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안전조치 전혀 없었다"

▲ (사진=현대제철 홈페이지)

【서울=이코리아】조진성 기자 =  최근 현대제철 근로자들이 작업 중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라 일어난 가운데 이번에는 40대 근로자가 쇳물 분배기 내부로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6일 인천광역시 중부경찰서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3일 현대제철 인천공장에서 이모 주임(44)이 사망했다.

이 주임은 현장 기능직으로 21년간 현대제철에서 근무했다. 거의 모든 기간을 액체 상태의 쇳물을 고체로 응고시키는 '연주 공정'을 맡고 있었다.

그는 전기로에서 받아온 쇳물을 여러 갈래로 분배하는 작업을 위해 대기하던 중 높이 1.1m에서 '턴 디시(turn dish,쇳물 분배기)' 내부로 떨어졌다. 턴 디시에는 섭씨 1500도의 쇳물이 흐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소곳 금속노조 박세민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안전 난간이 설치돼 있지 않고 작업장 바닥에 1~3㎜ 크기의 둥근 쇠볼과 철분진이 깔려 있어 미끄러질 수 있는 위험이 산재해 있었다"며 "턴 디시는 제철소의 기본설비로 재해 방지를 위해 제대로 된 안전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장조사에 참여한 노동부 감독관은 "전기로에서는 고철을 녹여 쇳물을 뽑기 때문에 불순물이 많다"며 "고인은 턴 디시에 생기는 불순물을 산소를 활용해 제거하는 작업을 하다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지난 2013년 당진공장에서만 10명이 산재로 사망하는 등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사업장이다. 그해 말에는 종합 안전관리 대책을 발표했고 부사장 2명과 전무 1명의 사표를 수리했다.

지난해 2월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 당진공장을 방문해 "중대사고 재발 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 처벌하겠다"며 기강을 잡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순천공장에서 또다시 사망사고가 일어났으며, 올해 1월에는 당진공장에서 하청업체 노동자가 레미콘 차량에 치여 숨지는 등 사망·중상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노동건강연대 회원인 유성규 노무사는 "기업 자체적으로 대책을 세웠지만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만큼 노동부, 안전보건공단 등 외부에서 개선책을 제시해야 한다"며 "작업 관리 방식, 기업 문화, 관리 시스템 등을 전반적으로 손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노무사는 "이 정도면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최소한 안전장치를 갖췄다고 볼 수 없는 만큼 법에 의거, 형사처벌도 가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cjs@ekore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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