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길홍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

우리나라 금융지주 회장은 상업고등학교 나와서 부기만 떼면 아무나 할 수 있을 것 같다. 즉 덧셈ㆍ뺄셈만 잘하면 된다. 수익구조가 ‘예대마진’에만 의존하기 때문이다. 첨단금융기법이 요구되는 해외 파생상품 투자 등에서는 손해만 안 보면 다행이다. 자본이 잠식되면 국민세금으로 메우거나 M&A 하고 수십억 원 연봉 챙겨서 손 떼면 된다. 그래도 후에 잘못된 경영상의 결정에 대하여 민사적ㆍ형사적 책임을 묻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래서 금융 비전문가들인 정피아ㆍ관피아들이 금융권을 우습게보고 요직에 눈독을 들이는 것 같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민간기업인 KB금융지주 사장과 KB국민은행 감사에 친박근혜계(친박계) 정치인들을 앉히려고 지속적으로 청탁을 하고 있다. 이들의 권세로 볼 때 이는 청탁이 아니라 강요이다. 이를 못 이겨 KB금융지주에서는 아예 사장직을 없애는 것을 고려하고 있을 정도이고 감사도 선임을 못 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KB금융은 관피아 출신 회장과 정피아 행장 간의 세력 다툼으로 큰 혼란을 겪은 바 있다.

국내 3대 은행인 우리은행도 작년 말 청와대의 압력으로 정피아 출신 변호사가 감사, ‘서금회’ 출신 인사가 신임 행장이 되더니, 올해에는 4명의 사외이사를 새로 내정하였는데 이 중 3명이 여당ㆍ친박계 정피아이다.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예금보험공사 사장직을 놓고도 정피아들 간의 암투가 치열하다고 한다.

이 이전투구의 중심에는 박근혜 정부 핵심 실세들과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인 ‘서금회’ 인사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서 금융 전문성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상태이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금융산업 경쟁력이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14년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 144개 조사 대상국 중 우리나라는 26위였고,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싱가포르 2위, 일본 6위, 홍콩 7위, 아랍에미리트 12위, 대만 14위, 카타르 16위, 말레이시아 20위, 사우디아라비아 24위, 중국 28위 태국 31위, 인도네시아 34위를 기록하였다.

우리나라의 최대 약점 요인으로는 금융시장 성숙도가 손꼽혔다. 금융산업 경쟁력의 종합순위 80위, 금융서비스 이용가능성 100위, 금융서비스 가격적정성 90위, 대출의 용이성 120위, 벤처자본의 이용가능성 107위, 은행건전성은 122위로 쉽게 이야기하면 ‘금융 후진국’이다(종합순위: 홍콩 1위, 싱가포르 2위, 일본 16위, 대만 18위). ‘빅브라더’와 알면 비전문가가 아무나 금융기관장을 하는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금융의 기본적인 역할은 창출된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국가적인 임무는 현명한 어머니처럼 경제성장을 양육하는 것이다. 사상 최대의 가계부채와 수출경쟁력의 지속적인 약화로 최악의 경기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대한민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온갖 위험부담을 감수하는 선봉장이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세계적인 신자본주의 경제 추세에 따라 담보 대출을 끼고 부동산 경기가 과열되면서 급증하기 시작하였다. 노무현 정부는 거품 형성을 억제하기 위하여 엄격한 부동산 규제와 관련세금 인상 정책을 시행하였는데 그 결과 부동산 시장이 경색되고 자산 디플레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사실 2008년 부동산부실담보대출에 의한 미국발 세계경제위기를 우리나라가 비교적 가볍게 넘긴 가장 큰 요인은 바로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 덕분이었다.

지나친 자산 디플레의 반전을 위하여 최경환 경제팀이 LTVㆍDTI를 상향 조정함으로써 이제 부채 악성화 추세가 크게 완화되고 금리인하와 함께 부동산 경기도 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악성채무자의 절박함을 이용하여 이자가 40%에 육박하는 대부업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또한, 2008년 세계금융위기 후 유럽시장의 구매력이 회복되지 못 하였으며, 더불어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성장률 둔화, 엔화ㆍ유로화ㆍ위안화 평가절하 및 중국ㆍ인도의 수출경쟁력 급상승, 우리나라의 원천기술 부족 등으로 수출 경쟁력이 날로 떨어지고 있다.

수출위주정책과 중소기업 단가후려치기로 벌어들인 대기업의 수익금은 고용, 임금인상, R&D 및 시설 투자로 풀리지 않고 사내유보금으로 비축된 후 대부업, 부동산 투기 등에 사용되고 있다. 정부의 사내유보금 세금부과 방침도 후퇴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기업ㆍ개인 소득격차 OECD 최고’로 대변되는 부익부빈익빈 심화와 함께 서민 가처분소득이 고갈되어 내수부진이 나날이 심화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그리고 고용감소, 소득감소, 가계부채 악성화, 서민 소비 감소, 물가 하락, 경기 침체, 기업 이익 감소, 기업 투자ㆍ고용 감소, 경제성장 둔화의 악순환이 심화되고 있다.

