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봉 황성현 선생과 부인

필묵연 60주년 기념 황죽봉전이 인사동 한국미술관 2층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죽봉 황성현 선생이 필묵록 60년을 맞이하여 금강경, 효자도덕경을 비롯한 200여점의 작품으로 제 12회 書展을 열고 있다.

 

죽봉 황성현 선생은 제 28회 원곡서예문화상 등, 수많은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서가(書家)는 무엇보다 글씨를 잘 써야 한다. 만인(萬人)의 사랑을 받는 글씨를 역사(歷史)에 남겨야 한다. 이러한 주문들이 국내외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2000년 연말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서예2000년전” 이웃나라 중국에서는 “중국서법천년진품전(中國書法千年珍品展)”이 그것으로 서학도(書學徒)들의 창작의욕을 고취시키고 있다.

세기말(世紀末)이 아니면 도저히 만나볼 수 없는 희세(稀世)의 두 대전을 북경에서 서울에서 배관할 가연이 있었다. 특히 서예사를 빛낸 1000년 2000년 이라는 장구한 세월에 걸친 역대의 명가(名家)들을 한 시공간에서 만나보는 기쁨은 그야말로 서가(書家)생애 최고의 날이었다.

너무나 감개무량한 역사적인 대전으로 한평생 가슴에 껴안고 갈 감흥과 과제들을 많이 받았다.

 
 미지의 새천년 우리는 21세가의 서예문화의 미래를 열어나가야 한다. 20세기 서예문화의 내용에서 21세기 서예문화 창달을 저해하는 모든 요소들을 버리고 신세기를 맞이하여야 한다. 21세기는 서법내용을 다채롭게 개발하고 창작풍토를 확충하고 서예술(書藝術)의 부흥을 성취해 나아가야 한다
 
 이 희망적인 새천년의 문턱에서 죽봉(竹峰) 황성현(黃晟現)의 갑년전(甲年展)은 우리 서단의 큰 경사라고 하겠다. 죽봉 황성현이 나하고 묵연을 맺은 것은 1960년대 무렵부터이다.
 
 죽봉은 일찍이 국전에 입선했지만 때때로 국전작품지도를 한 바 있다. 그 후 죽봉은 현대미술관 초대작가로 남다른 재능이 있어서 신인으로서 서단의 주목을 받아왔다.
 
 죽봉의 이런 갑년전은 여러 면에서 그 의미를 느낀다. 무엇보다 앞서는 것은 자기 서법(書法)의 자성이고 한 차원 드높은 서예술의 창작열이다.
 

명가(名家)의 깊이란 한순간을 살면서 한순간을 보지 말고 영생(永生)의 가치관 앞에 끊임없이 변신을 하여야 한다. 따라서 작가는 자기 예술의 공전과 정체를 극복하고 서가(書家)의 덕목과 자치적인 예술내용을 끊임없이 축적해 나아가야 한다.

글씨는 인간적인 예술로써 어느 예술보다 그 과정이 중요하다. 그리고 인생의 만년에 이르러 결실의 성과가 나타나는 예술이기 때문에 그 과정이 바르지 않으면 명필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에 죽봉의 사회과정은 바르고 다채롭고 건실하다. 그 동안 죽봉은 열 번의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군자는 힘쓰고 쉬지 않는다.(君子以自强不息)라고 하였는데 죽봉은 백절불굴의 자세로 아류에 끝나지 않고 독자적인 서풍을 개척하였다.

죽봉의 서법은 오체(五體)에 두루 능하지만은 특히 해행(楷行)에서 죽봉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이번 갑년전에서 보여준 조형의지와 서법기능은 매너리즘에 짜지지 않고 자기적인 한계를 극복하려는 진지한 노력과 성과가 여실하여 호감이 간다.
 

서법(書法)은 일조일석에 가능한 예술이 아니다. 서예에 대한 사랑과 집념 사명감으로 한평생 이어져야 하는데 이점에서 죽봉은 타(他)의 모범이라고 할 만하다.

그리고 죽봉은 우리나라 서예문화를 선도하고 촉진시키는데 특별한 공헌이 많은 서가(書家)다. 죽봉은 1970년대 중반에 월간서예를 발행 서단에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죽봉천자문』 『삼체반야심경』 『금강경』 『서법과 원류』 등 각종 저서와 서예교육비디오 등 다채로운 서법연수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발표하는 등 우리나라 서예발전에 크게 이바지 하여 왔다.

이 과정에서 자랑스러운 것은 세속적인 명리보다도 순수한 서예사랑으로 오직 자기개발과 자기 정진의 학구적인 욕심에서 비롯되고 추진된 점이다.

 
 이순(耳順)에 임하는 죽봉의 서학과 창작자세는 더욱 냉엄하게 진지하게 시도되는 느낌이다. 학서의 시야와 대상을 넓히고 참신한 서법양식을 개발하고 표현기법을 확대하여 새로운 이취를 탐색하고 있다. 죽봉의 서품의 특색은 풍골온유(風骨溫柔) 정신비동(精神飛動)에 있다고 하겠다.

특히 죽봉이 이순에 들어 서외구서(書外求書)라는 가치관의 전환과 확대는 높이 평가하고 싶다.

서법(書法)은 음양(陰陽)의 아름다운 기상이요 조화다. 역대 명가들의 서품과 서론만이 아니라 대자연속 천지운행의 추이 천지자연의 무궁한 변화 금수초목을 비롯한 만물의 생멸속에서 오묘한 서법을 탐색하는 열린 자세는 앞으로의 또다른 변신과 한차원 드높은 죽봉예술의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끝으로 서예사를 더듬어 보면 역대(歷代)의 명가(名家)들이 하나같이 천질(天質)보다도 부단한 노력과 정진으로 대성한 것을 알 수 있다. 임지학서(臨池學書) 지수진묵(池水盡墨)의 고사나 필총(筆塚)의 고사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인생을 서예를 새로 시작하겠다는 죽봉의 겸허와 새로운 다짐은 역사의 명가로서 반드시 대성할 것을 기대해본다. 마침 작품집의 출간에 즈음하여 서를 위촉하기에 두서없이 소감의 일단을 펴는 바이다.

한국국제서법연맹회장 조수호(趙守鎬: 哲博)
 
죽봉 황성현 전은 4월 2일까지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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