분의 청원이 초반에 높은 속도로 참여인원이 늘어나는 반면 시간이 지날수록 관심이 떨어지는 것을 고려할 때 섣불리 판단하기는 이르다. 지난해 11월 10일 게시된 이명박 전 대통령 출국 금지 청원의 경우 12일 오전 11시경 참여인원 7만명을 돌파하며 빠른 속도를 보였지만, 청원기간이 만료된 후 총 참여인원은 10만5942명으로 결국 답변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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