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오의 POP CULTURE' 14번째 만남

▲영화 '국제시장'에서 앙드레김 역할을 맡은 배우 박선웅.

【서울=이코리아】이기오 기자 = 요즘 극장가에는 영화 '국제시장'이 연일 화제다. 영화 '국제시장'은 현재 개봉 28일 만에 한국영화 중 11번째로 천만관객을 넘어섰다. 역동의 시절을 격은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국제시장'은 수많은 중·노년층의 눈물샘을 자극해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시장'의 흥행의 요소 중 깨알 같은 재미를 주고 있는 요인이 있는데, 이것은 카메오들의 출연이다. 영화에서는 고 정주영과 앙드레김 등 한 때 대한민국 근대화를 만들었던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중 고 앙드레김 역할을 연기했던 배우 박선웅을 만나 지금까지 연기자로서의 삶과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배우 박선웅은 충남에서 태어나 동국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오랜 무명배우 생활을 겪었다. 2001 김기덕 감독의 나쁜남자를 시작으로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2002) '유아독존'(2002) '주홍글씨'(2004) '역전의 명수'(2005) '달콤한 인생'(2005) 등 다수의 영화에 출연했고, 여러 편의 드라마와 CF, 단편영화 등에서 배우로 활약하고 있다.

지금까지 배우 박선웅은 선이 굵고, 폭력적이며, 거친 역할을 주로 맡아 왔으나 이번 영화 국제시장에서는 고 앙드레김을 연기해 코믹 연기의 기질을 발휘하고 있어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다음은 영화배우 박선웅과의 일문일답.

-배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배우라면 한 번쯤은 이런 경험이 있겠지만, 우연히 친구 따라 공개 오디션을 보고 붙었다. 수백 대 일의 경쟁을 뚫고 붙었을 때는 바로 스타가 되는 줄 알았다. 이 일을 계기로 배우라는 어려운 길에 들어섰다."

-무명 배우는 배고프고 어려운 직업인데 어떻게 생활하고 있나.

"배우라는 직업을 택하고 나서부터 한 번도 다른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고 부업도 하지 않았다. 영화, 드라마, 광고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 꿋꿋이 배우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왔다."

-연기자 '박선웅'은 어떤 사람인가.

"내가 나 자신을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지만 '남자이고, 배우다.'를 좌우명으로 생각하고 부끄럽지 않은 배우로 살고 싶다."

-주로 인상이 강해서 거칠고 굵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지금까지 한 역할은 어떤 역인가.

"영화에서는 주로 거친 역할을 많이 맡았다. 이미지 자체에 대한 아우라 때문인지 감독님들이 그런 역할을 많이 주셨다. 영화에서는 깡패, 건달, 양아치, 살인범, 마약 조직폭력배 등을 주로 연기했으며, 때때로 코믹 역할도 하곤 했다. 드라마에서는 주로 재벌 3세, 백화점 본부장, 검사장 등 엘리트 역할 등을 많이 연기했다. 광고는 코믹 위주의 연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멜로만 빼고 다 해봤다."

-특기가 유도와 영화 무술인데 액션 배우를 하기 위해 배웠나.

"유도는 고등학교 때 배웠고, 대학교까지 와서도 꾸준히 했다, 영화 무술은 예전 정두홍 감독님께서 운영하셨던 보라매 액션스쿨에서 체계적으로 몇 달간 꾸준히 배웠다. 영화를 찍기 위해서 무술을 배운 것은 아니고 지금까지 해온 특기가 연기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자신의 연기를 평가한다면.

"나의 연기 지론은 ‘아무리 작은 배역이라도 감독이 원하는 연기를 충실하게 하는 것’이다. 처음 연기를 입문했을 때는 '어떤 캐릭터'인가가 주 관심사였지만 시간이 들수록 연출자가 나한테 바라는 것이 어떤 배역이며, 시나리오상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많이 생각하고 연기한다. 과거에는 내가 아우라가 강해 조금은 부담스러웠지만 지금은 나만의 약점을 강점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어떤 계기로 영화 '국제시장'에서 '앙드레김'역을 하게 됐나.

