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리아】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9일 당내에서 분출하는 인적쇄신 요구를 둘러싼 내홍을 수습하기 위해 '김무성 카드'를 선택했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주최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대통합을 위한 정치쇄신 심포지엄'에 참석한 뒤 '전날 밤 후보와 의장단, 황우여 대표가 만나 김 전 의원이 중앙선거대책위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 전 의원이) 앞으로 선대위에서 중책을 맡게 되실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당 일부에서 현 지도부 및 선대위 참여 인사들에 대한 '총퇴진론' 등 강경한 쇄신론이 터져나오는 상황에서 박 후보가 이같은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친박(친박근혜)이었다가 탈박(탈박근혜)했던 김 전 의원을 중앙 선대위 전면에 내세우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탈박으로 그간 비박(비박근혜) 진영과도 두루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온 김 전 의원에게 선대위 중책을 맡겨 앞서 '친박계 2선 후퇴론' 등 거셌던 당내 인적쇄신 요구의 예봉을 꺾겠다는 것이다.

 박 후보는 이날 김 전 의원의 중용 방침과 함께 '쇄신'과 '통합'이 함께 가야 한다는 점을 강하게 강조, '김종인-이한구', '안대희-한광옥'을 모두 끌어안겠다는 의도를 내보였으나 이런 정도로 당내 쇄신론을 무마하고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 및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상당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박 후보는 전날 이 같은 당내 요구에 "선거가 두달 남았는데 지금 모든 것을 엎고 새로 시작하자고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선거를 포기하자는 얘기와 같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었다.

 친박계 '좌장'이었다가 탈박했던 김 전 의원은 앞서 지난 26일 발표된 중앙선대위 1차 인선에서 이한구 원내대표 및 김태호·안상수·임태희 전 대선 경선 후보들과 함께 역할이 불분명한 선대위 의장직에 임명돼 "친박계 핵심 부의 견제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4·11총선 공천 정국에서 자신의 낙천이 확실시됨에도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다른 낙천자들의 이탈을 막은 것을 계기로 박 후보와의 관계를 복원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박 후보는 이날 또한 "조만간 깨끗하게 정리될 것"이란 문장을 네 차례나 반복하며 '김종인-이한구', '안대희-한광옥' 갈등 등 선대위 핵심 인사들의 불협화음과 인적쇄신 요구에 대한 강력한 해결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전날 4·11 총선을 이끌었던 전 비상대책위원들이 긴급 회동을 갖고 사실상 이한구 원내대표의 사퇴를 압박한데 대해 "여러 가지 다양한 얘기들이 있으니까 그건 항상 들으면 된다"며 "문제가 되고 있는 데 대해서 조만간 다 정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이 원내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며 당무 거부 중인데 대해서는 "거부하신 것이 아닌데요"라고 반문하면서 "하여튼 이런 문제들에 대해 다 조만간 정리가 깨끗하게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박 후보는 또 안대희 정치쇄신특위원장이 전날 국민대통합위원장에 내정된 한광옥 전 민주당 고문의 임명을 강행할 경우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데 대해서도 "(안대희 위원장과) 전화통화가 있었다"고 밝힌 뒤 "이 문제는 조만간 정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이 볼 때 쇄신하는 사람 따로 있고 통합하는 사람 따로 있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두 가지는 같이 가야 한다"고 말해 안 위원장에 다시 한번 양해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외부인사 영입도 난항을 겪는 가운데 일단 '김종인-이한구', '안대희-한광옥' 갈등 사이에서 누구 한 사람의 손을 들어주기 보다 가급적 이들의 대립을 중재해 같이 가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풀이됐다.

 다만 당내 경제민주화 세력의 타깃이 돼 있는 이한구 원내대표의 2선 후퇴 가능성은 열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는 이날 행사 인사말에서도 "쇄신과 통합은 어떻게 보면 상반된 것 같지만 우리 정치와 나라 미래를 위해 똑같이 가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쇄신은 미래의 가치에, 대통합은 과거의 치유에 무게 중심이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가치를 지향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그러나 난 우리가 진정 미래로 도약하기 위해선 과거와의 단절이 아니라 과거의 상처에 대한 치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우리 현대사가 눈부신 발전을 해오는 동안 성취의 이면엔 상처와 그늘이 있었다"며 "그 아픔을 치유하지 못한다면 언제든 다시 재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치쇄신특위가 미래에 우리가 추진해야할 쇄신을 과감하게 추진해 달라. 나도 적극 지원하겠다"면서도 "그러나 현대사의 아픔을 치유하면서 미래로 나아갔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박 후보는 또 "당내에 쇄신과 통합이란 두 가지 가치를 두고 서로 다른 의견이 있지만, 그렇게 다른 의견은 충분히 나올 수 있고, 그런 의견이 자유롭게 표출되고 조정되는 자체가 중요한 과정"이라며 "이 과정이야 말로 새누리당이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정치 쇄신과 국민 통합을 모두 실현시키고자 하는 산고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 후보는 "나라와 국민을 아끼는 마음, 정치를 쇄신하고 개혁하겠다는 의지는 우리 모두가 같다"며 "그 하나만 기억한다면 함께 못해낼 이유가 없다. 나와 당, 우리의 의지를 믿고 함께 해나가자"고 거듭 당부했다.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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