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지난 29일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장면.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국방부가 지난 29일 북한이 실험 발사한 미사일 ‘화성-15형’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판단했다. 군사전문가들이 화성-15형이 미국 전역에 도달할 수 있다고 추정한데 이어, 우리 정부도 이를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국방부는 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보고한 현안자료에서 “북한은 29일 오전 3시17분경 평안남도 평성일대(평양 북쪽 30㎞)에서 동쪽으로 탄도미사일(ICBM급으로 추정) 1발을 발사했다”며 “비행특성(최대고도 속력, 단 분리 등)과 외형(1·2단 크기 증가, 9축 이동형발사대) 고려 시 신형 ICBM급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어 “비행시험에는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며, 정상각도 발사 시 1만3000㎞ 이상 비행 가능하다”면서 “이는 사거리 면에서 워싱턴까지 도달 가능함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화성-15형 발사지점에서 워싱턴까지의 거리는 약 1만1000km다. 

미국도 화성-15형을 ICBM급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CNN의 3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군은 지난 7월 발사된 화성-14형을 'KN-20'이라는 명칭으로 부르고 있었으나, 지난 29일 발사된 화성-15형에는 'KN-22'라는 새로운 명칭을 부여했다. CNN은 이것이 미군도 화성-15형을 새로운 타입의 ICBM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국방부는 또 화성-15형이 지난 7월 발사된 화성-14형과 달라진 점도 언급했다. 국방부는 “화성-15형은 화성-14형 대비 미사일과 TEL(이동식발사차량) 길이가 각각 2m 증가했고, 1·2단 각 1m, 직경은 0.4∼0.8m 증가했다”며 “1단 엔진은 화성-14형 엔진 2개를 클러스터링(결합)했다. 2단 몸체는 화성-14형 대비 약 3~4배 증가했으나,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체적인 길이와 직경이 늘어난 것에 대해, 액체연료를 더 많이 주입할 수 있어 비행시간과 거리가 연장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7월 두 차례 발사된 화성-14형은 각각 37분, 47분의 비행시간을 기록했으나, 크기가 더 커진 화성-15형은 50분 이상의 비행시간을 기록했다. 최고고도 또한 화성-15형이 4500km로 화성-14형보다 약 1.2배~1.6배 더 높다.

2단추진체의 크기가 늘어난 것에 대해서 국방부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으나, 전문가들은 보조엔진을 추가 장착해 더 높은 추력을 확보하려 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1일 서울신문을 통해 “2단 로켓의 엔진도 바뀐 것으로 보인다. 추진체 양을 늘리고자 연료통을 키웠고 버니어 엔진도 6개를 달았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제임스마틴 핵무기확산방지 연구센터(CNS)의 마이클 뒤츠먼 연구원 또한 CNN 인터뷰에서 “화성-14형에 비해 특히 2단 추진체의 너비가 훨씬 넓다”며 “이 정도 크기의 미사일을 만들고 작동시킬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탄두부분의 변화도 눈에 띤다. 화성-14형의 탄두부분은 뾰쪽한 형태였으나, 화성-15형의 경우 둥글고 뭉툭한 형태를 띠고 있다. 이러한 형태는 다수의 탄두를 하나의 미사일에 장착하기 위한 것으로, 북한이 다탄두미사일 제작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제 다탄두미사일 제작능력이 있는지, 위협용으로 탄두 형태를 둥글게 만든 것뿐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한편, 국방부는 화성-15형을 ICBM으로 인정하면서도 실전 활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를 남겼다. 대기권 재진입, 종말 단계 정밀유도, 탄두 작동 여부 등을 추가로 검증해야만 확답을 낼 수 있다는 것. 해외 전문가들도 화성-15형이 미국을 타격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참여과학자연맹’(UCS)의 데이비드 라이트 국제안보프로그램 공동국장은 지난 28일 “비행거리가 증가한 것을 고려할 때 무게가 매우 가벼운 가짜 탄두가 실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