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무형문화재 기능보존회원, 박원순 시장에 호소문

[이코리아]  = 서울시 무형문화재 기능 보존회 회원들의 하소연이 가슴 시리게 하고 있다. 처우(處遇)가 이 정도라면 전통문화 보존과 계승은 먼 나라 얘기다. 서울시 무형문화재가 단순히 서울시 홍보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박원순 시장님!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무형문화재제도의 유지가 누구를 위함인지 묻고 싶습니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기능 보존회 회원들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공개 호소문을 보냈다. 호소문은 A4지 총 넉 장 분량. 서울시 무형문화재의 암울한 현실이 그대로 담겨있다.

특히 "시연의 기본 목적은 ‘전통문화 전승과 유지’에 있으나 서울시에서는 이러한 효과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면서 "심지어 ‘시연’ 효과가 없다고 10여 년간 해 온 시연 횟수를 제한하고 시연에 드는 예산을 삭감하고자 해왔다"고 밝혔다.

더욱이 서울시 무형문화재 기능장들을 담당하는 서울시청 역사 문화재과 공무원들로부터 굴욕적인 취급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시연행사가 있지만, 교육전시장 위치와 환경이 미흡하고 장인들에 대한 처우가 열악해 애초 계승발전의 취지를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기능장들은 호소문에 "서울시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들의 작업 공방 대부분이 경기도로 이전하는 추세"라면서 "고물가를 견디지 못해 경기도에서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경제적 어려움도 털어놨다.

또 "작업하기에도 협소하고 사람도 찾지 않는 공간에 모여 있는 현실이 그저 통탄할 노릇"이라면 "마음이라도 좀 편하게 살게 해 달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또한 "지키고 보호하자며 문화재로 지정해 놓고는 자립도와 판매 홍보 등 모든 일을 우리 장인에게만 떠맡기고 비난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존재 의미가 무엇인지도 의문스러울 정도"라고 개탄(慨歎)하고 있다.

그들은 희망의 꿈이 무너진 현실도 꼬집었다.

"우리는 풍문여고 대지를 서울시에서 매입한다는 소식에 이제야 제대로 된 작업 공방 형태의 전수회관이 생긴다고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서울시에서는 현대 공예 측과 오래 전부터 공예 박물관을 만들기로 계획했다는 것이다. 그곳은 고유 전통문화의 얼이 담긴 곳이다. 그 자리에서 서울의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

이에 대해 "서울시청의 담당 과에서는 ‘그 자리는 현대 공예 쪽 협회가 오래전부터 공을 들여왔기 때문에 다른 장소를 차라리 달라고 하라’면서 ‘현대공예가 해놓은 일을 빼앗는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승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데 계승부터 그 자리에 심으려 한다"면서 서울시의 거꾸로 가는 행정을 꼬집은 서울시 무형문화재 기능 보존회 회원들. 그들은 이 호소문으로 담당 공무원들로부터 또 어떤 능멸(凌蔑)을 당할지 벌써 우려하고 있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기능 보존회 회원들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보낸 “서울시가 전통문화를 외면하고 있다”라는 제목의 호소문 전문(全文)은 아래와 같다.

박원순 서울시장께!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 기능보존회 회원들입니다. 시정에 바쁘신 시장님께 매우 죄송한 일임을 알면서도 시장님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드릴 말씀은 장인들이 공예관에서 하는 전통 공예 시연에 관한 내용과 장인들의 처우에 대한 것입니다.

서울무형문화재 보존회는 1989년부터 지정됐고 1997년에 협회로 등록되었습니다. 그로부터 8년 후인 2005년, 서울시로부터 북촌 한옥을 사무실과 교육 전시장용도로 사용하도록 허락받았습니다.

또 4년 전 돈화문 앞 5층 건물을 공예관으로 내 주셔서 지금껏 10년간 두 공예관을 잘 운영해왔습니다.

이 두 공예관은 시연과 시민들의 체험, 이수생 교육 등으로 사용하며 회원들의 시연 찬조금으로 운영을 해왔습니다.

-시연의 기본 목적은 “전통문화 전승과 유지”에 있습니다.

시연의 애초 취지는 시민들이 많이 와서 전통공예 시연을 보시고, 공부하며 함께 전통문화를 지켜나가자는 취지였습니다. 하나의 홍보 차원에서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시의 담당 과에서는 시연의 이러한 효과를 과소평가하고 심지어 ‘시연이 효과가 없다’며 10여 년간 해 온 시연의 횟수를 제한하고 시연에 드는 예산을 삭감하고자 해왔습니다.

