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산업혁명이란 개념은 독일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그러나, 미국은 이미 2차와 3차 산업혁명을 선도해왔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R&D투자를 하고 있다. 미국의 기술력과 창업가정신은 이민자들의 지적능력과 융합하여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패권전쟁에서도 우위를 차지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필자는 2009년 실리콘밸리에 데이터복구와 LCD제조 및 수리를 주업으로 하는 현지법인을 설립하였다. 법인운영에 필요한 각종 인허가를 획득 하였으며, 국세청과 주정부가 요구하는 회계업무를 진행했다. 발로 뛰는 영업으로 실리콘밸리에 200개 이상의 거래처를 확보하였고 멕시코, 콜롬비아, 브라질 등에도 공장을 건설하며 업무를 확장했다. 이글에서는 필자가 경험한 실리콘밸리의 우수한 투자환경과 미국의 창업가정신에 대하여 알아보고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응하는 미국의 국가 전략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대부분의 신생 스타트업과 이미 성장한 벤처기업이 미국 시장에 진출을 희망하는 이유는 미국이 세계최대의 시장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2017년 GDP가 1,600조원 정도라면 미국의 GDP는 2경원을 넘는다. 미국의 인구는 한국보다 6배가 많지만 GDP는 13배가 넘는다. 기술력 또한 뛰어나다 미국의 전기전자기술자협회 등 각종 단체의 활동은 산업 전체의 표준화를 선도한다. 미국은 이미 세계적으로 우수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의 20배가 넘는 400조원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매년 지불하고 있다.

레드우드시티. <사진출처=픽사베이>

혁신의 요람 실리콘밸리

필자가 근무한 캘리포니아주의 실리콘밸리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결합시키는 혁신적인 기업들이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실리콘밸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계곡은 아니다. 산마떼오와 산호세 카운티 양쪽의 산맥 가운데의 넓고 광활한 지역전체를 말한다. 실리콘이란 수식어는 이곳에 반도체 회사들이 모여 있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실리콘밸리는 페이스북의 본사가 있는 먼로파크에서, HP가 있는 빨로알또, 구글과 필자의 숙소가 있던 마운턴뷰, 야후가 있는 써니베일, 애도비가 있는 산호세, 애플이 있는 꾸뻐띠노까지 이어진다. 이곳의 애플, 구글, 페이스북에 고용된 사람은 12만명 정도지만 이들 3개 회사의 매출은 한국의 국가예산에 맞먹는 400조원에 가깝다. 이곳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첫째 스탠포드와 버클리 등에서 쏟아지는 세계적으로 우수한 인재, 둘째 연구성과로 축적된 기술력, 셋째 성공한 선배들로부터 쏟아지는 풍부한 자금력이 꼽힌다. 8개월 정도 거의 비가오지 않는 쾌청한 지중해성 기후, 서부의 도전정신과 창업가정신도 실리콘밸리의 성장에 한몫했다. 매년 앤젤투자가와 벤처캐피털은 25조원의 이상의 자금을 실리콘밸리와 인근의 샌프란시스코에 쏟아붙는다. 이 금액은 미국 내의 벤처캐피털 투자금액의 약 40%에 달한다. 한국에서는 자본가들이 돈이 있으면 부동산을 사지만, 미국인들은 과감하게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IT버블이 붕괴되기 전 필자의 사무실이 있던 산호세의 거리는 투자자들과 구직자들로 교통체증이 발생할 정도였다.

실리콘밸리의 또 다른 장점은 이민자가 가진 자금과 지적인 능력이다. 실제로 공무원들 중에는 중국인이 많기 때문에 필자는 인허가공무원, 운전면허감독관과 중국어 사용이 가능했고, 경찰서의 중고물품거래업 인허가에서는 스페인어 사용이 가능했다. 구글 본사가 있는 서니베일이나 인근의 식당, 택시에서는 데바나가리 문자와 힌디어 사용이 가능하며, 실리콘밸리의 중심가인 엘 까미노 레알에 즐비한 식당들의 주인은 한국인들이 다수이다. 현재 인도에서는 연간 공과대학을 졸업하는 사람들은 한국수능 응시자의 2배인 10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실리콘밸리는 이들 중 우수한 사람들을 뽑아 개발에 적극 활용한다. 구글의 CEO인 순다 피차이도 1972년 인도에서 태어났다. 실리콘밸리 창업기업 중 44% 이상은 모두 이민자들과 그 후손이 창업한 기업들이다.

