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간다고하면 주변 사람들이 으레 '집이 잘 사느냐'고 물어봐요. 없는 형편에 비싼 등록금 때문에 얼마나 오랫동안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정인데…."

지난해 서울 한 유명 사립대 대학원에 입학한 A(27·여)씨. 앞서 그는 대학원 진학의 꿈을 주변사람들에게 밝히자 '아버지가 공무원이냐', '집은 먹고 살만하냐'는 등 비꼬는 듯한 질문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졸지에 '가정형편 생각도 안하는 불효자식'이라며 손가락질 받은 것이다. 여기까지는 예상했다. 이미 대학원에 진학한 선배들을 통해 귀띔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원 입학 면접에서 교수가 이력서 서류를 뒤적거리며 "집이 압구정이네. 잘 살테니 남은기간 공부나 해라."라는 말은 비수처럼 A씨 가슴을 파고 들었다.

A씨는 "대학교 때부터 집에서 돈 한푼 받지 않고 학자금 대출 등으로 등록금을 마련해 왔다"며 "빚더미에 올라 앉는 것을 각오하고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인데 꿈이 짓밟힌 기분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대학원생들은 해마다 치솟는 등록금에 시름이 날로 커지고 있다. 전국적인 '반값등록금' 열풍은 학부생들에게만 해당하는 '다른나라 이야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유은혜 민주통합당 의원이 전국 일반대학원을 대상으로 등록금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08년 대학 학부 등록금은 739만원에서 2012년 738만원으로 0.1%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대학원의 등록금은 963만원에서 1021만으로 6%나 인상됐다.

서울 주요대학의 2013학년도 대학원 등록금 역시 '인상'됐거나 '동결'에 그쳤다.

연세대는 일반·특수 대학원이 1.5%가 인상됐고 고려대는 일반대학원이 2% 인상됐다. 성균관대와 중앙대, 이화여대, 건국대, 한국외대 등은 동결했다.

서울대는 학부와 대학원 모두 0.25% 인하했지만 '사실상 동결'이라는 분위기다. 한양대의 경우는 지난달 24일 이후 현재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대학생들은 이같은 '등록금 문제'로 대학원 진학을 망설이고 있다. 또 졸업 후 취업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도 무시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수도권 한 대학교 4학년인 B(26·여)씨는 "부모님 명의로 집과 차, 가게가 있지만 다 빚인 이른바 '하우스 푸어' 상태"라며 "한국장학진흥재단에 서류상 학자금 대출 지원 대상이 아니라서 일반 대출로 등록금을 내 이미 큰 부담을 안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B씨는 "당장 대학원을 진학해 고전 번역 전문가가 되고 싶지만 이 꿈은 부모님께 더 큰 짐이 될 뿐"이라며 "일단 취직해 돈을 벌어 형편이 나아지면 대학원에 진학해 꿈을 이루고 싶다"고 밝혔다.

서울 한 사립대 4학년인 C(26)씨는 "박사 학위 취득자 4명 중 1명은 취업에 실패한다고 알고있다. 학위가 취업을 보장해주는 '만능열쇠'인 시대는 지났다"며 "대학원 진학 여부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털어놨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전문가는 대학이 학부 등록금을 올리지 못하는 분위기 때문에 대학원 등록금을 슬쩍 올리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대학들이 학부생 등록금을 올리지 못하자 대학원 등록금을 올리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교과부가 사실상 대학원 등록금에 대해서는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교과부가 국가장학금 지원 등 대학원생에게도 학부생에 준하는 지원이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대학원생 본인들도 '반값등록금' 목소리를 내야만이 현실을 개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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