장기적인 근본 대책은 규제개혁 및 기업 구조조정으로 성장을 통한 고용ㆍ소득 증대이다. 부동산 관련 규제는 투기의 진원지인 강남3구를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모두 철폐해야 한다. 이는 강남 3구에 비하여 강북을 포함한 우리나라 나머지 지역의 자산가치가 적정선의 평준화를 이루는 선진국형 자산가치 분포를 위한 첫걸음이다. 하지만 먼저 경제성장을 위한 연료와 윤활유로서 정부의 재정ㆍ통화정책의 탄력적인 운용과 함께 금융의 뒷바라지가 필수적이다.

미국ㆍ일본ㆍ유럽은 전대미문의 통화완화 정책을 총동원하여 인위적 인플레를 유도하며 경제를 회복시키고 있다. 그 결과 미국과 일본은 지속적인 가계부채 감소, 금융 및 부동산 자산 가치 회복, 폭발적인 수출 증가 및 기업 수익 극대화, 사상 최다 관광객 등으로 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다. 우리나라 원화도 세계 10위권의 기축통화이므로 과도한 원화가치 하락과 인플레의 위험을 잘 조절하며 과거 일본형 L-shape 장기 디플레와 경기침체에 들어서고 있는 작금의 경제위기를 적극적인 재정ㆍ통화ㆍ조세 정책으로 극복할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이에 발맞추어 금융권은 건전성의 위험부담을 전혀 떠안지 않으려는 기회주의적 직무유기와 무사안일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러한 건전성 수호 위주 경영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 은행건전성은 세계 122위이다. 금융은 경기부양을 위하여 창조적ㆍ도전적으로 금융을 운용해야 한다.

먼저 박근혜 정부의 핵심정책인 창조경제의 견인차이자 멘토가 되어 강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원천기술 투자 소홀로 인하여 성장잠재력이 고갈되어 새로운 성장동력이 나라의 미래를 결정하게 된 이 중차대한 시점에서 신기술ㆍ신수요ㆍ신시장 창조가 그 해법이다. 이는 문명 발전을 선도하여 대한민국의 국격을 제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창조경제는 고위험ㆍ고수익 구조로서 자칫 가계부채ㆍ가계파산만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그 성공을 위하여 성장통화 공급과 경영 자문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금융이 기업의 성장단계별 자금지원과 시장 컨설팅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금융기관은 기술평가 및 위험관리 역량뿐만 아니라 기업과 위험을 공유할 의지를 갖추어야 한다. 이스라엘과 실리콘 밸리의 창조기업 신화들은 요즈마 펀드 등 벤처금융의 적극적인 지원과 보육이 있어서 가능했다.

그런데 정부가 역점을 두는 1인창조기업의 핵심기술은 많은 경우, 선진국의 원천기술에 약간의 아이디어를 첨가한 기회주의적 응용기술이거나 수요ㆍ시장 분석 바탕이 없이 자가도취에 빠진 기술일 수 있다. 투자자의 관심을 유혹하기 위하여 기술의 과대·허위포장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벤처 지원은 옥석을 철저히 가려야 하며, 오히려 기존 중소기업의 장기간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에서 발전된 기술이 더욱 신뢰할 수 있는 창조성을 가질 수 있다.

창조금융은 시장 실패자에게 재기의 기회도 줘야 한다. 그들에게는 인생의 모든 것을 투자한 사업이었으며 실패의 과정에서 얻은 경험은 소중한 사업자신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지금은 대기업 이외의 기업대출은 금융서비스 이용가능성 100위, 대출의 용이성 120위, 벤처자본의 이용가능성 107위가 웅변하듯이 담보 없으면 그림의 떡이다. 그러면 강소기업 성장의 추진력이 약화된다. 또한 벤처금융에는 2000년대 초반 벤처 열풍에서 경험했듯 재벌2세 투기꾼, 사기꾼, 고리대금업, 조폭들이 설치며 거품을 조장하여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인 후 정착 창조기업은 영양분을 빼앗기고 시들게 된다.

창조경제, 강소기업 육성, 가계부채 감소, 경기회복, 경제성장을 통한 서민 고용기회 확대 모두에서 경제에 모멘텀을 제공하는 창조적ㆍ전문적 금융의 역량이 필수적이다.

이런 막중한 국가적 업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도록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하여 비전문가 비밀ㆍ정실인사를 척결하고 금융 전문성 위주의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가 필수적이다. 우리나라 금융에 정피아ㆍ관피아가 판치며 은행 경영보다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데 신경을 집중하는 사이 중국은 핀테크 선도자(first mover)로서 금융선진국으로 발돋움 중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비밀·정실대출, 부실채권, 잇따르는 금융사고, 산업 공동화, 금융경쟁력 후진화, 성장잠재력 고갈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따라서 경영상 손실의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여 금융지주 임원의 잘못된 결정이나 배임에 추상적인 민사적ㆍ형사적 책임을 묻는 관행이 정립되면, 전문성 있는 인사가 적재적소에 임명되어 금융선진화를 위한 기틀이 마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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