"처음에 앙드레김 역을 오디션 통해 찾는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별 관심이 없었다. 나 스스로 그분의 캐릭터와 내 캐릭터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에 제작사와 연결이 되어 앙드레김 역 오디션을 보게 됐다. 어떤 배역이든 배역만 있으면 충실히 하는 것을 신조로 잡은 나였기에 마음을 비우고 '카메라 앞에서 재미있게 놀자'라고 맘먹고 오디션을 봤다. 그러고 두세 달 동안 연락이 없어서 잊어버리고 있었을 때쯤 제작사에서 "앙드레김 역에 캐스팅되셨습니다."라고 전화가 왔다. 그 전화를 받고 나도 모르게 "왜요?"라고 반문할 정도로 기대하지 않은 우연한 캐스팅이었다."

-'앙드레김'역을 연기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어떤 포인트를 가지고 연기했나.

"굉장히 부담스럽고 어려웠다, 오랜 세월 동안 앙드레김 선생님의 표정이나 말투 행동을 많은 개그맨들이나 방송인들이 따라 하기도 하고 오버하고, 희화되는 면이 많아서 잘못하면 앙드레김 선생님 명성에 누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많은 고민을 했다. 또 앙드레김 선생님의 젊은 시절 모습을 담은 영상이나 사진은 있는데 인터뷰 자료는 매우 부족했다. 그 때문에 중년 이후 앙 선생님의 인터뷰 자료를 보면서 손의 자세, 말할 때 표정과 제스처 등 행동과 습관을 중점적으로 연구했다."

-영화 속에선 '앙드레김'의 상징인 흰 의상을 입지 않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촬영 전날까지 감독님께서 고민을 많이 하셨다. 아예 처음부터 앙드레김 선생님의 중년의 머리스타일 가발을 쓰고, 하얀색 옷을 입고 나와 관객들에게 처음부터 '아! 앙드레김 이구나'를 각인시키고 갈까? 아니면 아예 젊은 사람으로 분장해서 오달수 선배님이 '선생님! 김봉남선생님'하고 앙드레김 선생님의 본명을 부르게 하는 대사로 관객들한테 인지를 시킬까? 등 여러 고민 끝에 후자를 택하게 됐고, 말투나 행동 등은 중년의 앙드레김 선생님과 비슷한 톤으로 하는 걸로 결정했다. 감독님은 그분의 젊은 시절의 느낌을 요구하셨고, 나 또한 역할에 부응하도록 노력했다."

-영화 '국제시장'을 계기로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요즘 근황은.

"드라마 끝내고 쉬는 중에 국제시장 관중이 1000만이 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특히 언론에서 영화 속 카메오의 역할을 부각시켜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요즘은 많은 인터뷰 요청이 들어온다. 앞으로도 더 좋은 배역이 들어오길 기대하며 정말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영화 '국제시장' 이후 영화나 드라마에서 섭외는 받고 있나.

"아직 큰 피드백은 없다. 다행히 조금씩 드라마와 영화 쪽에서 섭외가 들어오고 있다. 연초부터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겨서 기쁘다."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은가.

"연기를 하는 모든 지망생들이 하는 말이 있다. '다양한 여러 사람의 인생을 살아볼 수 있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연기 20년의 생활을 한 나에게 물어보면 '남의 인생 살지 말고 내 인생이나 똑바로 살고 표현하자.'라고 말하고 싶다. 어떤 연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내 인생을 제대로 살고 싶어 연기하고 싶다. 배우면 배울수록 어려운 것이 연기인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일단 몇 군데 예약돼 있는 인터뷰를 하고, 2월엔 독립영화를 촬영한다. 3월엔 한중합작드라마를 촬영을 논의하고 있다. 앞으로도 여러 가지 일이 있겠지만 올해는 많은 시간을 촬영장 안에서 살고 싶은 마음뿐이다. 더욱더 정진해 좋은 연기자가 되고 싶다. 또한 스크린에서 배우 박선웅의 모습으로 더욱 자주 인사드리고 싶다."

gioam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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