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차기 지도부가 새로운 시장개혁 흐름을 주도하겠지만, 외국금융기업에 대한 전면적인 자유화 조치는 단기간 안에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변화의 방향은 긍정적이지만 진행 속도는 좌절감을 느낄 정도로 느릴 수 있다는 의미이다.

크리스찬 머크 주중 미국 상공회의소 소장은 "중기 전망은 밝은 편이지만 단기 전망은 언제나 그렇듯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채권, 파생상품, 자금조성 등에 대한 규제완화는 중국 내 해외 은행들에게 중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현재 외국계 은행들이 단기간에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중국 지도부가 일선 규제 당국에 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폭넓은 친(親)개혁노선을 선언하는 것이다. 상품 승인 및 허가에 관한 재량권을 지닌 일선 규제 당국은 외국계 은행들의 성패에 중대한 영향을 행사할 수가 있다.

머크 소장 역시 "시장 개혁을 가속할 지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입장은 (기업 성패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회계 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41개 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해 외국계 은행의 세후 이익은 전년 대비 115% 성장한 167억위안 (미화 약 26억 8000만달러)을 기록했다.

외국계 은행들은 현지 법인 은행에 비해 엄격한 규제와 부당한 처우를 받아 왔다. 이는 외국계 은행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외국계 은행은 중국 전체 은행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에 불과하다.

외국계 은행에 근무하는 선임 금융서비스 전문가는 "중국 정부는 매년 규제를 조금씩 완화해왔다"면서 "매년 규제 한 두개를 풀어줄 수는 있지만 전부 다 풀어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중국 규제당국의 높은 벽..지점개설 및 기금조성에 어려움

외국계은행들은 대출금을 융자받는 데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들 은행은 지역 경쟁업체들과 동등하게 75%의 예대율을 적용받았다. 그러나 새로운 지점을 설치하는 데 승인절차가 까다롭고 인허가 과정이 복잡하고 느려서 예금 유치가 쉽지않다고 외국계은행들은 호소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아시아계 은행가는 "중국 내 우리 은행의 네트워크는 전혀 완벽하지 않으며 고객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확장할 필요가 있다"라며 "새로운 지점을 열기 전에 중국에서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 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 결과 외국계은행들은 대부분 펀딩(기금 조성)을 역외 본사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까다로운 자본통제로 인해 자본금 증가는 규제당국의 승인을 필요로 한다.

중국은 올해 초에 외국계 은행에 대한 총 부채 한도를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은행들은 더욱 늘려줄 것을 원한다. 유럽 상공회의소가 제출한 올해 금융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외환관리국(SAFE)은 최근 몇 년 동안 단기 부채 한도액을 줄여왔다.

중국 규제당국은 외국계은행이 중국내에서 펀딩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유럽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중국의 역내 외환펀딩시장은 여전히 미성숙한 상태다. 한 외국계 은행은 역외 본사를 통한 차입으로 30~40 bp(1bp=0.01%) 이상의 리보금리를 지불할 예정이다.

◆ 금융거래의 황금알 '채권 주관사' 희망..그러나 외국계은행 차별 여전

PwC의 조사에 따르면, 외국계 은행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바로 수익성 높은 채권발행 주관업무 (underwriting)에 대한 접근이다. 중국 채권 시장의 규모는 2009년 말 이후 두 배 가량 증가, 지난 9월말 현재 미실현 채권 규모는 24조1000억 위안을 기록했다.

그러나 외국인 은행 중 홍콩상하이은행(HSBC), 스탠다드차타드, JP모간 3개 은행만 중국 국채에 대한 발행주관사 자격을 부여했다. 중국 국채는 채권시장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중국 은행들은 57 곳이 국채 발행 주관사 자격이 부여됐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외국계 은행에 기업 어음과 단기 회사채 발행을 주관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HSBC만 당국의 허가를 받았으며 메인 주관사로서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은 얻지 못했다.

외국계은행은 기업 회계 담당자나 부유층만을 겨냥한 구조화 상품을 판매하길 원한다. 구조화 상품이란해당 상품의 금리, 통화, 주식의 주가, 환율, 실물 자산 등의 가격 움직임을 가치와 연계해 지금 급액을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구조화 상품의 허가를 받기까지 수개월 혹은 수년 정도 걸릴예정이다. 뉴스1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