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된 액션영화 ‘올림푸스 해즈 폴룬(Olypus has fallen)’이 한국인과 아시안에 대한 반감을 확산시키고 있어 미주한인사회가 긴장하고 있다.

안톤 후쿠아 감독의 ‘올림푸스 해즈 폴룬(이하 올림푸스)’은 북한 테러리스트가 백악관을 기습공격해 대통령과 참모를 인질로 잡고 핵무기 암호를 빼앗으려다 전직 백악관 비밀경찰에게 제압당하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이 영화는 개봉 2주차만에 총 5400만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박스오피스 4위에 랭크되는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는 2일 이 영화가 반북 감정을 넘어 한국인과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화를 감상한 관객들은 트위터 등을 통해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안을 욕하는 등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트위터러는 “올림푸스를 보고 나왔다. 눈 찢어진 엿같은 한국인은 다 XX먹어라” 하며 F자 욕을 남겼다.

또다른 트위터러들은 “올림푸스를 방금 봤는데 당장 총을 사서 아시안들을 쏴죽이고 싶다”, ‘멋진 영화다. 영화대로 하자. 난 원래 아시안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올리는 등 공포스런 반응을 쏟아냈다.

애쉴리 저드와 제라드 버틀러, 안젤라 바셋, 애런 에카트, 모건 프리먼 등 호화출연진이 캐스팅 된 이 영화엔 한국계 배우 릭 윤이 북한의 테러리스트 강연석 역을 맡았다. 영화속에서 테러리스트들은 암호명 ‘올림푸스’의 백악관을 쑥대밭으로 만들며 부통령을 살해하는 등 시종일관 잔혹한 면을 보인다.

한인사회는 최근 북한이 연일 ‘미 본토를 타격한다’, ‘워싱턴과 뉴욕을 불바다로 만든다’는 등의 위협 발언으로 미국인들의 거부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영화가 엉뚱한 후유증을 낳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포트리의 이경희 씨는 “북한의 불바다 위협으로 미국인들의 시각이 좋지 않은데 한인들이 인종차별이나 보복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총으로 쏴버리고 싶다는 트위터 글이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정신나간 총기난사범이라도 나오면 어떡하냐?”고 긴장하는 모습도 보였다.

주류 언론도 우려하고 있다. 뉴스블로그인 애틀랜틱 와이어는 ‘올림푸스, 반아시안 감정 조장’ 제하의 기사에서 “이 영화를 보고 아시안을 죽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면서 “악한을 증오해야 하는 스테레오타입으로 만들고 미국인의 애국심을 고취하는 도식화된 내용이 바람직한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애틀랜틱 와이어는 “이 영화가 사실에 근거하지 않았음에도 북한 악당이 연약한 백인여성의 목을 조르고 잔혹하게 폭행하는 리얼한 연기들로 인해 관객들의 인종차별적 분노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할리우드가 액션영화에서 북한을 소재로 삼기 시작한 것은 2002년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면서부터다. 그해 말 개봉된 007시리즈 ‘어나더데이’는 북한의 무기밀매 현장에 위장잠입해 비밀임무를 수행하던 제임스 본드(피어스 브로스넌)가 붙잡혀 고문을 당하다 풀려난 후 신무기로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북한과 싸운다는 줄거리였다.

이 영화는 당시 여중생 장갑차사망사건으로 반미감정이 크게 확산된 상태에서 큰 논란을 빚었다. 당시 북한악당 문대령 역을 배우 차인표가 거절한 사연이 알려진 후 영화에 캐스팅된 릭윤이 타마호리 감독과 함께 차인표를 비난해 네티즌들의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2010년엔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한 ‘솔트’에도 북한이 등장한다. 미국 CIA요원 솔트가 북한 핵시설을 파괴하려했다는 혐의를 받고 북한에 억류돼 모진 고문을 받다가 포로 맞교환 형식으로 석방되는 내용이다.

지난해 11월엔 북한군이 점령한 워싱턴주에서 펼쳐지는 미국 민병대의 활약상이라는 황당한 줄거리의 ‘레드 던(Red Dawn)’ 이 개봉돼 비슷한 문제점이 부각됐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레드 던이 현실로 이뤄져 중국놈(chinks)들을 쏴죽이면 좋겠다”는 한 관객의 말을 소개하며 우려감을 표하기도 했다.

‘레드 던’에 비해 ‘올림푸스’는 최근 북한의 잇단 위협발언에 편승,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감이 일고 있다. 막판까지 긴장감과 박진감을 주는 등 액션영화로는 나무랄데 없다는 평가도 있지만 한국인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사실을 왜곡하고 완성도가 떨어지는 형편없는 영화라는 혹평을 받고 있다.

특히 영화속의 한국어 대사는 국적불명의 엉터리 발음이어서 들어주기가 딱하다는 지적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가 ‘개XX’ 등의 욕설이라고 할만큼 무뇌아적 한국어 대사가 잇따르고 북한테러리스트마저 미 국무성 지침(?)을 따른듯 ‘일본해(Sea of Japan)’ 운운도 웃지못할 대목이다.

한 블로거는 “2만8천여 주한미군이 DMZ에 주둔하고 있다는 등 수천만달러를 들여 영화를 만들면서 남북관계에 대해 기초적인 지식도 없는 제작진의 무지에 놀랐다”고 비꼬았다.

뉴욕 플러싱의 박정현 씨는 “비록 영화라 해도 잘못된 정보와 편견으로 한인들과 아시안들에게 피해를 준다면 묵과해서 안되는 일이다. 과연 다른 소수계라면 이렇게까지 표현할 수 있겠느냐. 주류사회의 아시안에 대한 무시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