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

최근 원화 강세로 국내 중소기업들이 울상이다. 여기에 엔저로 일본 가전, 자동차 업체들이 비상하고, 해를 넘기면서 원부자재 가격까지 오르고 있다.

환율 리스크가 우리 중소기업을 옥죄고 있다.

안양에 있는 제약기업 A사는 "최근 환율 하락으로 수출액이 전년 대비 15% 가량 줄었다'며 "수출단가를 인상하려고 해도 매출액 감소가 불보듯뻔하다"고 토로했다.

전자부품 업계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수출량이 많은 전자부품 업체의 경우 환율이 50월 떨어질 때마다 수출액이 6.7% 떨어진다는 계 업계 설명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원화 강세로 원가는 줄어들어도 수출액 감소가 워낙 크다보니 영업이익이 7% 가깝게 떨어졌다"고 울상이다.

5일 대한상공회의소 환율피해대책반가 최근 수출중소기업 300개 사를 대상으로 환율하락에 따른 피해현황을 긴급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92.7%가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지난해 말부터 원달러 환율은 하락세가 가팔라지더니 지난해 11월에는 1100원선이 무너졌다. 새해들어서도 환율은 반등하지 못하고 올 1월 평균 환율은 1066원까지 내렸다.

대한상의는 향후 원달러 환율이 3월 말 1060원, 6월 말 1065원으로 강세 상황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원화 강세에 엔저 약세까지

우리 중소기업들이 피해가 큰 이유는 일본 기업들에게 가격 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원화 가치는 가파르게 상승하지만 엔화는 급락하고 있다. 특히 가전과 자동차·부품 업종의 피해가 매우 막심하다는 게 대한상의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대한상의 설문조사에서 가전, 자동차 기업 100%가 환율하락으로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고무·플라스틱 업체의 96.6%나 정보통신기기 96.2%, 조선·플랜트 92.6%, 기계·정밀기기 92.3%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환율하락으로 원가가 떨어지는 석유·화학 업체나 철강 금속 업체의 각각 88.5%와 86.2%도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했다.

특히 원달러 환율 이외에 엔저 현상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답한 기업이 많았다. 응답 기업 중 41.4%가 엔저 현상에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본 수출길은 꽁꽁 막혔다.

구미에 있는 면직물 제조기업인 C사는 "전체 매출의 30%가량이 일본에서 나오는데 엔저 현상에 경쟁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대한상의 손영기 환율피해대책반 팀장은 "환율 인상으로 수출 계약 불발 등까지 포함하면 피해 사례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며 "원화 강세가 당분간이어지면서 환율 변동폭은 전년보다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해유형은…환차손 피해 67.6%

중소기업들은 환차손 피해가 가장 막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산에서 타일을 만들어 수출하는 D사 관계자는 "솔직히 눈뜨고 가만히 앉아서 당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환율이 하락할 때는 빠르게 하락하고 오를 때에는 천천히 오르는 게 일반적"이라며 "대금결제 때 환차손이 크게 발생한다"고 말했다.

대한상의에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복수응답 문항에서 이번 원화 강세 현상에서 수출계약을 '울며 겨자먹기'로 이행하다보니 손실이 컸다는 응답이 전체에서 67.6%를 차지했다.

이어 '원화 환산 수출액 감소로 인한 채산성 악화와 운전자금 부족'이 27.7%, '수출단가 상승 수출물량 감소'가 21.6%였다.

환 손실로 투자와 고용계획을 축소했다는 응답도 12.9%나 됐다.

◇중소기업들 엔저에 속수무책…"정부 나서야"

문제는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가 맞물리면서 우리 중소기업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최근 엔저공세와 환율 불안이 계속되면서 중소기업의 수출전선에 적신호가 켜졌다"며 "피해도 피해지만 더욱 큰 문제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대한상의 조사에서 '환율하락에 따른 대비책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30.9%에 불과했다.

'대책이 있다'(69.1%)고 응답한 기업도 대부분이 원가절감(58.3%)을 통해 그저 '버티는 수준'이다.

하지만 원화 강세로 입은 손실을 수출가격 인상으로 해결하기도 요원한 상황이다. 응답기업 중 '환율하락폭을 수출가격에 반영할 여지가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52.7%에 불과했다.

이들 기업 조차 '10% 미만의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는 기업이 91.1%로 대다수여서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기업 몫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손영기 대한상의 환율피해대책반 팀장은 "수출기업들이 직접 환리스크 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중소수출기업 정책금융 지원 제도 등 정부 제도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가절감, 제품차별화 등 비가격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을 강구해야 한다"며 "대한상의도 환율전문가 맞춤상담, 환관련 대책 대정부 건의 등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상의는 지난달 29일 환율대책반을 출범하고 환 리스크에 무방비로 노출된 중소기업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 한국외환은행과 '중소기업 환위험관리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갖고 2월 말부터 공동 전국순회설명회와 금융지원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