물론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곳, 실례로 인사동 한복판에서 시연한다면 그 효과는 담당 과에서 원하는 만큼 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두 공예관이 모두 구석 후미진 곳에 있습니다. 그런데도 장인 탓만 하고 있으니 어찌 전통문화를 유지하면서 실적만을 강조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전통문화에 투자하는 것은 그 목적이 ‘유지•전승’에 있고 유지만 잘 되어도 절반은 성공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현대사회와 미래에 우리 전통 무형문화재가 유지만 잘 되어 있어도 그 가치가 상승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산업사회를 외면하며 외길을 걸어 왔고 우리 전통의 것을 지키고자 일평생을 살아온 장인들로서는 어떻게 문화가 사업이 되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과의 담당 공무원이 바뀔 때마다 “재정자립도를 높이고 신규 사업을 계획하라. 두 건물을 운영하라”는 주문이 이어지고 장인들은 행정논리에 따른 이런저런 지시로 작품 활동과 전승에 온전히 정신과 기운을 쏟기도 힘겨울 정도로 고민스럽기만 합니다.

-시연은 운영비가 수반되는 일입니다.

우리 장인들이 아침 일찍부터 나서서 도구들을 직접 이고 지고 출근합니다. 하루를 여기서 보낸 후 찬조금을 협회에서 걷어 두 건물을 운영, 유지하고 있습니다.

담당 과에서는 나올 때마다 “왜 이렇게 사람이 없느냐” 하지요? 그것은 도리어 우리가 되묻고 싶은 질문입니다.

수요도 없을뿐더러 돈을 주면서 가르쳐도 이것으로 생활하기가 어려운 세상이다 보니 누구도 배우려는 이가 없고 결국은 가족으로만 전승되는 종목이 허다합니다.

문화는 우리 국가의 정체성이며, 지키고 보호하고자 하여 문화재로 지정하여 놓고는 자립도와 판매 홍보 등 모든 일을 우리 장인에게만 떠맡기고 비난하니 저희의 임무와 존재의미가 무엇인지도 의문스러울 정도라고 하겠습니다.

-장인들은 부족한 시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희생봉사로 살아왔습니다.

장인들의 시연비는 2005년부터 10년간 1일 11만 원이었습니다. 그동안 찬조비로 건물 운영비, 점심값, 제자들이나 누가 와서 관심이라도 가질라치면 모든 차와 음식까지 대접하며 봉사로 오늘날까지 유지를 해왔습니다.

장인들의 1일 시연비 기준은 도대체 무엇인지, 두세 번 현장에 나와 보시고 그 시간대에 사람이 수요가 없어 사업에 효과가 없다고 단정 짓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문화를 관리하는 담당 과로부터 이런 취급을 당하고 있고, 장인들이 공짜로 일당을 15만 원씩 가지고 간다 생각하는 것인지 그저 곱지 않은 시선으로 우리를 취급하는 기분이 들어 상당한 모욕감마저 느낍니다. 이렇게 되면 구석진 곳에 있는 두 건물의 운영, 유지를 담당 과에서 직접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 뿐입니다.

저희는 그동안 위치가 어떻고 시설이 어떻든 그저 감사하는 마음과 봉사의 마음으로 전승 활동을 하고자 본연에 충실히 하려고 노력하며 늙어 왔는데,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며 사업에다 잣대를 맞추려 하는 것입니까? 문화재 관련 일이 어찌 사업이 될 수 있단 말입니까?

매년 재정자립도를 놓고, 작품 판매를 가지고 비판을 하십니다. 실질적인 운영과 관리를 장인들 손에 맡겨두시고 시연 횟수부터 시작하여 모든 것에 제한을 두셨습니다.

또한, 우리를 믿지 못함이 기본 바탕이 되어 일일 시연 증거 사진과 아예 제출용으로 매월 사인과 해당 내용을 제출하라고 하십니다. 그럴 때마다 번번이 긍지가 무너집니다. 전통문화의 맥을 이어 온 입장에서 참으로 허무하기 짝이 없습니다.

서울시의 우리 문화재에 대한 취급은 어떻습니까. 담당 공무원들부터가 장인들을 불신하고 숫자만 앞세우는 실적 위주의 잣대로 저희를 대하고 있습니다. 한 나라의 문화근간을 평생 지켜온 장인들은 지금 이런 굴욕적인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노임을 벌러 나오느냐는 시선을 담당 과로부터 받고 있습니다.

무형문화재 장인들은 문화재를 지정받고 이것이 소임인 줄로 알고 외길만 걸었습니다. 옆은 잘 못 보는 사람들입니다. 각 공방에서 작품 활동과 전승 활동으로도 시간이 부족합니다. 이제 황혼의 길로 접어든 장인들이 도구와 재료들을 들고 힘겹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열심히 나와서 찬조비를 걷어 운영을 해왔습니다. 비록 담당 과에서 만족할 만큼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작년에는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전수시설 모범운영사례로 뽑혀 전국의 전수시설 운영자들 앞에서 강의도 하고 왔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를 담당하는 과에서만은 우리를 무시하며 등한시하는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장인들의 개인적인 면면을 보면 말씀도 안통하고 정말 옹고집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고집스럽기 때문에 산업화에 안 흔들리고 우리 것을 지켜 온 사람들입니다.