 

실리콘밸리의 어두운 단면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으나 그러나, 어두운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성공한 실리콘밸리의 부자들은 인근 산속의 훌륭한 저택에 거주하지만 저임금 노동자들은 가족으로부터 떨어져 미국식 정글자본주의의 냉혹함을 몸소 체험하게 된다.

실리콘밸리에 인접한 오클랜드에서는 경찰이 지하철에서 큰 저항이 없는 흑인소년을 사살했고, 수시로 흑인폭동이 발생한다. 산호세에서 출발하여 산마떼오 카운티를 오가는 굴절버스는 심야에도 4시간 이상 운행하는데 추위를 피하는 노숙자들로 가득하다. 65세 이상의 노인이나 장애인에게 메디케어가 제공되지만 카이저 등이 제시한 2016년의 근로자 평균보험료 부담은 5,277달러 수준이다. 그러므로, 돈이 없는 사람과 유학생들은 아파도 참는 경우가 많다. 지진의 영향이 있지만, 저렴한 목재로 건축된 수십년에서 백년 된 주택들도 즐비하다. 첨단 IT기업건물을 제외하면 낡은 주택이 가득한 거리는 오래전 성장이 멈춘 도시처럼 느껴질 때도 많다. 세계 IT혁신의 중심이지만 한국의 4배 지역에 3천만명이 흩어져 사는 캘리포니아는 초고속인터넷을 빛의 속도로 유지할 수 없고, 기지국이 부족한 인근의 산에는 휴대폰이 터지지 않아 조난자들이 발생한다.

최근 중국이 혁신의 주체로 새롭게 등장하고 세계의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재정적인 부담으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고, 그 사이 중국은 세계에 큰 거인이 2명 있다는 ‘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를 인정할 것을 희망하지만 미국이 거부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기 쉽지 않은 것 중 하나는 소프트파워이다. 이는 실리콘밸리에서 한참 남쪽에 위치한 LA에서 제작되는 헐리우드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미국은 다양한 인종이 융합된 멜팅팟으로 북유럽의 신화와 동유럽의 예술, 아프리카의 춤과 음악, 네팔의 참선적인 요소와 중국의 무예를 자유롭게 활용한다. 그리고, 다양한 문화에서 생성된 수많은 말뭉치에서 풍부한 지식을 뽑아 활용하고 있다.

중국이 전세계 120여개국에 공자학원을 설립하여 자국문화와 한자 보급에 노력하지만 미국적 문화의 세계화는 중국이 달성할 수 없는 난제이다. 오히려 문화안보에 위기를 느낀 중국이 자국개봉 영화에 중국적 요소를 가미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이러한 영향은 인디펜던스데이 리써전스와 트랜스포머4를 보면 잘 나타난다. 혼자서 지구를 구하던 미국의 영웅들이 이제는 할 수 없이 중국인과 협력하며 인류를 구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도 창업의 바람이 거세지만, 미국의 창업가정신 교육은 훨씬 폭이 넓고 체계적이다. 국가경제교육연합(NCEE), 국가기업가정신교육재단(NFTE) 등에서 창업가정신을 보다 체계적으로 가르치며 계층간 이동을 지원한다. 매년 40만명 이상의 미국 대학생들이 창업이나 기업가 정신에 대하여 강의를 듣고 있으며 170개 이상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가 이들을 지원한다.미국의 창업가정신과 도전정신은 미국을 국경 너머 멕시코와 구별되는 별천지를 만들었다.

 

‘매뉴팩처링USA’ 각종 연구과제 지원

미국은 과학기술을 경제성장, 보건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혁신의 원동력으로 간주하고 있다. 미국은 4차 산업혁명관련 기술에서도 인공지능, 빅데이터, 나노기술, 로보틱스 등에서 이미 기술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연구를 결코 게을리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미국의 국방고등연구계획국은 인간의 뇌 수준을 구현하는 칩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2014년 창립된 인터넷산업콘소시움은 AT&T, GE, IBM, 인텔, 시스코 등이 주축이 된 단체로 상호협력하면서 혁신에 동참하고 있다.

