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심 판결을 두고 언론 보도가 첨예하게 엇갈렸다. 보수 성향의 언론들은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며 이번 판결을 환영하고 있으나, 진보 성향의 언론들은 ‘유전무죄’라며 판결을 강하게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6일 1면에 “이재용 '정경유착 굴레'서 풀려났다”라는 제목의 머리기사를 올리고 재판부의 결정을 지지하는 입장을 보였다. 이 부회장에게 씌워진 혐의는 대부분 부당하며, 2심 재판부의 판결로 인해 이러한 잘못이 바로잡혔다는 것. 조선일보는 이날 “이재용 사건, 피해자를 범죄자 만든 것 아닌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도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 판결에 대해 “판사가 증거가 아니라 다른 사람 마음을 들여다보고 '마음속 청탁'을 발견했다는 것은 다시는 있어선 안 될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사건의 본질이 박 전 대통령에 의한 “강요 내지 공갈”에 가까우며, 이를 “기업의 뇌물 상납”으로 바꾸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중앙일보도 “법원 ‘정경유착 없었다’ 이재용 석방”이라는 제목의 머리기사를 1면에 보도하며 이 부회장 석방에 대해 우호적인 논조를 보였다.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 “이재용 집유 … 법리와 상식에 따른 사법부 판단 존중해야”에서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무엇을 어떻게 부탁했는지’를 법정에서 설명하지 못했다”며 부정청탁 혐의를 내세운 특검팀의 수사를 ‘억지 수사’라고 비난했다. 또한 2심 판결에 대해서도 “이번 항소심 판결은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은 물론 철저한 법리와 증거에 따른 합리적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주요 경제지들 또한 2심 판결을 반기는 한편, 이 부회장의 석방이 삼성그룹 성장에 일조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울경제는 “이재용 석방, 삼성 제3창업 나선다”를 1면 머리기사로, “이재용 이제는 앞만 보고 뛰어라”를 사설로 내보냈다. 서울경제는 사설에서 “이번 판결은 기업을 희생양으로 삼는 정치권력의 반시장 행태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 크다”며 이 부회장을 억울한 피해자로 묘사했다. 매일경제도 “감형협상 거부하고 정면돌파... 세심히 살피며 살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며 이 부회장이 부당한 혐의를 벗었다고 보도했다. 매일경제는 또 사설 “삼성은 심기일전해서 글로벌 정도 경영에 매진하길”에서는 “올해 들어 삼성전자 주가는 계속 곤두박질치고 있다. … 이 부회장의 부재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며 이 부회장의 구속이 삼성 주가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향신문은 이날 “이재용 집행유예는 재벌 봐주기, 납득 못한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판결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경향신문은“삼성 재판을 지켜보았던 시민의 눈높이에서는 납득이 가지 않는 판결”이라며 “재판부는 쟁점이 되었던 사안 대부분에 이 부회장의 손을 들어주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수첩과 메모는 사초 수준이라고 말할 정도로 내용이 구체적이고 방대하다. 법원이 이를 증거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이번 판결은 정경유착을 끊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발로 차버렸다. 이런 판에 앞으로 재벌과 권력 간 줄대기가 멈출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도 이날 “이재용 면죄부… ‘삼성이 겁박당한 뇌물사건’ 변질”이라는 기사를 내고, 2심 재판부가 “삼성의 피해자 코스프레를 사실상 공인해줬다”며 “‘사법정의의 시계추’를 2016년 국정농단 이전으로 되돌린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사설 “이재용 ‘솜방망이 판결’, 유전무죄 부활인가”에서도 부정청탁을 강요에 못이긴 수동적 뇌물공여로 본 재판부 해석을 문제삼았다. 한겨레는 “아무 현안이 없는데 대통령이 ‘겁박’한다고 수십억원을 그냥 퍼줬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약하다”며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과 뇌물공여의 연관성을 재차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2심 판결에 대해 비교적 객관적인 보도 자세를 견지했다. 한국일보는 이날 “이재용, 강요에 의한 피해자로 판단… 180도 다른 판결”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1심에서 인정된 주요 혐의가 2심에서 파기된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이 기사에서 재판부가 안 전 수석의 수첩과 청와대 캐비닛 문건의 증거능력까지 부정한 것은 “삼성 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증거 없다며 특검 주장 배척한 이재용 집행유예 선고”에서도 이번 판결이 이 부회장 측 주장을 대부분 수용했다며 “일반적인 법 감정과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2심 재판이 과거와는 달리 날카로운 국민 여론 하에서 이뤄졌음을 지적하며 재판부의 “삼성 봐주기”라는 의혹에 대해서는 거리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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