-무형문화재 제도를 시청 문화재과의 행정논리로만 운영하기는 어렵습니다.

문화재•전통문화는 경제적 입장으로만 볼 수 없는 분야입니다. 전승 공예품의 판매수요가 많으면 우리가 왜 문화재로 보호받겠습니까? 옛것들로 최대한 고증하여 사용하려다 보니 오롯이 장인들의 손과 발품을 팔아야만 하는 종목들이 대다수입니다.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무형문화재제도의 유지가 누구를 위함인지 묻고 싶습니다.

그런데도 서울시의 담당 과에서는 “두 건물비만 얼마인 줄 아느냐”며 우리에게 호통을 칩니다. 우리는 건물을 두 곳 달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제대로 된 각자의 공방에서 전승 활동을 하고 싶은 바람이 더 큽니다.

박원순 시장님께 부탁합니다.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종목들에 투자되는 시민들의 혈세가 아깝지 않도록, 헛되지 않도록 우리 장인들이 마음이라도 좀 편하게 살게 해주십시오.

우리들의 마음이 즐겁고 편안해야 좋은 작품과 전승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지금 서울시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들의 작업 공방은 대부분이 경기도로 이전하는 추세입니다. 서울의 물가를 견디지 못하는 장인들이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공방이 없어 경기도까지 가서 작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시의 관리 협조를 위해 협회를 구성했지만, 지금의 모습은 장인 정신보다 서울시가 만들어 놓은 관리하기 편한 모습 그대로입니다.

공방도 아니고 작업을 하기에도 협소하고 사람도 찾지 않는 공간에 모여 사업에 대한 구상으로 정신을 쏟아 붓고 있는 현실이 그저 통탄할 노릇입니다.

우리는 힘이 없는 단체입니다. 하지만 해외 각지에서 전시회와 시연 활동을 통해 존경과 찬양 일색을 받으며 자부심을 느끼고 국가대표라는 막중한 의무감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외국인 관광객들과 국내 학생들의 가끔 찾아와서 이러한 현실을 보고 안타까워합니다. 우리가 존중받는 모습으로 활동해야 그들도 우리를 존경하고 작품의 수요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야 전승•계승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텐데 초라한 모습으로 공방도 아닌 한 방에 두세 명 모여 앉아 기본적인 단면작업을 하는 게 현실입니다. 담당 과에서조차 무시하고 우리도 만족하지 못하고 수요도 점점 줄어드는 현상이 번복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풍문여고 대지를 서울시에서 매입한다는 소식에 지금껏 그것만을 바라보며 드디어 제대로 된 작업 공방 형태의 전수회관이 생긴다고 기대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서울시에서는 현대 공예 측과 오래전부터 공예 박물관을 만들기로 계획했다고 하니 이는 청천벽력과도 같습니다.

박원순시장님!

그 자리가 어떤 자리입니까?

우리나라 수도의 역사 문화적 가치를 담고 있는 중요한 요지의 한가운데 아닙니까. 그러한 곳에 현대 공예 중심의 박물관이라니요. 50년, 100년 후를 바라보며 기획해주시길 간절히 부탁합니다. 그곳은 우리의 고유한 전통문화가 딛고 설 수 있는 최고의 요지입니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서울의 전통문화를 발전시키고 일어서고자 합니다.

한편 서울시청의 담당 과에서는 “그 자리는 현대 공예 쪽 협회가 오래전부터 공을 들여왔기 때문에 다른 장소를 차라리 달라고 하라”면서 “현대공예가 해놓은 일을 빼앗는다”고 지적합니다.

풍문여고 대지가 그렇게 된다면 경제 논리의 힘에 의한 행정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일제 강점기를 거쳐 대부분 상실된 우리의 전통문화 중에 살아남아 보호받는 이 종목들마저도 서울시 안에서도 이런 취급을 받으면 시민들, 세계인인들 어느 누가 관심을 두겠습니까?

우리는 그 자리가 역사적 가치와 배경의 중심지로 당연히 전통문화 중심이 될 것으로 믿고 지금껏 기다려왔습니다.

박원순 시장님!

수요도 좋고 자립도 다 좋으니 전통문화를 뿌리를 탄탄한 곳에 심어만 주십시오. 전승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데 계승부터 그 자리에 심으려 한다는 것은 거꾸로 가는 행정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비록, 힘없는 단체이지만 다시 한 번 풍문여고 자리를 후손들이 보았을 때 지금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재검토 해주시기를 간절히 부탁합니다.

2016. 2. 11.  (사)서울시 무형문화재기능보존회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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