미국의 제조업은 이미 다수가 아시아나 중남미로 이동한 경향이 있다. 그러나 미국은 제조업 부활을 이루어 고용을 재창출하려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정부는 ‘매뉴팩처링USA’를 모토로 과학재단(NSF), 국방부(DOD), 에너지부(DOE)의 제조업 관련 각종 연구과제를 지원하고 있으며, 스마트제조혁신 연구소 등 15개 이상의 연구기관들은 제조혁신을 위한 국가적 네트워크(NNMI)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사이버물리 시스템은 독일에서 발전된 개념이지만 미국에서도 정보기술연구개발네트웍(NITRD)을 통하여 이를 관리하고 있다.

로봇기술에 있어서 미국은 국가로봇이니셔티브(NRI 2.0)을 추진하여 로봇의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협업, 협동작업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만약 제조업에서 로봇의 자율적인 협업이 이루어진다면 관리자가 개별 로봇을 일일이 프로그램하지 않아도 로봇들은 자율적으로 협력하며 공정을 관리하여 제품을 효율적으로 생산하게 된다.

미국은 IT기술과 융합할 바이오 기술을 위해서 2013년부터 브레인 이니셔티브(Brain Initiative)를 통하여 뇌지도를 제작하고, 인간의 두뇌와 기계와의 통신에 대하여 연구하고 있다. 아직 인간과 기계의 교신은 1분에 100단어를 전송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관련 기술이 완성되면 조만간 빛의 속도로 인간의 생각은 클라우드에 업로드되고, 인간의 지식은 아바타로봇이나 인공지능이 이를 적절히 활용하게 될 것이다. 미국에서는 벌써부터 인간의 두뇌스캐닝으로 비밀번호나 정신적인 프라이버시가 침해되는 것에 대한 우려들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첨단소재가 혁신의 기초임을 일찍 파악했다. 2000년부터 나노기술 국가이니셔티브 (NNI)을 추진해왔고, 첨단제조부흥계획(AMP)과 나노기술핵심이니셔티브(NSI) 등의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정부는 소재기술의 발전을 위하여 실험도구, 디지털자료, 협력네트웍을 제공하는 재료게놈이니셔티브(MGI) 추진하며 신물질이 시장에 출시되는 시간을 단축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미국은 우주개발의 종주국으로 2002년부터 미국 미래항공우주산업위원회를 구성하고 관련 산업과 인력을 육성하고 있다. 다만 NASA의 R&D예산은 최근 삭감추세에 있다.

 

민간기업들이 혁신 주도

미국정부는 한국보다 많은 비율의 자금을 R&D에 쏟아 붓고 있는데, 진정한 혁신은 민간에서 시작된다. AAA로 대표되는 알파벳의 구글, 아마존, 애플은 제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혁신을 이미 선도하고 있다. 구글은 크롤링 검색엔진 이외에도 37조 이상을 벌어준 플랫폼 안드로이드를 활용하고 있으며, 수십대의 구글자동차는 이미 지구 160바퀴의 거리를 운행했다. 구글은 인공지능 관련 기술확보를 위하여 30조 이상을 지출하기도 하였다. 아마존은 키바 등 물류에 로봇을 선도적으로 도입하였고, 드론을 이용한 배송이나 예측주문 시스템을 선구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애플의 모바일 기기는 여전히 청소년들에게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으며, 아이튠즈는 문화적 침투에 적절한 플랫폼의 지위를 향유하고 있다. 필자가 2009년 이후 등장한 자산 1조 이상의 유니콘기업 220개를 직접 분석해보니 109개가 미국기업으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중국기업은 아직 59개에 불과하다. 혁신에 있어서 미국의 영향력은 절대적으로 강하다.

독일에서 시작된 제4차 산업혁명이 미국의 실리콘밸리에는 아직은 생소할지 모른다. 하지만, 미국은 그 원천기술이 되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로봇공학, 사이버물리시스템 등에서 우월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각 개념들은 이미 정부와 민간에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중국이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세계의 패권을 획득하기 위하여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미국은 중국이 쉽게 넘볼 수 없는 소프트파워를 가지고 있으며, 콘텐츠와 플랫폼 분야에서 당분간 세계적인 패권을 향유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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