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절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계 자체가 고가인데다 인터넷 등을 통해 누구나 쉽게 현금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입장벽이 없다보니 유흥비를 벌려는 10대들이 절도에 뛰어들고 이들이 훔친 스마트폰을 해외에 되파는 조직까지 생겨나는 등 범죄가 지능·조직화되고 있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지난 1일 중학교 동창생 김모(16)군 등 6명을 특수절도 혐의로 입건했다.

김군 등은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서울 강북 일대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9차례에 걸쳐 820만원 상당의 스마트폰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김군 등은 스마트폰은 현금화하기 쉽다는 점을 노려 범행을 한 후 수익금을 모두 게임비 등 유흥에 탕진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군 등이 절도에 나선 계기는 일당 중 한명이 스마트폰을 훔쳐팔아 30만원을 벌면서다.

쉽게 큰 돈을 벌게 되자 김군 등은 나이가 어리거나 동급생으로 보이는 교복 차림 학생들을 상대로 스마트폰을 훔치다 자신감이 붙자 성인까지 범행 대상을 넓혔다.

훔친 스마트폰은 인터넷에서 알게 된 장물업자가 10만~30만원에 사들였다.

경찰 관계자는 "장물업자는 장물인지 여부를 묻지 않았다고 했다"면서 "쉽게 현금화할 수 있기 때문에 유혹에 약한 10대들이 유흥비를 벌겠다고 범행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스마트폰 절도는 대부분 10대 청소년에 의해 저질러진다.

실제로 지난달에는 초등학교생이 같은 반 친구 스마트폰을 훔쳐 팔았다가 인천 남부경찰서에 불구속 입건됐다. A양은 시가 70만원 상당의 스마트폰을 장물업자에게 1000원을 받고 팔았다.

송모(16)군 등 가출 청소년 5명은 지난 9월부터 최근까지 서울과 전주 일대 초·중학교에 들어가 스마트폰 36대와 태블릿PC 등을 훔쳐 팔았다가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이들은 생활비와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에 나섰고 장물은 인터넷 중고장터 등에서 만난 장물업자에게 대당 7만~10만원에 받고 넘겼다.

훔친 스마트폰은 주로 중국 등 해외로 밀수출된다. 물량이 많고 수익성이 좋다보니 모집책과 수출총책 등으로 조직화되고 폭력조직까지 뛰어들고 있다.

인천 계양경찰서는 지난 2일 훔친 스마트폰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사들인 조직폭력단 행동대원 A(37)씨 등 3명을 장물취득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A씨 등은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매입책과 운반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8000만원 상당의 스마트폰 91대를 사들인 후 중국과 몽골에 밀반출했다.

대구 중부경찰서가 지난달 4일 적발한 스마트폰 장물업자 38명 중에도 조직폭력배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지난 7월부터 중간 모집책을 통해 시가 6억원 상당의 스마트폰 690대를 매입한 후 중국 등에 유통했다.

경찰에 따르면 장물업자들은 주로 인터넷 블로그와 카페 등에 '분실폰 습득폰 매입합니다' 등의 게시물을 올린 후 연락이 오면 기종에 따라 10만~30만원을 주고 사들인다. 매입은 택배나 고속버스 특송화물, 퀵서비스 등을 통해 이뤄진다.

게시물 내용에 장물을 매입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에 별도 신원 확인이나 장물 여부 확인은 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네이버와 다음, 네이트 등 주요 포털에서 '습득폰' 등 단어를 입력하면 '습득폰 파는법' 등이 연관 검색어로 제시되고 습득폰을 산다는 장물업자들의 게시물이 몇 페이지에 걸쳐 검색됐다.

이 때문에 주 유통 경로인 인터넷에서 관련 게시물을 걸러낼 수 있다면 스마트폰 절도나 분실폰 매매를 상당부분 차단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09년 1만2279건이었던 휴대폰 분실신고는 2010년 6만2307건에서 본격적으로 스마트폰이 보급된 지난해부터는 29만1049건으로 증가헸다. 불과 2년 사이 23배나 늘어난 것이다.

일선 경찰들은 "청소년들이 쉽게 현금을 쥘 수 있기 때문에 절도에 뛰어든다"면서 "필터링을 통해 인터넷에서 관련 게시물을 차단하면 범죄가 줄어들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스마트폰 절도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인터넷 포털업체들은 인력 부족 등 때문에 모니터링에 한계가 있다고 호소한다.

포털업체 관계자들은 "모니터링 요원들이 유해 게시물을 차단하고 있지만 하루 수백만개가 넘게 올라오는 게시물을 모두 들여다보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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