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개 그룹, 167개 기업 사외이사 안건 평균찬성률 99.7%...틀림없는 거수기

▲ 그룹사 사외이사 찬성률표(자료= CEO스코어 제공)

【서울=이코리아】이코리아 =  기업 경영을 제대로 감시하라고 만든 사외이사가 거수기 노릇을 충실히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면서도 '거마비'나 '회의 참석비' 명목으로 연봉을 최대 7500만원이나 챙겨가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대기업 뿐만 아니라 금융권도 대부분 '정피아'나 '관피아'들을 줄줄이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등 사외이사로서 필요한 전문성이나 업무 숙련도 보다 정부 압력에 '방패막이'용으로 쓰는 행태를 보이면서 '사외이사 무용론'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는 주주총회 소집 공고를 제출한 37개 그룹 167개 기업의 지난해 사외이사 활동내역을 조사한 결과, 총 692명의 사외이사들이 3774건의 안건에 대해 1만3284표의 의결권을 행사했고, 이중 99.7%인 1만3243표가 찬성으로 집계됐다고 10일 밝혔다.

특히 조사대상 37개 그룹 가운데 찬성률 100%를 기록한 것도 25곳에 달했다. 언론에 자주 노출되는 10대 재벌그룹 외의 기업집단일수록 사외이사들이 찬성표를 던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0대그룹 중 100% 찬성률을 기록한 곳은 롯데, 포스코, 현대중공업, 한진 등 4곳이었다.

이들 외에 상위 20위권 그룹에서는 KT, 두산, 신세계, CJ, LS, 금호아시아나, 동부 등 8개 그룹 중 무려 7개 그룹의 사외이사 찬성률이 100%였다. 21~30위 그룹에서는 현대, 에쓰오일, 현대백화점, 효성, 영풍 등 5곳의 사외이사들이 100% 찬성률을 보였다.

30위권 밖(31~49위)에서는 조사대상 12개 그룹 중 한진중공업, KCC, 태광, 대성, 세아, 태영, 아모레퍼시픽, 삼천리, 한솔 등 9곳(75%)의 사외이사들이 100% 찬성표를 던졌다.

▲ 시계 방향으로 롯데, 포스코, 한진, 현대중공업.

이렇게 거수기 노릇을 하는 대기업 사외이사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4900만원으로 이사회 한 번 참석에 평균 450만 원씩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곳은 삼성으로 7500만 원이었고, KCC도 7000만원을 상회했다.

에쓰오일(6900만원), 현대차(6800만원), 아모레퍼시픽(6300만원) 등은 6000만원을 넘었고, 가장 적은 곳인 KT와 한솔로 3000만원 정도 수준이었다.

이들은 통상 월 1회 많게는 1.5회 이상 회의에 참석해 회의 참석에 따른 거마비 형식으로 이렇게 거액을 받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그룹 사외이사들의 출신을 살펴보면, 이른바 ‘권력기관’ 경력자들이 40%에 육박해 이들이 하는 일이 ‘방패막이’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 등 10대그룹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선임(신규·재선임)하는 사외이사 119명 가운데 47명(39.5%)이 장·차관, 판·검사,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권력기관 출신으로 나타났다.

이들 권력기관 출신 비중은 지난해 38.7%(50명)보다 소폭 높아졌으며, 특히 올해는 전직 장·차관이 대폭 기용될 것으로 분석된다.

사외이사 임용예정자들을 직업별로 나눠보면, 정부 고위직 출신이 18명으로 가장 많았고, 판·검사 12명, 공정위 8명, 국세청 7명, 금융위원회 2명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정부 고위직 18명 가운데 장·차관 출신은 12명(66.7%)으로 지난해 6명(27.2%)의 두 배를 훨씬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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